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기간 적발된 학생들의 잇단 부정행위로 파문이 일었던 서울대학교의 한 단과대학이 '무감독 시험'을 도입한다.

19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 자연대는 내년 1학기 일부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시험감독이 없는 채로 시험을 치르게 할 예정이다.

자연대는 내년 1학기 전공 수업을 포함해 전체 상당수 수업을 대상으로 '무감독 시험'을 시범 운영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전면 시행 도입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무감독 시험' 시행에 앞서 자연대는 '아너 코드'(Honor code·명예규정)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너 코드는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과정 등에서 스스로 정직하게 행동하겠다고 다짐하며 서명하는 것이다.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등 미국 유명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학생 스스로 명예를 지키게 하기 위해 시험뿐 아니라 과제물 제출 등 학교생활 전반에서 아너 코드를 운영해 왔다.

자연대는 학교 실정에 맞는 아너 코드와 무감독 시험의 구체적인 방안, 아너 코드를 어겼을 때의 처분 등을 담은 매뉴얼을 2학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김성근 자연대학장은 "규제와 관리·감독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고 서울대생들이 사회에 나가 리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 시절부터 스스로 긍지와 명예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너 코드를 어겼을 경우 처벌에 관해서는 "미국의 경우 아너 코드를 어기면 최악의 경우는 퇴학까지 가능하지만 이는 아너 코드 위반의 문제가 아닌 서울대 학칙에도 나와있듯 '부정행위'에 대한 징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너 코드를 도입함으로써 달라지는 건 학생들에게 긍지와 명예심을 심어줘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타율에 의한 규제와 견제, 그로 인한 징벌 이전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는 중간고사 기간 연달아 부정행위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5월 강의를 맡는 전체 교수에게 대형강의 시험을 볼 때 강의조교, 조교 등 여러 명의 인력배치를 해 감독을 강화시키는 방안 등을 담은 시험관리지침을 배포했다.

'무자격 시험'이 학교 측 이런 지침과 상반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김 학장은 "대학 본부 차원에서는 현 체제에서 시험 감독을 강화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게 맞다고 보지만 단과대 별 상황에 따라서는 무감독 시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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