공대 여학생 비율 10% 수준… 전용카페 생기고 기업들도 후원

 

‘리케조(リケジョ·理系女)’라는 단어가 최근 일본 신문 경제면, 사회면에서 심심찮게 눈에 띤다. 우선 이 단어는 ‘이공계 종사하는 여자’라는 뜻이다. 일본 언론에 ‘리케조’ 단어는 지난해 이른 봄, 미모의 30대 일본 리케조의 대명사로 지칭되던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여성 연구주임의 제3의 만능세포, ‘STAP 세포논문’이 조작으로 드러나면서 세간의 인기 단어가 됐다.

비록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주임의 논문조작사건이 있었긴 했지만 일본에서는 ‘리케조’는 아직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일본 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는 한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서 그동안 남성분야를 이공계 여성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속내는 ‘이공계 기피 20년’이 잃어버린 일본 20년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을 하고 있어 공고한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가 ‘리케조 확산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理科系 女子(りかけい じょし)’의 준말인 ‘리케조(リケジョ)’는 예전에는 이과계를 선택해 친해지기 어렵고 결혼상대를 구하기 힘들다는 여자 이미지가 강했다. 요즘에는 반대로 전문직으로서 자립하는 ‘멋진 여성’의 대명사가 됐다. 사회적인 요구의 반영이 담겼다.

특히 여성 인력중 이공계 인력 증대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공대생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공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전용 카페가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에 문을 열었다. 평일에는 일반 카페인데 주말에는 이공계 여성 전용 카페로 바뀐다. 이 카페의 종업원은 모두 이공계 여대생이며 실험실 가운을 입고 근무한다. 음료는 시험관이나 비커에 담겨 나온다. 이공계 여대생이나 이공계를 지망하는 여중생과 여고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인도 300엔(약 2700원) 내외의 요금을 내면 입장할 수 있다.

현재 일본 대학 내 이공계 학부 여학생들은 비율이 낮다 보니 주위에 동성의 대화 상대자가 적다. 이공계 여학생들끼리 만나 연구나 취직, 결혼 등에 대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이 카페의 설립 취지다. 이 카페 종업원이자 도쿄이과대 3학년인 다카하시(高橋) 씨는 “연구의 어려움 등 이공계 여성들끼리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다른 연구 분야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고 카페 이용의 장점을 말했다.

언론과 기업들도 이공계 여성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아사히신문 계열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이공계 여성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이공계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의 모습을 소개하는 시리즈 기사를 최근 연재하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계열사 10곳이 함께 여성 기술자를 위한 기금을 만들었다.


카메라와 복사기를 생산하는 코니카미놀타는 리케조만을 위한 기업설명회를 개최, 리케조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한 히타치제작소는 올해 채용 업종을 연구개발 외에 기술계 직종으로 확대했다. 미쓰비시중공업, 닛산자동차도 지난 2013년부터 리케조를 위한 기업설명회를 실시했다. 기업들의 리케조 유치 경쟁이 격화돼 기업설명회뿐만 아니라 공장견학이나 대학과 공동으로 직업세미나 등을 주최하고 있다.

기업에게 있어 기술 인재의 확보는 연구개발에서 경쟁력을 결정하고, 또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성을 포함한 인재의 다양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일본사회가 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리케조는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일본에서 남성인력분야 (모노즈쿠리 분야)의 대체인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 사회가 리케조 최대 장점이자 일본기업들이 리케조 채용에 적극적인 이유에는 제품개발에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고 개발현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성 소비자의 시각에서 본 제품에 대한 의견이나 남성보다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고 있다.

리케조는 결혼‧출산 후에도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기술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공계에서 배우는 ‘가설을 세워 실험으로 검증, 결과를 분석해 개선’ 하는 업무프로세스는 어떤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한편에서 리케조를 활용하는 데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며 기업이나 교육현장의 환경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도쿄대이나 대도시의 고등학교에서는 이과를 선택하는 여학생이 증가하고 있고, 리케조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매우 최근의 일이며 일본의 리케조 비율은 세계적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2011년 일본의 리케조 인구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1/3, 한국의 1/2 수준으로 OECD 가입국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일본에서 리케조 인구가 비중면에서 극히 일부였던 것은 중·고등학교에서 수험준비로 과학실험 등 실기수업이 줄어 실제 이과계 과제를 접할 기회가 없어져 이공계 분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진단이다. 히타치제작소는 학부모와 함께 참가하는 기업설명회를 개최, 리케조가 이공계 분야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가족의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기업들이 채용하고 싶은 이공계 인재의 전공분야와 리케조의 전공 분야 간의 미스매치 현상도 발생하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여학생들은 이공계에서 의약, 간호, 생물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물리, 전기, 전자, 기계를 전공하는 리케조는 극소수이다.

남성분야 계승자로 리케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계공학분야의 실질적인 학습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교육방법론이 구체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여성 리케조 양산과 이에 따른 취업을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아베노믹스의 경제정책이 리케조 중심의 위미노믹스(Womenomics)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일본에서는 리케조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취업 현장인 기업에서도 리케조 유치 환경조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과제가 제기돼 ‘리케조 경제중심 축’ 분위기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 또는 화장품 회사에 취업하는 여성인재들은 많았지만 제조 기업들도 노동환경을 개선시키면 리케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이공계 여학생 비율은 일본보다 높지만 취업률은 일본보다 낮다. 일본에서는 경제활동인구 감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리케조 활용 대세론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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