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리씨 등 3개 부문 대상 수상

중앙대에 경사가 났다. 한명도 아니고 세명이나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6개 부문 중 소설, 희곡, 동화 부문을 휩쓸었다. 이제 막 등단하는 세명의 신인작가들. 몰려드는 축하인사와 스포트라이트에 어깨 힘이 잔뜩 들어갈 법도 한데 담담한 표정들이다. 오히려 이 상 덕분에 용기를 내게 됐다며 겸손하게 말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홀로 걸을 수밖에 없는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도 문학과의 사랑에 빠진 그들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난다.

나에게 소설은 붙잡는 것이다.
사라지거나 흩어지지 않게 계속 붙잡는 것.

조우리 (국어국문학과 4)
- 출생 : 1987년 , 서울
- 수상 : 2005년 제 13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소설부문 금상 「교차로」
2011년 제 10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문 「개 다섯 마리의 밤」


나에게 동화란 내 어린 시절에 하고 싶었던,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것이다.

이진하 (문예창작학과 4)
- 출생 : 1988년, 경기도 광명
- 수상 : 2011년 제 10회 대산대학문학상 동화부문 「우유 도둑,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시인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

나에게 희곡이란 재미있는 것,
평생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김경민 (연극영화학부 4)
- 출생 : 1988년, 서울
- 수상 : 2011년 제 10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문 「섬」

지난해 12월 28일, 중앙대에서 3명의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들을 만났다. 인터뷰 후 해방광장에서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조우리씨, 이진하씨, 김경민씨.

-수상을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조우리 실감이 잘 안 난다. 계속 축하는 받고 있는데 아직은 얼떨떨한 기분이다.
김경민 2월에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분이 좋은 것도 좋은 것이지만 앞으로도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얻은 게 가장 크다.


이진하 나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졸업이라 바로 취직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상을 해서 유예기간도 생기고, 글을 더 쓸 수 있게 하는 지지체계가 생긴 것 같다. 또 동화를 이번에 처음 써 본 것이라 새로운 분야에 대한 즐거움도 많이 느끼고 있다.


조 그러고보니 세명 다 막차다. 나도 4학년 2학기를 끝냈다. 미래가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그래도 상을 받으니 집에 할 말이 좀 생긴다. ‘졸업하는 마당에 지금까지 뭐했느냐’는 질문에 글썼다고 대답할 수 있게 됐다. 아무래도 취직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졸업을 하고나서도 계속 글을 쓰려면 학부 때 성과가 있는 게 크다. 문학준비생이라는 게 졸업하고 나면 그냥 백수취급을 받게 된다.

내가 정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졸업을 앞두고 마음에 부담이 있겠다
글 쓰려고 대학에 들어왔고 글이 좋았다. 3학년 때 까지는 그냥 ‘아 글이 좋다, 우리 과 재밌다, 과제도 재밌네’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4학년이 되면 앞으로의 삶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니 아무래도 고민이 많아진다. 내가 정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하고 불안해지고 그랬다.


1년에도 몇 번씩 공모전에서 떨어지다 보면 좀 막막해진다. 나는 문학특기생으로 입학했다. 그러다보니 계속 써오던 대로 글을 썼다. 나중에는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건지, 관성으로 쓰는 건지, 내가 써도 되는 건지 그런 원론적인 생각이 많아졌다. 고민이 많아지니 작품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게 되고 계속 고민만 많은 그런 상태였다. 그래도 졸업 전에 상을 받으니 글 쓰라고 허락받은 느낌이다.

-상이 큰 용기가 됐겠다. 특히 이번에는 6명 중 3명이 중앙대생이다
각자 열심히 썼을 뿐인데 발표되고 보니 셋 다 중앙대였다.
명단보고 놀랐다. 세명이나 돼서.
자랑스러웠다.
그동안은 수상자에 중앙대생이 거의 없었다. 예대생이 많이 받았다. 관계자분도 올해는 중앙대가 휩쓸었네 하시며 그런 해가 있다고 말하더라.
그런 흐름을 타는 때가 있는 것 같다.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주변에 있는 선배나 얼굴을 알고 지내던 사람이 수상을 하면, 막연하게 글을 쓸까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의 목표가 확고해진다더라. 그게 좋은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점.

