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들 학업을 즐길 대학 찾는 것이 중요

세계적 유학ㆍ입시교육 컨설팅 기관인 ‘프린스턴 리뷰(Princeton Review)’의 데보라 엘링거 대표(55)는 20년 가까이 경영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도 두 딸을 나란히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권에 진학시켰을 만큼 자녀교육에 관심이 크다. 큰딸은 작년 코넬대를 졸업해 올해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고, 작은딸은 현재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제학과(3년)에 재학 중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타이거맘`(자녀를 혹독하게 교육하는 엄마를 지칭하는 미국 용어) 열풍이 불 정도로 자녀교육법에 대한 학부모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정작 엘링거 대표 본인은 이와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자녀가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습관과 환경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등 자율성을 길러줘야 한다"며 "부모가 할 일은 아이들을 학교 성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들 결정을 차분히 믿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무용품 기업인 스테이플스 부사장, 경영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임원 등을 지낸 엘링거 대표는 경영인으로서 성공비결로 `교육`을 꼽는다. 30여 년 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추상적 개념을 공식으로 풀어나간다`는 수학의 학문적 매력에 매료된 그는 회계학ㆍ재무학까지 관심을 넓혔다고 한다. 미ㆍ적분과 함수 등 디테일한 수학공식을 동원해 밤을 지새우며 문제를 풀던 습관은 자연스럽게 경영인이 되겠다는 꿈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15일 한국을 찾은 엘링거 대표는 2박3일 일정을 통해 한국 학생들을 만났다. 2016학년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시험체계 변화를 앞두고 관련 정보와 유학 팁 등을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한국 입시에 대해 묻자 그는 군비경쟁(국가 간 무기 개발 경쟁)에 빗대며 "한국 학생들이 무수한 노력을 입시에 쏟아붓는 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학생들이 자신들 목표와 꿈은 포기한 채 자신들 의지와 상관없는 경쟁에 내몰리는 것 같다"고 염려했다.

-교육계 경영인이자 두 자녀의 부모로서 교육 비결이 있다면.

▶대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두 딸에게 난 항상 같은 말을 했다. "너희가 학업을 즐길 학교를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The most important thing was to find a college that you would enjoy)"고. 물론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적성과 재능, 자신에게 맞는 공부 환경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자율성을 갖고 열정적으로 목표의식을 갖는 건 결국 성인이 되는 과정이다. 물론 두 아이 모두 결과적으론 훌륭한 대학에 진학했지만 말이다. 무조건 방치하기보다는 아이들이 꾸준히 관심과 정서적 배려를 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

사실 교육업도 본질은 비슷하다. 단순히 `고객 요구를 파악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경영전략은 다른 사업에서 통할지 모르지만 교육업은 다르다. 학생이 대상이라면 이들이 꿈을 실현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이들이 목표를 펼쳐나가는 데 기여한다는 뜻에서 (여느 비즈니스보다) 진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교육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교육은 대학 다닐 때부터 꿈꾸던 분야였다. 특히 학문에 대한 관심이 경영인 꿈을 꾸는 데 큰 도움이 됐기에 고등교육의 힘을 신뢰한다. 전문성을 키우고자 관련 분야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을 정도다. 타의에 의해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학문적 관심을 꾸준히 가지면 직업인으로서 열정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자 인생에 비춰봤을 때 교육 비즈니스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고객 요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둘째, 사업에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사업은 수요자가 `청소년(Teenager)`이란 점에서 독특성을 지닌다. 학생들이 대입 목표를 설정하는 데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이들 진로에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갖는 등 진정성이 높아야 한다. 매출, 영업이익 등 가시적 성과가 전부가 아니란 뜻이다. 그리고 (입시)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경영상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은 여느 비즈니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린스턴리뷰는 여느 기업군과 마찬가지로 인수ㆍ합병(M&A)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엘링거 대표 경영철학은 무엇인지.

▶최근 들어 대입 컨설팅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작년엔 대입 컨설팅 기업인 컬리지와이즈(Collegewise)를 인수하며 사업 외연을 넓혔다. 컬리지와이즈가 소유한 각 주 입시 컨설턴트를 대폭 활용해 프린스턴리뷰 소속 학생들에게 입시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다. 자녀교육도 마찬가지지만 직원들에 대한 자율성도 중요하다. `현지화(localize)` 전략을 위해 각 국외 지사에 경영 자율성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것이다. 현지 경영자가 교육ㆍ유학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인수ㆍ합병 등을 권장하기도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엘링거 대표가 부임한 이래 프린스턴리뷰 매출액은 줄곧 안정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한다. 중국 경제 부상에 힘입어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중국 대학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또 다른 입시체계를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학생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미권 대학 위상이 꺾일 수 있다는 게 미국 교육업계에 퍼진 공통적 고민이다.

