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초에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 순위 발표를 했다. 발표 얼마 전부터 각 대학 평가팀과 홍보팀은 발표순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신의 대학의 순위 때문이었다. 마치 대학이 수능고사를 보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성적표를 받으러 나오는 그런 모습을 연상케 했다.

대체적으로 성적은 공부한 만큼 나오는 게 보편적인 상식이며, 아주 특이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우리는 그것을 진리라 믿는다.

대학은 진리의 전당이다. 가장 보편적인 진리를 가장 큰 상식으로 여기고 사는 곳이다. 발표 당일 신문사는 대학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때문에 난리법석이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조선일보-QS의 대학발표 또한 우스운 일이지만 공부한 것만큼 성적이 나온다는 진리를 잊고 저 난리를 쳐대는 대학들은 도대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집단이란 말인가.

이제 9월이면 대학에서 더 큰 발표로 여기는 평가가 남았다. 바로 ‘중앙일보 대학평가’다. 어떤 통계를 참조하면 대학평가를 하는 신문사와 하지 않는 신문의 대학광고 게재수가 현격히 차이가 남을 볼 수 있다. 특히 발표를 앞둔 시점에는 대학광고가 더욱 몰린다.

2년전에 대학총장들이 모여 언론사의 일방적이고 비교육적인 평가에 자료제공을 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이를 거부한다는 공동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에 거부한다는 대학교의 홍보팀과 평가팀 관계자는 해당 신문사 관계자들과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는 저녁식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건 어찌 이해해야 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정량적 평가로 치닫는 발표의 부작용이다. 그 부작용으로 인해 나타나는 교육적 문제를 언론사들은 다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주제로 기사를 쓸 것 아닌가. 병주고 약주는 꼴이다. 또 하나 언론사들의 비교육적, 형식적 지표와 그 행위에 대한 대학 측의 무분별한 동조다. 더 나가서는 대학의 자존심을 몇등이라는 발표에 팔아먹는 짓을 그냥 내버려두는 안이한 대학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처에 각성을 촉구한다. 대교협에서 실시하는 교욱역량강화사업을 보완강화하는 방안도 있을 법하다.

김미현 전직 교사 / 경기도 시흥시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