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소노동자들은 화장실도 가면 안 되나?

김재원l승인2013.11.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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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Line 김재원 기자] 어제, 모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여대 청소 노동자들이 용역업체로부터 폭언, 욕설, 인권침해 등을 당해 온 사실을 듣게 됐다.

내용은 참담했다. 대학 내 용역업체에 고용된 청소 노동자들은 수시로 폭언과 해고 협박을 받아왔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중 특히,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에 드나드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라디오에 출연했던 청소 노동자는 “용역업체 부소장이 눈치를 주며 '마시는 것도 준비하지 마라. 먹는 것만 밝히고 저렇게 오줌 잘 싸러 간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용역업체 관리소장에게 노조 설립을 방해받기도 했으며, 박봉은 물론, 휴가를 가려면 따로 돈을 내야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학 내에서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청소 노동자는 나이 든 어르신들이 대부분 일 텐데, 어찌 이러한 대우를 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서울여대 측 관계자는 본 기자와의 전화를 통해 “현재 용역업체를 통해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라며 현재 “해당 부소장은 해고한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여대는 ‘바롬 인성교육’이라는 올바른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대학이다. ‘바롬’은 ‘바르다’의 순 우리말로, 서울여대 초대학장이었던 고황경 박사의 호이며, ‘바롬 인성교육’은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두고, 지 덕 술을 갖춘 여성지도자 양성이라는 서울여대의 건학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된, 50년이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서울여대만의 공동체 생활교육과정이다.

이러한 서울여대에서 이런 일이 발생된 것은 크나 큰 충격이다. 하지만 서울여대 측의 빠른 대응을 통해 부소장은 해고됐고, 이와 함께 나머지 관계된 사람들도 징계를 받게 될 것이다. 인격적인, 그리고 도덕적인 문제와 더불어 깨끗했던 서울여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죗값은 덤이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여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 중에 최고인 ‘大學’이라는 곳에서, 학생과 직원이 지나간 자리의 오물을 치우고, 더러운 곳을 고개 숙여 닦는 우리네 청소 노동자들을, 갑과 을이라는 명목 아래 그간 고통스럽게 만들어 온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각 대학의 관계자와, 대학 내 청소 용역업체들은 그간의 좋지 않았던 행태를 반성하고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자행되는 곳은 강력하게 대응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대학들도, 이러한 일을 척결하고 노동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날이 부쩍 추워졌다. 이제 겨울이 눈앞에 다가왔다. 겨울이 오면 우리네 청소 노동자들의 고생은 몇 배가 될 것은 자명하다. 얼어붙은 껌과 오물들을 손으로 떼어내고, 살얼음 낀 걸레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빨아야 하는 이들의 마음까지 더 춥게 만든 이번 일은, 절대로 쉽게 지나가면 안 된다.


김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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