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교육이 바뀌어야 한국이 산다 ❷

“죽어가는 인문학에게는 2000억 물이 아니라 땅이 필요하다” 박병수 기자l승인2015.07.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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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률과 정량적인 연구실적으로 대학의 학문을 재려는 풍토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인문학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게 한국 인문학 교수들의 충고이다.

교육부의 취업률과 정량적 연구실적 조장·재정지원 유혹 학과통폐합

“교육부가 취업률과 정량적 연구실적 양 칼을 휘두르고 있는 한, 인문학은 이공계에 밀릴 수밖에 없고, 교육부가 대학에게 산업수요에만 맞추라는 자신의 뜻을 돈으로 유혹하는 한, 인문학이라는 학문은 교육·연구적 투자가치를 완전히 상실해나가면서 대학이 태어나게 하더니 결국 대학에서 인문학은 죽어가고 있는 중이다”라고 단언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25일 ‘산업수요중심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PRIME사업) 시안발표에서 끼워넣기 식으로 ‘인문학진흥 종합방안’ 사업개요를 간략히 설명했다. 인문학은 영락없는 의붓자식이었다. 이달 말 두 사업의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인문학자들은 교육부가 돈 2000억 원으로 의붓자식 취급받는 한국의 인문학이 자존심 빳빳한 종갓집 장손같이 학문적 자존심 세워질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게 바로 오늘 한국 인문학이 중병이 들었다는 증거이며, 병 진단마저 실패했다고 언급했다.

지난 3월 서강대에서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학 진흥방안모색을 위한 종합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내로라하는 한국 인문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산업수요중심의 학과개편과 정원조정을 압박하고, 교육부는 대학에게 ‘돈 안 되는’ 학과, ‘취업 안 되는 학과’ 통폐합하라고 밀어붙이는 현실에서 돈 몇 푼으로 인문학을 살리겠다고 판단했다면 이제 한국의 인문학은 정말 죽을 일만 남았다”고 노학자들은 목청을 높였다.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요즘 아무 때나 융합, 융합하는데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융합을 시도하면 깊이가 생기질 않아 서로 실패 한다”며 “건실한 인문학자들이 클 수 있는 연구와 교육적 풍토와 조건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제기했다.

그는 “한국의 인문학 위기정도는 ‘인문학진흥방안’ 정도가 아니라 인문학을 기초과학과 함께 국가가 육성하기 위한 ‘인문기본법 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인문진흥종합방안 보다 인문학진흥법이 필요한 위기상황

이어 류병래 충남대 언어학과 교수는 “지역 국립대에서 2008년 이후 6년간 교수가 22명 증가했는데 인문학 교수는 14명이나 줄었다. 줄어든 인문학 교수 몫으로 교육부가 좋아하는 학과 교수가 늘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인문학은 다른 학문진흥을 위해 고사(枯死)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융·복합이 학과통폐합 합당한 이유가 결코 될 수 없다”며 “통합전공이나 융합전공은 학과는 그대로 두고 하버드대처럼 기존 전공과목 조합으로 새로운 전공을 인증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인문학 진흥을 위해서 ‘기초학문 분야 투자비율’을 평가하자고 제안했다.

강영안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요즘 인문학학회에 나가보면 30·40대 교수를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다. 아마 10년만 지나면 인문학자는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0여년 전에 일본에서는 일본의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종합적 진단과 국가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임시기구로서 ‘인문⋅사회과학 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자문기구인 과학기술⋅학술심의회 총회에서 결의된 일이다. 1990년대 대학교육시스템 구조조정이 인문학 관련학과 및 강좌 축소와 폐지 등으로 ‘인문학 위기론’이 현실화 됐고, 결국 국가차원의 제도적 대응이 요구됐다.

이달 말에 2000억 원을 “이렇게 쓰겠다”는 ‘인문학진흥 종합방안’이 발표된다. 인문학 교수들은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땅이 있어야 한다는데 교육부는 2000억원 정도 물을 부어주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 것 같은데 지금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랄 수 있는 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인문학은 선택이 아니고 우리들의 삶이라는 메시지를 한국의 내로라하는 인문학 교수들이 보내오고 있다.

 


박병수 기자  pbs1239@us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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