-상금도 많더라
상금이 제일 떨렸다.(웃음) 내가 이 돈을 다 쓸 수 있을까.
앞가림했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쓴 종이값과 전기세, 낭비했던 잉크들, 등기비, 접수료 이런 것들을 만회하는 것 같다. 근데 따지고 보면 적자다.

-심사평을 보고는 어떤 기분이 들었나
좋게 봐주신 것 같다. 평이한 이야기라는 점에도 공감한다. 아직 초보자이다 보니 아무래도 일상적인 주제를 택하게 되는 것 같다. 생각보다 좋게 봐주셔서 좋았다.
처음에 수상했다는 전화를 받고는 그냥 얼떨떨했는데, 컴퓨터를 켜고 심사평을 보면서 감동받아 울었다. 지금까지 소설을 쓰면서 많은 선생님들이 나에게 단점이라고 얘기했던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 부분이 내가 쓰고 싶었던 지점이다. 그래서 소설 자체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심사위원들께서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을 잘 잡아주셨다. 살면서 내 소설을 이렇게 잘 헤아려주는 문장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나도 몇 번을 읽어보며 감동을 느꼈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읽고 평가해서 하나의 글로 써줬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운동선수들이 국가대표가돼
경기시작 전 준비선에 서는
느낌이다.

-어렵게 등단했지만 앞으로의 길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기등단자로 넘어가는 과정이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또 등단하고 나면 작가들이 내 경쟁상대가 된다. 그럼 더 어렵다. 갑자기 경쟁상대들의 실력이 확 올라간다. 거기서 살아남아야한다. 아직은 갓 태어난 새끼다. 알에서 깨어난 거북이 같다.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출발선에 서려고 노력한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상비군, 훈련생 이런 걸 하다가 국가대표가 되어 경기시작 전 준비선에 서는 느낌이다. 근데 선수들이 되게 많다. 한 해에 신춘문예 등에서 신인이 30명씩 나온다. 그런 사람들 틈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지금까지 내가 오래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등단하고 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되니 너무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엄마에게 신춘문예는 5일짜리라는 말을 했다. 5일 딱 기쁘고 땡이라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신춘문예에 대한 환상을 깨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당선되면 딱 5일정도 기쁘고, 신문에 나오면 기쁘고 그 다음에 못 살아남는 게 태반이다. 교수님께서도 ‘너희들은 그런 작가가 되지 않기 위해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상을 받고 생각보다 오랫동안 기쁘지 않았다. 다음 것을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부모님은 응원해주시는 편인가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오히려 취직하지 말라고 하시는 정도다. 그런 면에서 나는 환경이 되게 좋았던 것 같다. 할 수 있게 해주시고 최대한 도와주신다.
저희 부모님도 비슷하다. 위에 오빠가 한명 있는데 오빠에게는 압박이랄까 그런 게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하신다.
나는 큰딸이다 보니 부모님도 갈등이 많으신 것 같다. 내가 이걸 계속 할지말지 시시각각 생각하듯이. 엄마도 어느 날은 글 열심히 쓰라고 하시고, 또 어느 날은 공무원 시험 같은 것을 얘기하신다.
이 맞다. 공무원. 우리 부모님도 그런 말씀은 하신다.
엄마가 고민할 때 내가 무언가를 딱 내놓으면 좋을텐데. 이번에 당선되면서 그게 된 것 같다.


-주변의 응원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주변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이번 소설의 제목도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책을 봤는데 이런말이 나왔다며 네가 소설을 쓰니까 이런 얘기를 쓰면 어때 하고. 원주민들이 너무 추울 때 키우는 개들을 끌어안고 자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하더라. 그때는 그럼 더 추우면 여섯 마리, 일곱 마리의 밤이냐 하고 말았는데 그 단어가 오래 남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와 잘 맞는 것 같아서 사용했다.
가끔은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나는 작품을 준비하고, 문학상에 응모해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다. 남의 실망감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다. 특히 부모님의 경우는 더 그렇다.
나도 그렇다. 자세히 말하지 않게 된다. 뭘 쓰고, 어디에 보내고 이런 얘기들.
친구들에게는 다른 곳 간다고 거짓말하고 우체국 간 적도 있다.(웃음)
나도 우체국 갈 때 몰래 간다.

