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희망사다리장학금’ 취업·중소기업 구직난 해소

3당 고등교육정책 이제 매니페스토하자!

한국 정치의 난맥상은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드러났다. 서로에게 비방만 했을 뿐 뚜렷한 정책은 입후보자 선거 포스터처럼 뜯겨지고 남은 게 없다. 특히 교육부문 정책은 더 희미하다. 어쨌든 각 당은 서로의 공약이 우위에 있다며 공약을 발표했다. 더구나 이번 19대 총선은 공천 문제 등의 논란으로 공약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해 각 당의 총선공약은 총선 이후 소집될 19대 국회와 올 연말에 있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본지는 주요 정당인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의 고등교육 관련 총선공약을 주요 현안별로 다시 들여다보고 이들의 공약실천을 다소나마 기대해 본다.

등록금 정책

사회적인 이슈인 만큼 등록금에 관해서는 3개 정당 모두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약 내용은 현격한 차가 있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공약은 2012년 1조 7500억원, 2013년 6250억 원, 2014~2017년 매년 1조2500억 원 등 총 3조원의 국가장학금을 지원해 등록금 35% 인하, 대학의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등록금 15%를 인하하는 등 2017년까지 ‘반값 등록금’ 실현, 학자금대출 이자 인하,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희망사다리장학금(가칭)’ 도입 등이다.

이명박 정부 등록금 정책 기조 유지한 새누리당

국가장학금 재정투입을 통한 등록금 부담 추가완화는 이명박 정부의 ‘대학생 등록금 부담완화 방안’의 계승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진행해 온 전철로 봤을 때, 이 정책에 대한 실효적 가치를 믿기란 쉽지 않다. 이 방안은 국가가 장학금을 지원하고 등록금 인하여부는 대학에 맡기는 방안인데, 이를 추진한 결과 올해 주요 사립대학은 정부지원도 거부한 채 2~3% 정도 등록금을 인하하는 요식행위에 그쳤으며, 무분별한 적립금 쌓기와 자산 확대 관행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처럼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고, 사립대학들이 알아서 등록금을 깎는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의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한 등록금 인하 유도는 외부회계 감사 의무화 및 재정 지원 시 회계감사인의 감사증서 제출 의무화가 골자다. 그러나 지금도 대학이 교과부에 결산을 제출할 때 입학정원이 1천명 이상인 대학은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고 감사증명서를 첨부하도록 돼 있다.

그렇지만 외부감사가 지적사항을 적발한 경우가 거의 없어 그 실효성은 당장 의심이 간다. 국고 지원시 별도의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다 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서는 대출이자 인하(3.9%→2.9%), 학점 및 소득제한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의 핵심적인 문제인 시장변동금리 적용, 이자 복리계산, 과다한 채무이행강요 등의 문제는 모두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핵심은 비껴간 상태다.

등록금 해법과 관련해 눈에 띄는 새누리당 공약은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희망사다리장학금(가칭)’ 도입이다. 이는 대학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지원하되, 졸업 후 일정기간 중소기업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대학생 등록금 부담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제도는 경제적 여건에 따라 중소기업과 대기업 취직이 결정되는 사회진출의 양극화를 부추길 위험성을 안고 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대기업 비정규직의 임금, 근무여건, 복지 수준이 더 낫다’는 보고서를 발표할 정도로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노동조건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이처럼 노동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장학금 지원을 내세워 중소기업 취직을 의무화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반값 등록금’ 선언한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한편,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민주통합당은 국가재정지원을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 수준 절반으로 경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신설, 대학별 반값 등록금 지원은 국·공·사립대별, 전공별 특성을 고려해 배분 기준결정, 전국 평균소득의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대학등록금액 상한제’ 도입, 비리사학·부실대학 국공립대 전환 또는 퇴출유도, ‘반값 등록금’ 지원에 따른 책무성 강화를 제시했다.

