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단협 한상권 교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주장

한상권 학원단체협의회 상임대표를 만나 최근 문대성씨의 논문 표절 논란 등 국내 대학의 논문표절 실태와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대성 당선인의 표절 논문 논란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4월 20일,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예비 조사 결과를 통해 “문 당선인의 논문은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문 당선자는 결국 탈당을 선언했다. 쟁점은 이제 ‘표절 의혹’에서 ‘대필 의혹’로 옮겨 붙고 있다.

이번 표절 논란은 피의자만 있고 그 어디에도 피해자가 없다. 억울해서 울분을 터트리는 대개의 원작자들과 달리 문대성 표절 논란의 원작자로 지목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묵묵부답이다. 이는 대필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상임대표직을 맡고 있는 덕성여대 한상권 교수와 만나 이번 표절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단협은 문 당선인의 표절 논란이 막 제기되던 지난 4월 1일 학술단체로는 처음으로 “문 당선인의 논문은 표절이다”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본격적인 표절 논란에 불을 지핀 곳이다.

―결국 학단협 최초 입장 발표와 같이 국민대 윤리위 예비 조사에서 문 당선인의 논문을 표절로 판단했다.

▲당연한 결과다. 지난 4월 1일 우리가 최초 입장에서 밝혔듯이 문 당선인의 논문은 문제의 원작 논문(명지대 김백수 씨 박사학위 논문)과 단락만 30개가 겹친다. 심지어 결론 부분도 겹친다. 문 당선인은 아마도 뭐가 표절인지 모르는 사람 같다. 교과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명제나 데이터가 유사하기만 해도 표절이다. 문 당선인의 논문은 그것을 넘어 복사 수준이다.

―문 당선인의 표절 논문과 관련된 책임 소재가 주변으로 옮겨 붙고 있다.

▲그렇다. 가장 이상한 것은 문 당선인의 지도교수인 김 아무개 교수다. 대개 지도교수 같은 경우 자신의 학생이 논문에 있어서 표절 시비가 붙으면 앞장서서 방어를 해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김 교수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상하지 않나. 문 당선인의 표절 논문을 직접 감수하고 지도했던 사람인데 말이다. 그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도교수가 표절 사실을 알고도 숨겼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아예 논문 심사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개 체육대학원이나 특수대학원들은 그런 경우가 많다. 원래 논문심사는 ‘연구계획서제출(지도교수 승인)→연구윤리강령서명→예비심사→중간발표→결과보고서작성→퇴고→가제본 제출→심사위 5명 승인’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심사과정만 제대로 거쳤다면 표절 논문이 나올 수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지도교수에게 가장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물리적 시간상의 문제다. 문 당선인이 석사학위를 받은 것이 2003년이고,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2007년이다. 문 당선인은 2004년도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선수생활을 한창 하면서 단시간에 제대로 박사 학위를 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최근에는 문 당선인의 ‘표절 의혹’이 ‘대필 의혹’으로 확전되고 있다.

▲설득력 있는 얘기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대성 표절 논란’은 이상한 특징 하나가 있다. 피의자 문대성은 있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원작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하지 않나. 원래 표절 사건은 원작자가 피해 사실을 알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군다나 문제의 지도교수도 나서지 않고 있다. 무슨 커넥션이 있다는 것이다.

―문대성과 원작자 사이에 커넥션이 있다는 얘기인가.

▲최초로 문 당선인 논문의 원작자로 지목된 것은 명지대 김백수 씨의 논문이다. 그런데 김 씨 역시 피해를 호소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문 당선인과 김 씨 이전에 진짜 원작자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동아대 김태일 교수 얘기다. 김 교수가 결국 문 당선인과 김백수 씨 논문의 원작자라는 것이다. 그가 교수 임용을 대가로 문 당선인의 논문을 대필해줬다는 얘기는 분명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원작자들이 서로 나서서 문제 제기를 했을 것이다. 분명 일반적 양상과는 다르다.

▲ 한상권 교수는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인 논문은 표절을 넘어 복사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동아대의 책임 소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동아대가 문 당선인을 감싸고 돌고 있다. 동아대가 알아서 문 당선인의 사표를 받고 수리해야 하는데 동아대는 문 당선인을 무척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은 달리 보면 동아대의 임용비리 사건이다. 표절 논문을 쓴 문 당선인을 임용한 것은 동아대다. 학교가 그런 사람을 비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반드시 동아대를 감사해야한다(인터뷰가 진행되던 지난 4월 25일에 동아대는 뒤늦게 ‘실태조사위원회’를 꾸렸다).

―표절 논문에 대한 규제 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그렇다. 표절 논문 문제는 계속 반복돼 왔다. 그런데 이를 규제할 법적 장치가 전혀 없다. 지난 2008년 교과부가 면피용으로 8개 조항의 가이드 라인을 마련한 게 전부다. 있으나마나한 조항이다. 정부가 150억 원을 들여서 논문검색기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

▲물론이다. 정부인사 대다수가 이러한 표절 논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 인사 상당수가 석·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이러한 풍토는 문 당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 풍토 전반에 걸쳐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규제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학문 선진국에서 표절은 큰 범죄 행위다. 문 당선인과 같은 표절 행위는 인격파탄자, 사기꾼 취급을 받는다. 해외였다면 존립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 4월 2일 헝가리 슈미트 대통령은 20년 전에 쓴 논문이 표절로 밝혀지자 스스로 물러났다.

―문대성씨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얘긴가.

▲이번 사태를 두고 당사자인 문대성씨는 물론 지도교수와 동아대,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등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문 씨는 동아대 교수직과 함께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아테네 영웅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이다.

또한 문대성씨를 공천하고 지원한 박근혜 비대위원장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불량품을 내놓았으면 리콜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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