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사에 대한 영남대측의 박근혜 합법성 주장 성명서에 대한 반론기사

최근 U's Line 본지를 비롯해 단체에서 영남대의 태동에 대한 정치적, 강제적 성격에 대해 지적하자 지난 26일 영남대 이효수 총장과 김관용 총동문회장은 이에 대해 형식적인 성격이 강한반박 성명서를 내면서 진실에 물타기식의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총장은 학자적 양심과총동문회장(경북도지사)은 학교의 정통성과 진실성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야 하는 동문회의 존립기반에 비춰볼 때 이번 성명은 “지울 수 없는 시대적 착오, 은폐할 수 없는 두려움을 모르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U's Line 본지는 경북도민의 대학이었던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이 합병을 시켜 영남대라는 교주(校主) 박정희의 학교로 출범한 당시 대구 매일신문 논설기자의 정확한 지적과 언론으로서 소명을 다했던 그의 촌철살인적 지적으로 영남대의 반박성명에 본지의 뜻을 대신하고자 한다.

대구대학․청구대학의 강제통합이 정치세력(이후락을 대리인으로 한 박정희)에 의해 자행됐을 때 매일신문의 한 논설기자가 2회에 걸쳐 전무후무한 연속 통단사설은 당시의 상황을 지면으로 보자.

당시 논설기자는 (신분의 위협을 불사하고) 영남대학교는 건학정신에 충실하도록 해야 하고 지역민과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지적은 영남대학교 재단이 강제통합(그리고 박정희 가의 대학)이란 근본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는 한, 설립자들의 참여가 여전히 배제돼 있는 한 언제나 유효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 박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입지 여부와 관계없이, 영남대학교는 건학정신을 살리도록, 그리고 그 대학을 낳은 지역에 돌리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邱․靑合倂의 明暗 -「綜大」를 爲한 反問-(1967년 12월 23일 2면)

이 사설에서 논설기자는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이 영남대학교로 합병되는 데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1)대구․청구대학을 하나의 대학으로 합치는 것(합병)은 합리적이며 현명한 것인가?

(2)두 대학의 합병 정신은 건전한 것인가?

(3)두 대학의 합병 절차는 합리적이었는가?

(4)두 대학의 합병에서 약속되어야 할 장래적 보장(발전)은 확립되어 있는가?

(5)두 대학 합병 과정에 차질, 마찰은 없을 것인가?

(6)두 대학 합병에 정략성은 개입하지 않았는가?(논설기자는 특히 이 ‘정략성’ 대목에다 「(비교육성)」이라는 해석을 집어넣어 강조했다.

논설기자가 이 같은 의문/반문을 제기하는 근거는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이 대구시민의 대학이며 경북도민의 대학이라는 견지에서 당해 대학인 외에 일반사회가 당연히 제기해야 할 문제점이란 것이다. 이 문제의식은 문제가 있는 데 대해서는 언론의 비판적 문제제기가 당연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민과 독자를 대신한 문제제기 의식은 건전한 것이다.

논설기자는 특히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장 명의로 1967년 12월 21일 발표한 「학교법인 합병에 대하여」에 대해 ‘합병의 취의라고 할까, 포부(경륜․목적)라고 할까-밝혀 보인 그 합병의 의의는 한말로 따져 막연한 것이어서 실로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논설기자는 「학교법인 합병에 대하여」의 요지를 (1)양 私大는 학부 편제면에 각이한 특색이 없으며 그래서 (2)한정된 동일지역 내의 대학 난립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3)교육비를 2중 3중으로 낭비할 뿐, 교육의 질적인 향상을 기할 수 없는 실정, 그러므로 (4)대국적 견지에서 양 단대를 종함대학교로 통함 승격하기로 한 것-으로 간추리고 있다.

<매일신문> 1967년 12월 23일 2면사설

논설기자는 덧붙여 ‘병합의 정신을 표시한 귀 절로서 (1)양대의 건학정신을 토대로 해서 새 綜大의 「교육이념」을 확립하고 영남인의 영남대학으로서 교육의 질을「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될 것을 확신한다!’는 내용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재단불충실' 합병 위한 명분

논설기자는 대구대학․청구대학의 합병 요지, 신설 이사장이 주장한 합병명분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 판단한다.

(1)대학의 난립이란 주장에 대해-4백만 경북도민의 私大로서 대구․청구대학이 존립하게 된 지역적 조건을 고려하면 재단의 불충실은 「난립」과 관련시켜 말할 수는 없다.

(2)재단 불신은 이 두 대학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재단불신 때문에 재벌(삼성)과 ‘실력인사그룹’이 대구․청구대학의 관리권을 양수받았음에도 새 이사진은 재단 보강을 위해 아무 한 일이 없다.

(3)그러므로 교육비의 낭비니, 대국적 견지니 하는 것은 종합대학으로의 승격 명분을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반문을 낳는다.

