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중기 전국교수노조위원장

▲ 노중기 전국교수노조위원장(한신대 사회학)은 "16만명 입학 학령인구가 준다고 그만큼 대학을 줄이는 것은 대학주체뿐만 아니라 모두가 파멸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 위원장은 "전국교수노조 설립반려는 위헌소지가 다분하고, 노동기본권을 무시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정발상"이라고 제기했다.

▲법외노조로 10년간 있다가 최근 다시 노조설립을 하게 된 배경은.

대학사회 광풍에 맞서는데 조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2005년, 2006년 두 차례에 거쳐 합법화 시도를 했지만 두 번 모두 무산된 이후 합법화보다는 실천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점차 어려워지는 대학사회를 바라보면서 조직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많은 교수들이 교수노조에 동참하고 싶지만 법외노조의 상태에서는 가입을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법화해 세력을 키우고 이를 매개로 대학과 학문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한다.

▲노조설립 재신고를 했는데 노조 설립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사실 합법화가 거부됐던 지난 2005년과 같은 이유로 설립신고 5일만에 반려됐다. 이번에는 반려처분을 당할 것을 예상하고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출하고 행정소송에서 교수노조가 법외노조라는 것에 대한 헌법 위헌제청을 할 계획이다. 혹여, 법원이 위헌제청을 하지 않는 다면 조합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다.

교수노조 합법화는 현행법에서도 가능함에도 막고 있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우선 OECD 국가 중 교수 노동조합을 막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또한 교수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법률적 근거로 교수는 교수이자 공무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부당하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교원들의 노동권을 제한됐는데 이런 오랜 역사가 교원들의 투쟁에 의해 교원노조라는 형태로 발전했다. 공무원들도 노동권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 2004년 공무원 노조를 합법화 시켰다. 따라서 교수가 교수이자 공무원이기 때문에 교수노조를 반대하는 법률적 근거는 오히려 헌법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 수 감소가 교수신분에 가장 큰 위험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교수노조는 앞으로 고등교육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행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은 상당히 무책임한 정책이다. 교육부는 학생이 줄기 때문에 그만큼 정원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모두가 파멸하는 길이다. 16만 명을 줄인다고 한다면 1600명의 신입생을 뽑는 대학을 기준으로 100개의 대학이 없어지는 셈이다. 1600명 대학은 보통 교수가 200명 정도다. 이런 대학이 100개가 없어지면 2만 명 교수의 신분이 불안해지는 것이다. 특히 시간강사는 이 보다 1.23배 정도 많은 강사들이 해고된다. 이에 앞서 대학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 수 만 명이 해고 위기에 처한다. 따라서 최소 5만 명 정도의 대학 주체들이 해고 혹은 신분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사립학교 비중이 80%가 넘어가는데 고등교육 예산지원의 대부분은 국·공립 대학에 지원된다. 때문에 대학교육은 대부분 학부모의 등록금에 의존하게 된다. 때문에 학생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립학교의 경제적 재생산의 위기인 것이다. OECD를 기준으로 해도 고등교육을 이렇게 운영하는 곳은 없다.

이에 대해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과연 수익자 부담원칙을 해야 하는 것이 맞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유럽에 많은 국가들은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수혜자는 직접적으로 개인이지만 장기적, 구조적으로 바라보면 결국 그 사회가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자원이 없는 한국이 선진국의 기반으로 올 수 있었던 것들은 인재들 덕분이었다. 때문에 좋은 인력을 키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고 전체사회의 책임임이 명백하다. 수익자 수혜자 부담이라는 논리를 적용해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을 전가하는 시스템이 바로 문제다. 앞으로 대학교육은 OECD의 다른 국가들처럼 교육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책임지는 교육의 공공성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국가에서 사립대학에 재정을 투입해 일정정도 공공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사립대학의 운영비용중의 일부를 국가가 예산으로 투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부 책임형 사립대학이 되면 족벌사학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면 공공적인 개입의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 추천 공적 이사를 투입할 수 있고 지역대학의 경우 지역시민사회나 대학의 주체들도 이사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수 1인당 학생수를 줄여 좀 더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평균적으로 교수 1인당 30명의 학생이 배정돼 있다. OECD국가들 평균보다 2배 가량 많은 상황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토론강의 수업을 받을 수 없고 맞춤형 지식을 전달받기도 힘든 상황이다. 재정투입을 통해 교수들의 신분을 보장한다면 학생들은 선진적인 토론수업과 맞춤형 교육을 통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대학공공성 강화를 하려면 재정이 문제인데...

