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질, 계량화 결코 가능하지 않다”

평가 공정성·정당성 잃으면 저항 반발 일어나 미 워싱톤 특파원 김성환l승인2015.06.0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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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0월에 발표된 US News 베스트 글로벌 유니버시티 랭킹

 

[U's Line 미 워싱톤 특파원 김성환] 미국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은 “US News & World Report가 입학 경쟁률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 경쟁률이 낮은 대학이지만 경쟁률이 높은 대학보다 더 우수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며 평가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발언을 했다. 이어 글래드웰은 “대학의 질을 객관적으로 계량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제기했다. 심지어 US News측도 "대학 강의의 질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하고 “대학순위 평가는 결코 완벽한 것이 아니고 참조사항 정도”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미국에서 US News가 발표하는 ‘베스트 칼리지’ 순위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미국의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1가량이 이 주간지의 대학 평가 순위가 자신이 진학하는 대학을 결정하는 데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했다. 이 주간지의 대학 순위 평가에서 톱 25에 드는 대학은 신입생 지원 비율이 평균 6∼10%가량 증가한다고 CQ 리서처가 보도했다.

“유명 교수 많은 것, 강의 질 비례하지 않아…”

대학평가가 발달한 미국은 평가의 계기는 대학발전 가능성에 따른 기부금, 기업 리크루트에서 대학 전공별 참조 등 대학평가 목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을 가름하는 용도였다. 따라서 평가대상을 원하지 않는 대학은 굳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 배출된 학생들의 능력과 열정을 사회에서 바라보는 평가에 맡기겠다는 대학도 나온다.

대학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대표적인 대학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배출한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리즈대학이다. 이 대학은 US News& World Report가 유명하지만 대학평가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US News의 대학평가가 리즈대학이 보기에는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리즈대학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강의의 질을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중요하지만 이 기준을 교수들의 피인용 논문발표 등으로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학생들이 그 교수에게 수업 받을 기회가 많다는 것은 보장할 수 없다”고 제기한다.

US News 대학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더 있다. ‘대학 적합성 및 생산성 센터’의 리처드 베더 교수는 “US News 평가가 여러 가지 순위평가를 모든 종류의 인풋으로 측정할 뿐 아웃풋은 측정하지 않는다. 평가기관들은 학업에 드는 각종 비용, 종신직 교수의 수 등 여러 가지 인풋을 측정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어떤 종류의 교육을 받는가 하는 아웃풋은 측정되지 않는다.”고 말해 리즈대학과 비슷한 의견을 냈다.

워싱턴 소재 ‘대학 적합성 및 생산성 센터’는 인풋 위주에서 아웃풋 위주로 대학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기한다. 리처드 베더 교수는 “US News 평가를 점수로 매기면 D를 줄 것이다. 인풋 위주로 대학교를 평가하는 것은 사용하는 요리 재료를 바탕으로 주방장의 솜씨를 평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한다. 리처드 베더 교수는 “주장방의 평가는 요리를 시식해 봐야하는 것이다”고 말하며 교육의 결과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베더 교수 “인풋 보다 아웃풋이 더 중요한 기준”

이 센터의 연구는 여러 가지 교육적 아웃풋 측정방법을 사용한다. 그 가운데는 로즈 장학금과 같은 포상이나 장학금을 받은 대학 졸업자의 비율과 미국 인명사전에 들어간 졸업생 수 및 학생들의 교수에게 내린 평점 등이 차지한다. 베더 교수는 대학의 교육적인 아웃풋 측정 방법도 ‘불완전한’ 경우가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인풋 대신 아웃풋을 중심으로 하는 데는 의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렇다. 미국 일부 명문대들은 인풋과 아웃풋 양면에서 정상급에 속하지만 순위 면에서는 커다란 변화를 보인다.

US News & World Report나 베더 교수의 센터의 평가에서 미국의 최상위 명문대학교 셋은 같지만 순서는 다르다. 베더 교수의 연구소 평가에서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순위이고 US News & World Report에서는 프린스턴, 하버드, 예일 순이다. 그러나 일반 대학 가운데서는 상당히 큰 변화가 있다. 양쪽 평가에서 윌리엄스와 암허스트가 상위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나 베더 교수의 센터 평가에서 워싱턴 리 대학은 15위에서 6위로 올라갔고 바나드 대학은 30위에서 8위로 올라갔다. US News & World Report의 인풋 위주 평가에서 37위인 위트먼 대학은 베더 교수의 아웃풋 위주 평가에서는 9위로 올라갔다. 워바시 대학은 52위에서 10위로 올랐다. 웨스트포인트는 22위에서 7위로 올랐다.

미 교육저널리스트 토머스 소웰이 자주 인용하는 아웃풋 측정 기준중의 하나인 박사학위를 딴 졸업생 비율은 US News이던 베더 교수의 센터에서던 제외됐다. 졸업생의 박사학위 취득자 비율 순위에서 소규모 대학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위의 두 평가에서 상위 10위에 들지 못한 그린 넬 대학은 하버드대나 예일대보다 박사학위를 딴 졸업생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어떤 기준도 완벽한 평가를 할 수는 없다. 대학교를 평가한다는 발상 자체가 의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학교를 정할 때 특정인에게 중요한 요소는 다른 사람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미국 교육학자들과 오랜 기간 동안 교육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 제기이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상당수의 대학이 유에스 뉴스나 포브스의 평가 기준에 맞춰 대학 순위를 올리려고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텍사스주에 있는 베일러 대학은 순위 상승을 위해 2억달러(약 2148억6000만원)를 투자했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도 정당성 확보가 관건

최상위급 대학에는 우수 학생이 몰려들고, 기부금이 쏟아져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위권 대학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 평가 기준에 맞춰 각 대학이 순위를 올리려고 치열하게 막후에서 경쟁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평가 점수를 올리기 위한 편법을 동원하다가 들통 나 수모를 겪기도 한다.

미국 대학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항목이 신입생의 SAT(한국의 수능) 성적이다보니 일부 대학은 SAT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응시자는 일단 입학 허가를 보류하고, 나머지 학생들의 SAT 성적을 평가기관에 제출한 뒤 뒤늦게 SAT 성적이 낮은 학생을 추가로 입학시키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의도적으로 과장하거나 부풀린 점수를 평가기관에 제출하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반 국민에게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미국 주요 대학의 등급을 매겨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만 대학의 등수를 매겨 서열화하지는 않고, 대학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한 뒤 이를 등급으로 나눠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에서는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해 대학등급을 매기고 이에 따라 대학 입학정원의 감축 폭을 결정하는 것이 핵심인 평가가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는 대학’과 ‘정원을 줄여야 하는 대학’과의 차이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비교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평가의 정당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저항과 반발을 부른다. 대학평가로 대학의 존폐를 좌우해서는 곤란하다. 평가는 사회 각 주체들의 참조용이다. 이 참조가 과학적이고, 설득력이 있을 때 교육부가 원하는 평가의 효과는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다. <끝> 


미 워싱톤 특파원 김성환  news@us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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