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노조설립으로 강의 잃었다 되찾은 국민대 황효일 씨

“현재 대한민국의 대학 시간강사가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은 스스로 절두대로 올라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런지 알면서도 만들어야 되겠더라구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옳다고 가르쳤던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였습니다”

황효일 씨(50)는 올해로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시간강사 18년째다. 국민대가 그의 모교이니 한 곳에서 2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강단에 서는 것이 본인의 천직이라고 여겼다. 묵묵히 강단 밖에 몰랐던 황 씨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불현듯 지난 3월 국민대 시간강사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5월에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국민대 분회 설립필증이 발급됐다는 기쁜 소식이 반겼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그에게 2학기 강의시간 배정을 하지 않는다는 학교 측 통보가 날아들었다.

“그 통보를 받은 순간, 망연자실하기 보다는 노조 만들기를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조를 꼭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이전 보다 훨신 더 강해졌죠. 오히려 학교 측이 저 한테 노조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이야라고 그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해 준거라 생각합니다”

황 씨가 강사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는 통상 알고 있는 대학 시간강사의 불안한 신분, 부당한 임금이 아니었다. 국민대 학생이면 졸업 전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우리 시대 글쓰기’이라는 교양필수 과목 교재가 오류 투성인지 알면서도 수정하지 않는 비교육적 태도와 그런 태도를 정당화 시키는 교수들의 지나친 상업주의 논리가 그를 움직였다. 학교라는 곳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오류가 발견되면 바로 수정하는 ‘올바름의 인정’이라는 철학이라고 그는 말한다. 만약 학교사회에서 그 철학이 없어지면 그곳은 모양만 학교이고, 강단에 선다고 모두가 교수는 아니라는 것, 그 수업을 받는 학생 또한 매우 불행해진다는 것이 그의 오랜 교육철학이었다. 그 철학이 노조를 만들게 했다.

“교재에 오류가 많은데 왜 고치지 않습니까? 했더니 뜻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 잖냐, 출판사와 계약기간에 때문에 다시 제작할 수 없다는 등등 늘 그런 식입니다. 그것도 다른 과목도 아닌 ‘우리 시대 글쓰기’라는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주된 강의내용이고, 그 출판사도 국민대학교 출판부인데 말입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노릇이죠”

이런 상황에서 황 씨는 제대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수업권과 교육권을 다시 찾기 위해 강사노조를 만들었다. 그의 생각에 국민대 재학생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연일 이어진 황 씨의 강의복귀 1인 시위에 학생들의 격려가 나붙었다. 어떤 학생은 시위에 함께 동참 했다. 결국 학교 측은 황 씨에게 2학기 수업을 되돌려 줄 수밖에 없었다. 황 씨는 앞으로 노조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수업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이라고 말한다.

“18년 전 시간당 강사료가 3만5천원이었습니다. 지금 4만원입니다. 거기다가 신분의 보장은 이번에 노조 만들면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정말 파리 목숨이 따로 없습니다. 최근에는 4개월마다 강사계약을 합니다. 특히 연속 네 학기를 강의하면 한 학기는 쉬는 편법 또한 난무합니다. 최근 발표된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 관련법은 아직 계류 중이고 그 법 또한 신분보장에 악용될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국민대지부 노조 위원장 황효일 씨는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노조원들과 서두르지 않고 한발씩 한발씩 옮겨놓겠다고 한다. 그것이 강단을 위협하는 모든 것들에 대항하는 가장 튼튼한 방법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사진은 지난 7월 15일1인시위를 하는 황효일씨와 지지운동을함께 한윤가람 학생)

박병수 기자 pbs1239@usline.kr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