정부는 국가재정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고등교육예산을 대폭 정비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선거 공약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고등교육예산을 GDP의 1.1%로 배정하겠다고 했다. 사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이 공약대로 재정이 투입 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현재 국가에서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예산이 8조에서 9조 정도 되는데 GDP1.1%면 15내지 16조정도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약 6조에서 많게는 8조까지 재정이 더 투입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약속만 지키고 교육부가 교육을 시장으로 보지 않고 공공성으로 보는 교육자적인 원리로 시각을 돌린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현재 사회, 교육 환경, 기회불평등으로 인한 신분과 가난의 대물림 등이 대학사회의 주요 문제인 저출산과 극심한 청년취업난으로 연결되는데 전국교수노조가 이런 한국사회 문제에 대한 접근과 표출방식은 어떻게 할 계획인지.

우선 이 문제를 접근하는 정부와 교육부의 시각에 문제를 느낀다. 청년들이 실업난으로 고용불안을 느끼고 비정규직 증대로 연애, 결혼, 출산을 기피하는데 이 문제의 출발점은 고등교육과 노동력을 공급하는 대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측은 기업과 국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기업과 국가 공공부분에서의 고용은 대학 주체들이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산업구조적 문제고 경제적 문제인데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 대학교수 혹은 대학에서 학생을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태를 왜곡하고 은폐하는 것이다. 일자리가 제한돼 있다면 그 일자리보다 많은 학생들이 경쟁한다고 했을 때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순서대로 취업을 하게 돼있다. 때문에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임을 교육부나 정부는 대학에 떠넘기고 있다. 대학의 취업률을 대학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정책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취업을 못시키는 것은 교육을 잘못하고 있는 대학 측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심지어 그 책임과 무관한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주지 않는 등으로 야만적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교육은 신분의 대물림을 만들어 내고 불평등을 제도화하는 장치라는 것과 신분 상승할 수 있는 계층이동의 수단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교육이 신분의 대물림을 만들어 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 과거 50~60년 동안 한국교육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교육이 이뤄졌는데 IMF 외환위기 이후 이 기능이 바뀌었다. 이렇게 된 중요한 이유는 교육의 서열화다. 이 서열화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대학교 1학년부터 패배자가 된다. 아무리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도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서열화된 구조는 교육 불평등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교육 당국은 대학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학구조개혁을 해야하고 서열화 구조를 완화시켜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오히려 정책을 통해 서열화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현재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5단계 대학평가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교육부가 구조조정을 빌미로 대학 서열화를 인정, 고착시키고 있는 것이다.기업의 시장논리를 대학에 곧바로 집어넣는 신자유주의적 교육폐해를 교육부가 집중적으로 재생산하는 반교육적, 야만적 정책이다. 대학서열화를 철폐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도 정부책임형 사립대·국공립대 비중 강화, 교육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이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 이 문제는 교육 주체인 교수노조가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수행이라는 두 가지 본질적 기능을 갖고 있는데 최근 들어 대학 기능이 인력생산이라는 비판 인력생산은 대학 기능 효율성을 높이는 필수적 작업이라는 두 의견이 대립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학 학제 개편이 이뤄지고 결국 교수신분 위협하고 있는데 교수노조의 생각은 어떤지.

교수노조 비판적 지식인의 입장은 대립되는 두 가지 관점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대학교육을 학생들의 취업과 무관하게 채우는 것은 당연히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자기의 능률을 기업에서건 공공부문에서건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하지만 취업만을 기준으로 교육이 이뤄진다면 좁게는 대학사회가 불행해지고 넓게는 우리사회의 위기가 올 수 있다. 최근 교육부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학에서는 학문보다 취업이 우선이라는 발언을 했는데 매우 반교육적인 생각이다.

인간은 직업생활 외에도 인간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적, 가족적, 정치적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특히나 오늘날 사회는 시장경쟁이 아주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 서로 연대하고 공동체적인 사회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다.

