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을 세월호 이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라는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5일 0시40분께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선거운동본부에서 이렇게 당선 소감을 밝혔다. 전날 오후 6시 출구조사에서 이미 ‘당선 유력’으로 발표됐지만, 강남 지역 개표가 늦어져 당선 소감 발표를 늦췄다. 날이 바뀐 뒤에야 꽃다발을 받아든 조 당선자는 “이번 선거의 승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입을 뗐다.

조 당선자는 “평소 주목을 받지 않던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을 포함해 민주진보 후보들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것은 한국 교육이 세월호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당선의 기쁨보다 책임감이 앞선다. 현재와 같은 교육 체제는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라는 요구가 이번 선거에서 표현됐다. 세월호 이후 한국 교육의 새로운 변화 과제를 끌어안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혁신 교육’의 승리 원인으로는 ‘협력과 인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창의·인성 교육을 실험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조 당선자는 “서울시교육청이 창의·인성 교육을 향한 자발성이 발현되고 꽃 피도록 지원하고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교육 현장은 부단히 혁신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1기 진보교육감 시대 혁신 교육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계승하며 1기 시대에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진보 교육감의 당선으로 불안해하는 보수적인 ‘학부모 유권자’들에게도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좋다”고 강조했다. 조 당선자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의 뜻뿐만 아니라 보수 후보에게 표를 주신 유권자의 마음과 의사도 채찍으로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정책은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요하다. 서울 교육정책의 안전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교육행정을 펴나가겠다. 전임 문용린 교육감이 해오시던 것 중에도 자유학기제 등 긍정적인 것들은 적극적으로 계승해서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당선자는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로서, 화해와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갈등과 다툼과 싸움의 장처럼 보인다. 선거는 민의를 재확인해서 한단계 더 높은 화해와 협력을 이루려는 진통 과정이다. 새로운 민의에 기초해서 한 단계 더 높은 화해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 영역에서 한 단계 더 높은 화해와 협력을 위해 다른 후보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핵심 공약은 무엇보다 ‘일반고 전성시대’라며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예정대로 제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당선자는 “부모님은 자식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고, 일반고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고도 원하는 대학, ‘일류대학’에 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공립 1곳과 사립 10여곳 등 붕괴 위험이 있는 ‘D 등급’ 학교시설은 긴급하게 점검·보완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당선자는 초반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한 ‘터닝 포인트’로 두번의 큰 기회를 꼽았다. 하나는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와 경쟁이다. 조 당선자는 “윤덕홍 선생님이 들어오셔 야권 분열의 위기감과 동시에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윤덕홍 후보께서 후보등록을 안 하셔 제가 지지도의 비약을 이룰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둘째로는 “제 둘째 아들의 편지와 고승덕 후보 따님의 편지가 서울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전국민의 관심을 불러와 지지도가 비약했다”는 짚었다.

애초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았는데도 헌신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와 기적을 만들어낸 지지자들한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조 당선자는 “부족한 저를 믿고 지지해준 유권자들, 부족하고 빠듯한 선거본부에서 헌신적으로 일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힘겨운 선거운동 기간 늘 함께해준 가족·친지·선후배 동료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다른 후보한한테 상처를 드린 게 있었다면 이해해주시기 바라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주신 고승덕, 이상면, 문용린 후보께도 감사한다”는 말로 회견을 마무리했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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