(4)양 대학의 건학정신을 토대로 한 교육이념의 확립 운운은 문장의 수식에 불과하다.

(5)세계수준 운운하려면 종합대학의 필요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도리일 텐데 그런 것이 없다.

진실성에 의문부호

대구대․청구대의 합병과 관련해 특히 논설기자는 그 합병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선전에 치우쳐 진정성이 없음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특정 재벌과 정치인․실업가 官人「멤버」의 이사진이어서 아직은 대학경영의 본질과 그 묘를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알 수 없으나 병합이유와 그 목적설정이 너무나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선전적인 외식에만 치우친 것 같아서 실감적인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 할 것이다.

신설법인이 양 대학의 건학정신을 발판으로 한다면서 경북일원의 교육발전에 기여해온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의 설립자들을 신설 법인에서 배제한 것은 도의적으로 잘 못 되었고, 20억원(대구대)와 15억원(청구대)의 재단을 인수한 재벌․특정 실력자들이 1/30에 해당할지 말지한 찬조(보조)를 해 놓고서는 관리권을 받아놓고서는 ‘관리의 수의권’을 ‘주인의 임의권’으로 행사한 것부터가 월권이라고 논설기자는 지적한다.

이에 따라 논설기자는 대구․청구대학의 합병이 교육모리배 수준임을 지적하면서 종합대학이란 미명 아래 지역대학이 파행을 하는 데 대해 대학관계자는 물론이고 지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의 불을 켤 것을 다음과 같이 뜨겁게 충고한다.

대학이 어떤 실업가․정치인․어떤 권력자․또는 어떤 교육모리배들의 세도․처세․치부의 수단으로 이용된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 「史實」은 부정할 수 없는 이 나라 대학교육의 자연발전적인 뚜렷한 증상이다.

양 대학의 현임학장(병합 결의 전의)을 위시한 교육자․교수회․동창회 그리고 이 고장의 일반 유지들은 如上의 사실과 경위를 냉정히 관찰․검토해서 가부의 조준(照準)을 세워야 할 것이며 지금까지의 그 본말전도적인 찬․반의 의견표시나 결의(적) 행위에는 반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병합과 종대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병합의 장래적인 보장과 발전을 위해서 이 제언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을 것으로 첨언해둔다.

영남학원 설립 당시 임원 / 출처. 영남대학교 홈페이지

3대 의문 점화

예리한 분석력, 지역․교육문제에 책임 있는 자세에 머리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는 논설이다. 그런데 논설기자는 이에 앞서 같은 신문 12월 17일 2면에 「청대․구대의 병합-설계 없는 綜大에 의점(疑點)」이란 사설을 집필, 게재한다. 그가 제시한 합병의 의문점은 다음과 같다.

(1)양 대학의 재단을 인수한 재벌과 권력그룹에 독자적으로 학원을 재건하려는 성의와 실력이 부족하고, 종합대학교 설치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형식상 조건 구비에만 착안해서 병합하려 한 것이 아닌가.

(2)병합계획은 공개리에 진행해야 하는데도 비밀리에 획책한 것은 월권이며 정략에 의한 것이 아닌가.

(3)병합에서 종합대학기구개편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재정을 뒷받침 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특히 (3)과 관련해서는 「영남대학교50년사」은 박정희의 심복 이후락의 맹활약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어 주목된다(272~273쪽).

…이 설명을 듣고 있던 이후락 이사가 “몇 달 전에 대구대학 측에서 각하에게 대구대학도 맡아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 두 대학을 통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하고 이동녕 이사장, 김성곤 이사 등이 이에 찬동하며 의견이 모아지자 즉석에서 이후락 이사가 전화로 연락, 대구대학 성상영 이사가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논설기자의 이 논설은 한 주일 뒤 23일자 논설의 실마리인 셈인데 연속논문을 집필, 사실을 파고들어 독자들에게 시시비비 정신을 환기하려는 자세가 짙게 묻어난다.

그러면 67년 대구의 논설기자가 강조한 대로 ‘어떤 실업가․정치인․어떤 권력자․또는 어떤 교육모리배들’에게 좌우되지 않으면서 독립운동의 정신으로 건학이념을 실현하는 지역민의 대학이란 대학의 모습에 영남대학교 재단은 어떤 모습으로 호응해왔나?를 묻고 싶다.

U's Line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도전하는 박근혜씨에게 이번 영남대 성명서가 얼마나 도움될지 모르겠다. 다만, 총장이 자리에서 가만이 있자니 뻘줌해서 그렇다면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영남대의 지난 오랜 역사는 역사가 증명하지 않겠냐는 일정의 학자적 관점을 잊어서는 않된다. 대형 사립대학의 수장인 총장이 역사적 맥락을 훓어보면서 주장을 하는 게 옳다고 본다.

<참조·발췌>

여은경(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의 ‘박근혜 영남대와 지역언론’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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