따라서 기업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를 만들어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따듯한 마음이 있고 공동체적 관심 있고 정치적 판단 능력이 있는 전인격적인 인간을 생산하는 것 또한 대학의 중요한 과제고 이 두 가지는 선후를 구별할 수 없다고 본다.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잡지 못하면 안된다. 한국사회는 이번 세대만 살고 끝마치지 않고 다음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데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기업에 필요한 학문만 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다.

미국 경제를 살렸다고 평가를 받는 애플사의 스티브잡스도 인문학과 첨단기술을 도입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첨단기술 그 자체의 가치만 따지는 것이 아닌 이 가치를 미래 지향적으로 결합할 수 있느냐 하는 인문학 적인 시각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교수, 학생 권리가 침해되고 교수의 비정규직화가 가속화되면서 헌법상 보장되는 노동기본권을 되찾겠다는 것이 교수노조 재신고의 배경인데 교수노조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교수노조는 좁게는 우리 대학의 현실, 청년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기본권을 갖고 교수노동자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넓게는 시장화 돼 있는 교육을 바꿔내고 선진국에 비교해서 질적인 내용이 빈약한 우리 학문의 질적 도약을 위해 노조설립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는 교수노조 설립이 힘들다고 본다. 헌법적인 권리가 침해받았다는 맥락에서 위헌, 헌법소원 방식으로 대학주체, 대학교수, 직원, 학생들도 최소한의 법적 권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올해 교수노조의 핵심사업은 전략조직화다. 현재 조합원 숫자를 배가하자고 하는 것을 대의원회의에서 결정하고 힘 있게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 1100명하면 조직률이 1.5%다. 이 조직률로 유의미한 교육혁신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조직화노력을 하는데 근본적으로는 법적지위를 노동자들이 가질 때만 조직력을 가질 수 있다.

▲전국교수노조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일단은 합법화가 되면 현재보다 10배정도 조직력을 금방 확보할 수 있다. 5000명 이상으로 보는데 5000명으로 보면 정규직 대학교수가 7만 명이라는 교육부 통계에 기반해 보면 14분의 1로 10%도 안 되는 수치지만 이 정도 조직력을 확보한다면 대학공공성을 높이는 운동을 할 수 있다. 일반노조는 조합원들의 수가 중요하지만 교수노동조합은 다르다. 교수는 지식인이고 하는 일이 굉장히 많고 복잡하다. 이런 중에 교수노조 운동 대학을 재건해야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10%가 생기면 사회적 발언권이 막강해질 것이다. 10% 조직력만 확보하면 교육부와 족벌사학이 주도하는 시장주의적 대학을 망치는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더 나아가서 자치기구로서 대학, 비판적인 사회기구로서 대학을 재건하고 사교육 중심의 교육을 공교육 중심으로 옮겨내는 교육혁명을 할 수 있다. 결국 질 높은 학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난 4월 13일 민주노총 총파업 총투표 결과 기자회견에서 노 위원장은 대학구조조정 규탄발언을 했는데 앞으로 민주노총과 어떤 연대관계로 활동할 예정인지.

실제로 교수가 노동자냐 아니냐에 대한 물음은 교수사회 내부에서도 중요한 화두다. 과거 교수는 노동자가 아닐 수 있으나 현재는 명백히 노동자다. 보통 대학교수라고 하면 정치권에 진출하고 사회적으로 욕망 있는 ‘철밥통’이라고 보는데 이는 대학교수 중 2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의 교수는 그 사람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으나 열악한 사람이 많다. 전국지역을 다니다 보면 정규직 교수로 연봉이 2500만원도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비정규 교수보다 경제적 소득이 낮다. 심지어 구조조정의 광풍 속에서 많은 교수들이 해직되고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교수가 철밥 그릇이고 귀족이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최근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사립대학의 재정이 심각해지고 교수들의 신분 불안 불이익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해직당하고 있다. 때문에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오히려 우리 현실에 맞는 투쟁이라고 말하고 싶다. 민주노총에서도 대학구조조정이 대학에서 노동자들의 신분불안 위기라고 받아들이면서 총 파업 6대 과제 중 하나로 대학주체인 교수, 직원, 학생, 비정규노동자의 문제도 함께 싸워야 하는 문제로 포함시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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