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 돌입 부산대 김재호 교수회장

 

▲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장은 총장직선제는 대학에 남은 유일한 자율적 권리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것을 지킨다고 강조했다. 사진=전민철 국제신문 기자

자유 진리 추구 대학 거짓 난무… 교육부 재정지원 칼자루 쥐고

총장은 약속 깨고 간선제 강요… 취업·불이익 우려에 잇단 침묵

자본·권력 압박 벗어나기 위해 직선제 투쟁·시민 공감대 형성

 

[국제신문 강승만 기자] "천막이 얇아 한낮에 더위를 참는 게 힘겹습니다. 하지만 더 참기 어려운 것은 자유와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에 거짓이 난무하다는 겁니다. 총장이 구성원에게 했던 직선제 약속을 모르겠다고 합니다. 교육부는 국립대의 자율성을 침해하려 듭니다. 잠자고 있는 양심들이 깨어나야 합니다. 불이익을 우려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구성원이 많습니다."

지난 15일부터 농성을 시작한 부산대 김재호(58) 교수회장은 연구실이 아닌 천막 농성장으로 출근한다. 부산대 본관 앞 천막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 중에도 교수와 학생들이 음료수를 들고 방문하거나 지나가며 격려를 보냈다.

그는 "현 총장은 직선제로 당선됐고 직선제를 지켜내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결국 간선제로 입장을 바꿨다"며 "지난해 12월 9일 투표에서 부산대 교수 84%가 직선제를 원한다"고 답했다. 대학 교육의 자율성과 학문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총장 직선제는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부 학교는 구성원을 믿지 못해 새벽에 소수의 간접 선거인단을 뽑아 투표에 참여시키는 일도 있었다"며 "선거 문구 하나하나 교육부 허락을 받아 교육부 지시대로 해야 하는 상황으로, 국립대 총장선거가 엉망이 되고 있다.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볼모로 40여 국립대 전체에 강요하는 간선제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과 권력의 부패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가져온 만큼 '진리 자유 봉사'를 추구하는 부산대가 교육부와 대학본부의 부당한 행동에 침묵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과거 대학생들은 군사독재에 맞서 투쟁해 정당성 없는 권력을 무너뜨릴 만한 힘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지금은 취업 준비와 걱정으로 저항할 여력이 없죠. 사립대도 교육부 눈치를 보고 국립대도 자본과 권력에 전부 넘어간 절박한 상황입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할 국립대학이 예전의 지위를 위협받는 것도 문제이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 86%가 사립인데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그 비율이 높다. 또 교육부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 고액 연봉을 보장받고 사립대 주요 보직자로 가면서 교육부와 사립대 간 '교피아'를 형성해 교육 재원이 사립대로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실시하는 대학 평가도 사립대 편향이라는 김 교수는 "사립대학은 대학평가를 위해 학문적 다양성을 무시하고 평가에 유리한 분야만 키울 수 있다"며 "평가는 좋게 나올지 모르지만, 중앙대 사태처럼 대학이 자본과 권력의 줄 세우기와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채찍질에 내몰리면 주체성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직선제 투쟁과 함께 국립대가 교육부의 부당한 압력에서 자유로워질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이번 농성을 통해 직선제를 지키고 부산 시민에게도 국립대가 살아나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해방 이후 국가가 가난해 아무것도 못할 때 지역민이 힘을 모아 민립대학으로 시작했습니다. 부산지역과 시민을 위한 대학이 되도록 원로교수를 포함해 300여 명 규모로 교육봉사단을 만들어 이번 여름방학부터 활동할 계획입니다. 또한, 부산의 재도약을 위해 지역신문 보기 운동을 펼쳐 지역신문이 정론을 펴는 데 교수들도 함께하고자 합니다."

부산에 애정이 남다른 김 교수는 부산대 76학번으로 전기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부산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올 3월부터 교수회장을 맡고 있다.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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