되겠다는 확신이 아니라
하겠다는 확신, 죽을 때까지
하겠다는 확신이 있다.

-워낙 힘든 길이다보니 진로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작가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한가
나는 확고한 편이다.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고, 본격적으로 글을 쓴 것은 10년째다. 집에서나 나 자신이나 이쪽 분야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다. 되겠다는 확신이 아니라 하겠다는 확신. 죽을 때까지 하겠다는 확신이 있다.
나는 취직도 생각하고 있다. 글은 어차피 장기전이다. 글에는 어린천재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미술 등 다른 분야는 재능으로 경험을 뛰어넘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글에는 그런 부분이 적다. 어차피 글은 장기전인데다가 지금 당장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취직을 하고 나면 스스로에게 글을 쓰겠다, 작가가 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매일매일 작가가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나도 한 10년 된 것 같다. 글 위에 ‘소설’이라고 달고 쓴 게. 이제는 이것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이쯤 되면 나는 이걸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사실 나는 계속 다른 일을 했다. 집안 사정상 학비를 조달해야 돼서 이런저런 일을 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어떤 순간은 이걸 소설로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쓰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다. 이렇게 하고 싶으면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 글 쓰기 좋은 환경 같은게 있나
약간 음침한 환경이 좋은 것 같다.
아무 때나 잘 수 있는 환경이면 된다.
누가 나한테 뭐라고 안 하는 환경.
다음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환경. 이게 제일 중요하다. 다음날 뭘 해야 하면 밤을 못 샌다.
조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환경을 따질 처지가 못 된다. 동생들하고 방을 함께 써서 구석에 숨어서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 밤에 동생들이 ‘언니 불꺼!’ 하면 이불을 노트북까지 뒤집어쓰고 작업한다. ‘시끄러워!’ 하면 터치패드로 쓰고. 쾌적한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하는데 과연 그게 있다고 내가 더 잘 쓸까싶다. 환경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제 써야겠다’, 그런 마음이 먹어질 때가 있다.
마감이 급해지면 그렇다.
맞다. 기한이 딱 정해지면 카페에서도 쓰고, 지하철에서도 쓰고. 다 써진다. 나는 꼭 마감일에 우편을 송부하는 버릇이 있다. 소인을 그날 찍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마감 전날 완성했다.

-본인에게 소설, 희곡, 동화는 무엇인가
나에게 소설은 붙잡는 것이다. 사라지거나 흩어지지 않게 계속 붙잡는 것. 소설이 할 일은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하고, 언어로 말하고, 속마음도 속으로 내레이션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언어를 뛰어넘어 느낌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어떤 뉴스장면을 보는데 괜히 마음 아프고 눈물 날 때. 그게 어떤 감정인지 모르고 지나가는데 문학은 그게 뭔지 조금 더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엄청난 의견을 전파하거나 어떻게 하자고 말하기보다 모두가 잠깐 느꼈던 것을 조금 더 길게 느끼고, 스쳐갈 수 있게 종이로 남겨두고 잡아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희곡이란 재미있는 것, 평생 재밌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미없으면 못할 것 같다. 원론적인 이야기인데 문학과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애초에 문학이 독자와 가지는 관계를 통해 하나의 사회를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자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아직 동화를 많이 써보지 않았다. 정의내리기가 어렵다. 지금의 나에게 동화란 내 어린 시절에 하고 싶었던,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것이다. 아동문학에 한정해서 이야기한다면, 아이들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화가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대산대학문학상은?
제10회를 맞이한 대산대학문학상은 대산문화재단과 창작과비평사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국내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총 6개 부문(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평론, 동화)에 대해 시상한다.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은 등단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신춘문예 당선 못지않은 영예다. 이승하 교수(공연영상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는 “문학상은 출신자들의 향후 활동으로 그 권위가 결정된다”며 “대산대학문학상은 10회만에 유수의 작가들을 배출한 가장 권위 있는 대학문학상”이라고 말한다.
대산대학문학상 출신의 김애란 작가(1회 소설)는 제 38회 한국일보문학상, 제 9회 이효석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달의 바다』로 제 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정한아 작가(4회 소설) 역시 대산대학문학상 출신이다. 영화 <슬리핑 뷰티>를 통해 여자 김기덕이라는 평을 받는 이한나 감독(4회 시나리오)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했다.
중앙대에서는 2010년 처음으로 소설 부문에서 당선자가 나왔으며 2011년에는 소설, 희곡, 동화 3개 부문에서 당선자를 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수상자 소개
조우리 (국어국문학과 4)

