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현장산업 역군 배출에 대한 몰이해가 가장 큰 문제

대학 입시생 10명 중 4명. 국내 중소기업 인력충당 60%. 평균 취업률 60.7%.(2011년 기준) 누적 졸업자수 450만명(34년간) 전문대학의 성과적 수치다. 전문대학은 그간 산업 현장형 인력을 배출하며 한국산업의 발전에 궂은일을 도맡아 왔다.

하지만 전문대학의 미래는 암울하다. 무관심한 정부의 지원 정책, 특성화고의 압박과 4년제 대학의 무차별 공격, 학력차별,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4년제 비해 비교적 저렴한 학비와 높은 취업률의 전문대는 이제 학령인구 감소, 4년제 대학의 몰리는 정부의 지원, 4년제 대학의 개설학과 베끼기 등에 포위돼 있다. 전문대의 역할 부실은 산업의 가장 중요한 축인 현장중심의 인력공급 부족현상을 야기하며 평생교육 차원의 기회상실을 뜻하기도 한다. 산업 가교역할과 전 국민의 평생교육 축의 지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 2020년엔 50%대 충원률 예상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4월 내놓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충원율 전망’에선 전문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 예상 학령인구는 41만명. 2012년(69만명)에 비해 59.4% 감소되는 수치다.

전문대는 2015년 미충원 사태가 본격적으로 일어나 2019년 입학정원이 80%, 2020년 후반에는 50%선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4년제 대학은 2020년대에도 80% 후반대의 충원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대해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노동인력 감소는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전문대의 이탈율을 줄이기 위해선 재교육 및 평생교육의 충실한 역할을 어떻게 해낼 것이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제시했다.

4년제와 특성화고 낀 전문대

4년제 대학과 특성화고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다. 4년제 대학은 특성화된 전문대학의 과를 무분별하게 강탈(hijacking)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79개의 4년제 대학 204개 학과가 전문대 학과를 베낀 것으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물리치료, 방사선 등 보건 관련 학과(59.3%)와 피부미용 관련 학과(12.3%)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해당 분야는 대부분 전문대에서 높은 취업률로 부각된 이른바 취업률 상위 학과들이다.

또한 재정지원 압박이라는 족쇄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재정 지원 제한 대학’ 선정 요소에 취업률 비중을 20%로 상향했기 때문이다.

신동은 연구원은 “교과부가 4년제 대학에 무차별적으로 학과를 인증하고 있다”며 “4년제 대학들은 학과개설의 짧은 준비기간 때문에 내실화가 되지 않은 상태로 학과를 운영하는 폭정을 휘두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전문대 유사학과를 개설한 4년제 대학 중 46.8%(94개)가 2006년 이후 만들어졌고, 광역시 이외 지방 대학에 개설된 경우가 73.5%(105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여기다 교과부는 4년제 대학 입학사정관제에는 선도대학, 우수대학 등으로 분류해 연간 대교협을 통해 지원되는 액수가 올해 60개 대학에 391억원이나 지급됐으나 전문대의 경우에는 지원자체가 아예 있질 않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전문대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직업교육인 전문대가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훨씬 부합함에도 정부의 4년제만의 편파적 지원은 한국 교육당국의 직업의 사시(斜視)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거친 힐난 을 보냈다.

또한 특정 분야 인력 및 전문 직업인 양성을 배출한다는 취지로 운영되는 특성화고와 산업계 수요에 연계된 맞춤형 교육을 운영하는 마이스터고도 전문대에게 부담스러운 존재이긴 마찬가지다. 이기우 회장은 “두 고교의 활성화는 필요하다고 공감한다. 하지만 선(先)취업 후(後)진학 연결고리를 기대했던 전문대로서는 맥이 빠지는 것 제도”라고 아쉬움을 털어났다.

교과부는 전문대 앞에선 ‘모르쇠’ 일관

정부의 전문대의 몰이해적인 자세는 전문대학의 발전저해와 운영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대학은 전체 대학의 42%, 입학정원의 38.8%를 차지한다.(2011년 기준) 이에 반해 자금지원은 비닥수준이다.

2010년 전문대학 지원금은 2965억원으로 전체(5조500억원) 예산의 5.6% 규모다. 학생 1인당 지원 금액을 비교해 보더라도 전문대(99만원)는 4년제 대학(212만원)보다 무려 113만원이나 적은 금액이다.

여기에 전문대학의 주요 재정지원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은 가뜩이나 줄었다. 올해 예산은 23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전문대학이 사회에 기여와 역할에 비해 정책 우선순위에서 전문대의 존재는 너무 가볍다.

이기우 회장은 “과거 4년제 대학은 심화 학습, 전문대학은 중견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과부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시대는 변화하고 있는데 인식은 과거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데 있다”이라고 꼬집었다.

계획성 있는 중장기적 투자 + 현장교육만이 해법

위기에도 탈출구는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재정 환경 변화를 꼽는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재정이 가장 먼저 선행이 필수적”이라며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학비 지원 및 교육 환경의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고등교육에서 정부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2.3%.(2011년 기준) OECD 평균인 68.9%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GDP(국민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대비 공교육비 부담 비율도 0.6%(OECD 평균 1%)로 낮은 편이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의무고용제도 확립도 당위성을 얻고 있다. 이기우 회장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대기업에서 지방대생의 의무고용제 확대는 노동유연성 확보와 지역 거점대학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대학법 통합의 필요성도 또다른 경쟁력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2005년 18개 산업대는 2012년 현재 2곳(청운대, 호원대)에 불과하다. 전문대협의회 측은 실무중심의 4년제 대학 전환을 꼽으며 대만 과학기술대학교를 예로 들었다. 전문대학 고유의 장점인 내부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산학협력 교육체제를 국가직무능력표준화(NCS)를 활용한 산학일체 과정 이수형 자격제도를 전문대 활성화에 적극 도입해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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