학자금대출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현행 ICL과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을 통합해 ‘등록금 후불제’로 일원화, 타부처 정책금리 수준과 실질적 물가상승률만 반영한 2~3% 금리적용, 소득분위에 상관없이 모든 소득계층 이용 및 대학원생에게도 적용, 일반학자금을 대출한 군복무자 이자면제(현재 ICL만 적용) 등을 제시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와 같이 국가장학금 지원을 통한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새누리당 입장과 차별화해 반값 등록금 실현 의지를 나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필요한 고등교육재정확보와 대학의 책무성 강화, 전국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한 ‘대학등록금액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의 공약은 대학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인데, 몇 가지 내용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민주통합당은 ‘반값 등록금’ 지원방식과 관련해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으로 구분해 지원하되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평가에 의한 지원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의 비율, 평가방식과 내용이 구체화돼야 명확한 평가가 가능하겠으나, 민주통합당은 그간 평가에 의한 차별지원방식의 재정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경쟁력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원인은 무엇인지, 또 소수 대규모대학이 정부지원을 독식한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반값 등록금’ 지원에 따른 책무성 강화와 관련해서 민주통합당은 대학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위한 대학평가 및 감사 제도를 강화하고 대학이 사회의 저소득층과 취약 청소년을 위해 재능기부와 지식봉사를 할 수 있도록 대학평가와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와 감사는 책무성을 유도하는 정책에 가깝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지원은 정부가 막대한 국민혈세를 투입해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므로 유도정책이 아니라 사립학교법 개정 등을 통해 사립대학의 책무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내놓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통합진보당은 2013년부터 ‘반값 등록금’을 전면 실시하고, 학자금 무이자대출(등록금 후불제)로 청년의 등록금 부담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수익용 기본재산 확충 의무화, 법정전입금 강제, 불분명한 적립금 규제 등 사학재단 의무규정 강화를 제시했다. 국립대는 불법화된 기성회비를 수업료와 합치는 방안을 백지화하고 수업료를 기존 국립대 등록금(일반회계+기성회계)의 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학자금 대출 및 저소득층 지원과 관련해서는 모든 층위의 학자금 대출을 무이자로 전환해 ‘등록금 후불제’ 실현, 소득 하위 10%는 등록금 전액 면제, 소득 하위 10-30%는 반의 반값 등록금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통합당 공약과 대동소이하지만, 국립대 ‘반값 등록금’, 저소득층 학비지원의 구체적인 방안을 밝힌 점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고등교육 체제 개혁

등록금과 더불어 해결해야 할 고등교육 문제는 수없이 많다. 단적으로 비싼 대학등록금의 이면에는 사학중심의 고등교육체제, 대학서열화 및 학벌주의, 정부의 빈약한 재정지원 등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지난 수년간 유지되어 온 시장주의식 고등교육정책이 방치하거나 더욱 악화시킨 문제다.

고등교육 체제 개혁 언급 없는 새누리당

문민정부 이래 역대정부는 ‘자율과 경쟁,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시장주의식 고등교육정책을 고수하면서 ‘대학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우리 대학의 국제평가순위, SCI 논문수 등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세칭 명문대학은 권력화되고, 대다수 대학은 질적 낙후성을 면치 못했으며, 대학서열화 및 학벌주의, 대학의 사유화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해온 학생과 교수, 시민단체 및 교육단체가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제개편을 모색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시장논리에 맡기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공교육 실현’ 민주통합당, ‘부당한 학력·학벌사회 혁신’ 통합진보당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각각 ‘공교육 실현’, ‘부당한 학력·학벌사회 혁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민주통합당은 대학입학 기회균형선발제 확대,「지방대학육성지원법」제정, ‘국공립대학 연합체계’ 구축을 통해 대학서열화 해소, 국립대법인화 재검토,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국공립대학 비중을 장기적으로 50%까지 확대, 비리대학·부실대학의 국공립대 전환 또는 퇴출, 세계적 수준의 국공립대학 육성)를 제시했으며, 통합진보당은 ‘국립대통합네트워크 체제’, 전문대 폴리테크닉 체제로 전환 등을 제시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학벌주의 및 대학서열화 해소를 고등교육의 핵심적인 개혁과제로 내세운 점은 긍정적이다. 중요한 것은 주도면밀하고 타당한 실현방안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방안은 보다 세심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내 걸은 ‘국공립대학 연합체계 구축’과 국공립대학 비중 확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체제’는 모두 국공립대 중심의 고등교육 개혁안이다. 국공립대를 학벌주의 타파의 교두보로 삼거나 국공립대를 늘려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내용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질적으로 발전하고, 사회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정책들이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87%를 사립대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정책은 그만큼 민감하고, 사회적 논쟁을 부를 것이다. 그런 만큼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사학중심 고등교육체제를 일거에 전환할 수 없는 만큼 사학 공공성 방안을 함께 내와야 했으나, 이에 대한 언급 또한 없는 것도 문제다. 물론 총선 이후 논의될 수는 있겠으나, 대통령 선거 전까지 이에 대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한 대학서열화 및 학벌주의 해소는 대학개혁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따라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대학서열화 및 학벌주의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대학 개혁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채용문화, 사회인식의 변화 등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긴 ‘학벌주의 해소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보다 뚜렷한 정책기조라 여겨진다. 또한 요즘 제기되고 있는 ‘대학학위 공동수여’제도도 적극 검토해 볼 의미가 있다.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지방대학육성도 마찬가지다. 지방공동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지금,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지역사회를 살릴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지방대가 제대로 육성되기 어렵다. 지방대 육성을 위해서는 범정부차원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

한편, 통합진보당이 전문대 관련한 공약을 제시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문대학의 국·공립화, 정부지원 직업대학 개편 등으로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높이고,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을 통합해 폴리테크닉(2~4년)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대학생의 20%를 차지하는 전문대학이 정부지원과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의미 있는 공약이다.

각 당이 내놓은 고등교육 관련 공약을 총괄 평가하면, 새누리당은 현 정부 정책유지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반값 등록금’ 실현과 고등교육의 개혁을 표방하되 방도에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실현여부는 대학 구성원들의 몫도 작지 않다. 이들이 내 건 공약이 얼마나 실행되는지 모두가 크게 눈을 뜨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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