조우리씨는 대산문학상과 인연이 깊다. 고등학생 때 「교차로」라는 소설로 대산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고 문학 특기자로 중앙대에 진학했다.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에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았다. 약 10년 간 소설을 써왔는데 대산으로부터 두 번이나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녀의 소설 「개 다섯 마리의 밤」은 희망버스를 소재로 한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때의 느낌을 살려 글로 옮겼다. 소설의 주인공 지유는 해고된 공장노동자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다 먼저 실직한 준희를 TV에서 발견한 지유는 그를 찾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소설은 버스가 출발해서 도착하기까지의 과정과 지유의 심리 상태를 그리고 있다.
소재를 얻은 것은 분명 희망버스지만 소설 그 어디에도 희망버스, 시위, 전경, 진압과 같은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 말해주지 않아 모호하고 불분명하다. 누군가는 그녀의 소설을 다분히 정치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지유와 준희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읽을 것이다. 그녀는 이처럼 다양한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다양한 시각으로 봐주길 바란다. 그래서 ‘모호하고 불분명한, 여운과 여백을 주는 소설’이라는 심사평이 기쁘다.
이제 출발선에 서게 된 것 같다는 그녀. 자신의 작품이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재밌진 않지만 이거 좋은 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이진하 (문예창작학과 4)
올해로 11년 째 글을 쓰고 있는 이진하씨. 하지만 주로 써온 것은 소설이었고 동화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낯선 장르인 동화로 주목받게 된 것은 자신이 어렸을 때 느꼈던 불만을 터뜨렸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한다. 그녀에겐 비워낼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많다. 아동 문학을 시작으로 해 청소년 문학도 써보고 싶다.
당선작 「우유 도둑」은 억지로 우유를 먹기 싫은 기현이 우유 상자를 숨기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평범한 소재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뛰어난 문체의 힘과 탁월한 심리묘사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과거의 기억을 살려 우유를 싫어하는 초등학생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우유 도둑」에는 반전이 있다. 우유 도둑 기현이 잘못을 뉘우치고 선생님께 잘못을 빌게 된다는 뻔한 결말이 아니다. 억지 교훈 없이 여운을 남기며 끝난다. 그녀는 반성하거나 용서하는 것이 동화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것,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겹경사가 생겼다.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동화 「시인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이다. 동화작가로서는 초보임에도 두 개 문학상을 연달아 받았다. 아직은 정의조차 내리기 어려운 동화지만 계속해서 쓰라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김경민 (연극영화학부 4)
김경민씨는 원래 소설을 쓰다가 대학에 들어와 처음 희곡을 접했다. 입학 후 연극을 보러 다니면서 희곡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됐다.
그녀는 자신의 수상작 「섬」에서 고시원 방들을 망망대해에 떠있는 섬에 비유한다. 고립되고 소외된 청춘들의 초상이다.
「섬」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다. 여자는 고시원에서 목을 맸고 남자는 생전의 기억에 갇혀 배회하는 여자의 영혼을 구원해주는 역할이다. 김경민씨는 남자를 통해 토닥토닥 위로해주는듯한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극 중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안아줄게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녀는 그 대사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극을 쓰기 시작했다. 심사위원들은 그녀의 작품을 두고 “비관적 세계관을 은연중에 표출하고 있다”면서도 “희망의 빛이 새어들어 올만한 작은 틈새를 열어놓았다”고 평한다.
그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가 되겠다는 굳은 의지도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불안해지고, 압박감도 심해진다. 타인들의 실망감이 부담스러워 공모전을 준비하는 동안 주변에 비밀로 했을 정도다. 그런 그녀가 이번 수상을 통해 계속해서 글을 쓸 힘을 얻었다. 그녀는 재밌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배우의 입에서 자신이 쓴 대사가 흘러나오는 감동적인 순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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