이 같은 고민은 우리나라 통계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2년 국외 한국인 유학생은 미국이 7만3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6만3000여 명)이 그 다음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 유학생이 2001년 1만6372명에서 11년 만에 4만6483명(283.9%)가량 증가했다. 반면 미국 내 유학생은 5만8457명(2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각종 유학통계를 살펴보면 베이징대 등 중국 대학에 유학생이 몰리는 현상을 감지할 수 있다. 영미권 대학이 미래에도 강세를 이어갈까.

▶중국 경제 부상에 힘입어 예비 유학생들이 중국 대학에 관심을 갖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비리그 등 미국 대학은 여전히 강세를 나타내며 이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도 미국을 찾는 유학 수요가 꾸준하다. 예컨대 작년 미국 대학에 입학한 유학생 숫자는 전년에 비해 7.2%가량 증가했는데, 이 상승분 가운데 20% 이상이 중국 출신이다. 경제 성장과 무관하게 미국이 선진교육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미국 대학 중 일부인 아이비리그가 현재 위상을 견인하는 게 아닌가. 수험생들이 아이비리그에 몰리면 미국 내 `대학 서열화`만 견고히 한다는 지적도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아이비리그 대학 우수성이 꼭 학생 진로를 보장해주는 게 아니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학교 이름도 중요하지만 자기 재능과 적성에 맞는 전공, 공부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활용해 해당 학교 인기 전공과 커리큘럼 등을 완벽히 파악해야 진로 설계가 가능하다. 예컨대 시카고대와 UCLA(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 등은 비(非)아이비리그권이지만 `경제학`만 놓고 보면 최상위권에 속할 만큼 위상이 높다.

내년이면 프린스턴리뷰는 경영 환경상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다. 2016학년도부터 미국 대학 입시에 필수 관문인 SAT 시험체계 변화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SAT를 주관하는 미국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2016학년도부터 SAT는 영어 읽기ㆍ쓰기, 수학, 에세이 3개 영역으로 과목을 구분하지만 기존 필수과목인 작문(에세이) 영역이 선택으로 바뀌고 총점도 2400점 만점에서 1600점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고1에 해당되는 예비 유학생이라면 체계 변화에 발맞춰 시험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6학년도 SAT 체계 변화를 앞두고 일부 수험생 사이에선 혼란이 예상된다.

▶SAT 체계 변화가 미국 대학 입시 과정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분적으로 바뀌는 새 유형에 적응만 잘한다면 입시에 별다른 불이익은 없다. 뿐만 아니라 SAT 외에 내신, 대학과목 선이수(AP) 등 다른 입시 변수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프린스턴리뷰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 입학관리자 1500여 명은 SAT 점수와 더불어 내신성적(GPA)을 주요 입학변수로 꼽았다고 한다. 또 프린스턴리뷰를 비롯해 교육업계에서도 이 변화에 발맞춰 교재와 수업 내용에 변화를 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학생도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면서 연습(practice) 기회를 넓혀 문제 유형을 익혀나가야 한다.

-꽤 오랫동안 한국인 수험생 특징을 관찰한 것으로 알고 있다. SAT 시험 체계 변화가 한국 학생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학생과 학부모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하고 싶다. 우선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 학생들에게도 어려운 어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반면 수학 영역 난도는 높아지겠지만 평소 이과에 강한 한국인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프린스턴리뷰도 한국 교육환경에 맞게 학생들에게 꾸준히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학생들은 `읽기(Reading)` 분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이 어디서든 쉽게 단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모바일앱을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우리나라 `예비 유학생`을 위해 명문대 입학 비결을 소개한다면.

▶첫째, 자신을 드러내는 기술을 갖춰라. 경쟁률이 높은 미국 대학일수록 사람에 대해 깊이 관찰한다. 입학 에세이, 교외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둘째, 언급한 것처럼 자신이 공부할 대학 환경을 일찌감치 파악해라. 가능하다면 학교를 방문해 1시간가량 강의실과 기숙사 등을 거닐며 적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셋째, 우수한 성적은 입학뿐 아니라 장학금으로도 직결될 수 있다. 우수 학생에게 성적은 기본이다.

■ She is…

△1959년생(잉글랜드 케임브리지 출생) △198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졸업 △1987년 이너템플법학원 졸업 △1989~1999년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 △1999~2001년 스테이플스 수석부사장 △2007년~ 내셔널라이프그룹 이사 △2012년 5월~ 프린스턴리뷰 대표

■ 프린스턴리뷰는…

1981년 설립된 프린스턴리뷰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매년 수험생 350만여 명을 미국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글로벌 영어시험 교육기관이다.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대학원 유학자격시험(GRE) 등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을 위한 대입 어학원, 유학 컨설팅 사업을 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350만권 이상 팔린 프린스턴리뷰 어휘 교재 `워드스마트(WordSmart)`는 예비 유학생 사이에 `입시 바이블`로 통한다. <매경뉴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