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試 유지하라" 국회청원 서명운동…사시·로스쿨 출신 전수조사 제의

 

▲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존치 찬성론'이 거세지고 있다. <그래픽 한국고시>

 

예정대로라면 2017년에 사법시험은 폐지된다. 법학전문대학(로스쿨) 졸업생만이 판사나 검사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2017년까지 사법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현행처럼 사법연수원을 거쳐 판사나 검사에 임용될 수 있지만 2017년 이후부터는 로스쿨 졸업자만이 변호사나 재판연구관, 검사보를 거쳐 법관이나 검사로 임용된다.

2009년 당시 충분한 논의나 여론수렴 없이 여·야의 사학법 개정협상과 맞물려 전격적으로 통과된 로스쿨 제도. 7년차를 맞은 로스쿨 제도가 당초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결국 사법시험 존치 논란으로 옮겨 붙고 있다.

급기야 고시생들은 폐지반대를 외치며 고시생 1,000명의 서명을 모아 국회에 전달하는 ‘사법시험 존치 고시생 국회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시폐지 반대모임인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호소문을 통해 “사실상 올해 하반기 국회가 사시 존치를 위한 마지막”라며 “사법시험 존치 서명으로 국회청원을 해 사시존치를 이뤄내자”고 밝혔다.

이들은 “정말 중요한 것은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우리들의 목소리”라며 “우리의 열망을 연서로 모아 국회에, 법무부에 전달하자”며 고시생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고시생들은 사시폐지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사법시험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유일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올해로 3년차 사시준비생인 박모(28ㆍ여)씨는 “로스쿨이 공정경쟁을 보장하지 못하는 제도라는 것이 이미 여러 사례로 드러났다”며 “제도 도입 전부터 논란이 됐던 고액 등록금 문제에, 국회의원 기업오너 대학교수 등 사회 유명인사를 부모로 둔 지원자가 서울소재 유명 로스쿨에 특혜 입학했다는 보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로스쿨 관련 문제가 계속되는 있는 상황에서 사법시험 폐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모(32)씨는 로스쿨 제도가 학벌차별 연장선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도 어느 대학의 로스쿨을 졸업했는가에 따라 차별이 생긴다는 것. 김씨는 “이미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는 출신대학에 출신 로스쿨까지 더해져 더 심한 학벌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며 “지방대 출신 인재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선 사법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측은 로스쿨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경제적 약자들이 법조인이 될 기회를 상실했다면서 '돈스쿨'이라고 지적한다. 또 사법시험으로 배출된 법조인도 사후 교육을 통해 다양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되기 위해선 사법시험보다 연평균 두 배의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입학금을 제외한 우리나라 연평균 로스쿨 등록금은 국립대는 1000만 원대, 사립대는 2000만 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전북대 천도정 교수(경영학)와 중앙대 황인태 교수(경영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법조인 선발제도별 법조계 진입유인 실증분석'에 따르면 로스쿨 진학을 준비한 시점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4.77년간 연평균 2217만여원, 총 1억579만여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사법시험은 시험 준비를 시작한 때부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 6.79년간 연평균 932만여원, 총 6333만여원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각 선발제도를 통한 변호사 자격 취득자들의 평균 연령과 수험 기간 등을 바탕으로 평균 학비·생활비·학원수강료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사시 존치 관련 법안은 총 5건으로 모두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이 사법시험 존치를 내용으로 대표 발의한 ‘변호사시험법·사법시험법 개정안’ 등이다. 이를 두고 18일에는 법조계·언론계·학계가 국회의원회관서 모여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토론했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신영호)는 ‘로스쿨 제도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이므로 특정 정치인이나 이익단체의 주장으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일부 법학계와 법조계,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협의회가 이날 갑자기 보도자료를 낸 것은 18일 열리는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국회 공청회’를 겨냥한 것이다. 협의회는 “로스쿨 제도는 ‘시험에 의한 선발’에서 ‘교육에 의한 양성’으로의 전환을 꾀한 것으로, 법조인 양성의 기본 틀을 바꾼 전면적 개혁”이라며 “그럼에도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사법시험 존치 법률안을 끊임없이 발의하고, 이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은 백해무익한 반개혁적 행동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사법시험 폐지를 전제로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한 후 오랜 기간 아무런 말이 없다가 폐지를 목전에 둔 지금에 와서야 갑자기 사법시험 존치 운운하는 것은 사법개혁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오로지 특정 집단·단체의 이익만을 대변한 즉흥적 주장”이라고 성토했다. 협의회는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사시 존치 법안 5건의 즉각 폐기도 요구했다.

또한 협의회는 로스쿨 하면 고비용으로 인한 학비 부담 문제와 불투명한 입학전형 문제를 가장 많이 떠올리지만 로스쿨은 실질 등록금이 학부 등록금보다 저렴한 곳도 많으며, 등록금 대비 36.2%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을 뿐더러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로스쿨이 출범한 2009학년도부터 2015학년도까지 입학전형의 불공정성에 대한 이의제기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제시했다.

협의회는 “로스쿨에서는 빈부, 학력, 배경 등과 관계없이 입학에 있어 완전한 기회균등의 정신을 살리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막연히 로스쿨에서의 빈부, 학력, 배경을 문제 삼는다면 사법시험 출신자 중 경제·사회·신체적 약자 출신 법조인의 수를 전수 조사해 실증적으로 비교해보자”고 제안했다.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영호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고 사법시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상황에서 뜬금없이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법조인 양성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합의 정신에도 반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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