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콘서트홀에서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900석이 넘는 강연장이 청중들로 가득 차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피케티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20일 연세대에서열린 특강에서 한국 대중들과 처음 만났다. 이날 900석이 넘는 강연장이 청중들로 가득 차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피케티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대 교수가 방한 마지막 날인이날연세대 백양콘서트홀 강단에 올라 "민주적 논쟁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민주주의 제도를 재창조해 나가야 한다. 불평등에 대해 싸우고 행동하고 쟁취해야 한다."고 첫 말을 꺼냈다.

피케티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서는 추세 속에서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 등 책을 통해 소개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아울러 대학생과 직장인이 대부분인 청중들을 향해 대학교육과 노동임금의 격차도 언급했다. 그는 “기금이 충분한 대학들은 기금을 투자해 소득을 창출하면서 그렇지 않은 대학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소득 수준에 따라 대학 교육의 접근성이 다른 것도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교육과 소득 불평등의 연관관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피케티 교수는 "미국의 경우 상위 대학들은 기금을 통해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상당한 수입을 가져간다. 기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대학과 점점 격차가 커지고 대학 간 불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고등교육에의 접근성, 어느 대학을 졸업하느냐에 따라 소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피케티 교수는 부의 편중 현상을 ▲저성장 기조 속 자본축적 ▲수퍼 경영자들의 고액 연봉 ▲교육 불평등 ▲민영화 현상 등으로 구체화하며, 이 같은 흐름들이 나중에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유럽국가들이 1차 세계대전을 했던 이유는 극심한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과 일반인을 상대로 열린 이번 강연에는 800석 넘는 좌석이 청중들로 빼곡히 찼다.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이어진 피케티 교수의 강연은 올해의 화제작 '21세기 자본'(글항아리)의 주요 내용들을 저자가 직접 소개한 후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지난해 9월 프랑스에서 발간된 후 영어로 번역됐고, 최근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어판이 발매됐다.

피케티 교수 자신의 책에 대해 "소득 불평등에 대한 가장 방대한 데이터가 담겨 있다. 나를 포함해 여러 명이 합동해 연구한 내용"이라며 "'불평등'은 오랫동안 중요한 논쟁으로 다뤄져 왔다. 이 책이 그에 대한 해결책이 되진 못하겠지만, 그 이슈를 부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서는 '자본소득비율'이라는 개념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이는 소득 대비 자본의 비율을 뜻하며, 높아질수록 불평등 현상은 심화된다는 것이 피케티 교수의 논리다. 그는 '1870~2010년대 유럽 내 국가들의 자본소득비율'을 나타내는 데이터를 소개하며 "2차세계대전 이후 자본소득비율이 쭉 상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곧 자본의 축적을 의미한다"며 "자본 축적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연금이나 부동산 등 자본이 불평등하게 분배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불평등으로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제도는 항상 재창조돼야 하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그의 학문적 성향과 경제학 외의 관심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 자신이 마르크스주의자인지 묻는 질문에 “스스로 마르크시즘에 가깝다고 정의하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민주주의와 부의 분배, 시장의 힘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또 문학작품과 영화를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훌륭한 문학작품이 사회적 진실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지나친 이론의 정교함만을 좇으면 좁은 문제에 국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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