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정책과 국가경쟁력 함수관계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l승인2014.01.2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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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 때면 전국이 대학입시 열풍으로 휘말린다. 연말 연초 모임의 화두는 단연코 누구의 아들 또는 딸이 어느 대학에 갔는지 여부다. 이 열풍은 비단 고3이나 재수생을 둔 부모에 그치지 않는다.얼마 전 사석에서 우연히 아는 후배를 만났는데 그녀는 아들을 서울 강남의 명문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집을 이사했다며, "글쎄,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영어시험을 봤는데 한 문제를 틀려온 거에요. 그 때문에 하루 종일 우울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거 있죠."라는 말을 했다.

아마 이 이야기는 그녀의 경우에 국한되는 경우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학부모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모든 아이들이 소위 명문대에 진학할 것이라는 부모의 기대와 함께 치열한 경쟁을 겪게 된다. 태교음악, 영재 유치원, 선행학습, 쪽집게 과외…. 사교육과 함께 부모는 자신과 아이의 미래를 동일시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서 소위 `3불' 정책을 쓰는 당국에 의해 대학입시가 학교간 차이를 인정하지는 않는 균등화된 내신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같은 반의 동급생들은 더이상 친구가 아니라 밟고 올라가야 할 경쟁자가 되어 버리는 냉혹한 현실이 우리나라의 교실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더해 무려 3,000 개가 넘는 입시 전형 방법으로 인해 과도한 사교육 시장에 더해 `입시 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겼다. 이와 같은 불필요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가계수입의 많은 부분을 사교육에 투자할 뿐만 아니라 이것은 부모세대에 ‘에듀푸어’라는 신종어를 낳기도 한다.

교육이야 말로 `백년대계'여야 하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 시키는 데 중요한 몫을 해야하는 데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을 들게된다. 막상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해가 지날 수록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상을 보게 된다.

이는 비단 필자뿐 아니라 주위의 많은 교수들이 동감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이공계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 한 문제만 틀려도 내신 등급이 우르르 떨어지는 현실 때문에 학생들은 수능과 내신 대비 시험 유형에 대한 공부에 더욱 매달릴 수 밖에 없고 대부분이 선다형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데 익숙해 있는 현실이 대학 신입생들의 학력저하의 주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교육현실을 개선하지 않는 한 향후 노벨과학상은 차치하고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과연 향상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대학입시를 치르는 학생들의 5 퍼센트 미만이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학생들이 마치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모들의 기대에 의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치열한 경쟁구도에 놓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은 `교육망국'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는 소위 `일레븐 테스트'라고 해서 초등학교 상급생 정도의 나이에 국가 시험을 통해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과 직업학교에 진학할 학생들의 진로를 구별하게 하는 제도를 취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시를 통해 이와 비슷하게 학생들의 진로를 구별하게 만들고 있다. 예술이나 체육의 경우처럼 공부를 잘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재능이다.

어쩌면 문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들과 교육 당국에 있을 지도 모른다. 영국과 독일같이 일찍 진로가 갈리는 것에 대해 아마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너무 어린 나이라는 것에 우려를 표명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떠한 제도의 맹점을 찾기 보다는 95% 이상의 아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각자 사회의 한 일원으로 얼마나 역할수행을 할 수 있는냐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중 고등학생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자거나 딴 짓을 하고 있고 선생님 또한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방해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제지를 가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장이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무력감과 공부를 못하는 열등감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낸다. 외국의 제도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1등을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취를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아래 성장한 아이들은 그들의 직업에 만족하고 사회 일원으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이란 대다수가 1등만을 위해 경쟁하기 보다는 청소부, 배관공, 혹은 시장의 상인이라도 자신의 직업과 역할에 무한한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는 한명 한명이 사회에 필요한 것이 아닌 가 생각해본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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