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졸자 대학원 진학요인 분석 논문 화제

매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 가운데 열의 여덟이 대학을 진학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런 높은 대학 진학률에 힘입어 대학원 진학 비율도 덩달아 높아졌다. 모두가 대학을 가는 한국에서는 이제 대학원을 졸업하고 석·박사를 따야 고급 인적자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960년대 후반만 해도 5% 미만에 머무르던 대학원 진학률은 최근 서울대의 경우 34%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증가했다(2010년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조사). 그만큼 대학원생이 흔해졌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대학원생에 대한 기초 연구는 그동안 부족했다. 최근 이영민 숙명여대 교수(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와 임정연 연구원이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대학원 진학 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논문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논문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어떤 요인에 의해 대학원을 선택하게 되는지 데이터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장점이 있다. 또한 현재 한국 대학원생의 전체적인 윤곽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가구소득과 부모 학력 높을수록 대학원 진학

누가 대학원을 진학할까. 여학생들은 전문대학원을 선호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이화여대 캠퍼스의 여학생들.
조사 대상은 4년제 대학 졸업자로, 한국고용정보원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패널 자료에서 파악된 2천15명의 대학원 진학자들이다. 이영민 교수·임정연 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비진학자들에 비해 가구소득과 부모의 학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진학자에 비해 평균 연령은 낮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특별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선행 연구에서 조사된 것처럼 대학 졸업생들이 실업 상태를 회피하기 위해 대학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논문에서는 대학원 진학생들이 미진학자들에 비해 학점과 영어성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스펙’이 결코 낮지 않음을 시사했다. 특히 장학금을 받고 다녔던 학생은 전체 대학원 진학자 중 18.9%를 차지해 미진학자의 8.7%에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적극적인 취업 준비에는 소홀했다. 진학자의 경우 진로·취업 관련 교과목 수강과 직장체험 프로그램 뿐 아니라 직업심리검사, 취업박람회, 집단상담프로그램, 취업캠프 등 대학에서 지원하는 각종 취업지원프로그램의 참여 비율이 낮았다. 대학원은 주로 “갈만한 사람이 간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원 진학자는 미진학자에 비해 복지 시설, 진로 상담 제도 등을 포함하는 대학 교육인프라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공 커리큘럼, 수업 방식과 질, 무엇보다도 교수의 능력·열의 등에 만족할수록 대학원에 진학할 확률이 높았다. 학부 때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후속 학업에 대한 열정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졸업한 대학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도 대학원 진학 여부가 갈렸다. 서울·경인권 대학 졸업생들이 대학원 진학자의 절반 이상(54.1%)을 차지해 영남권(21.8%), 충청권(15.8%), 제주·호남권(8.4%)에 비해 압도적 비율을 보였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차이가 대학원 진학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남학생은 일반대학원, 여학생은 전문대학원으로

남학생의 경우 특수대학원이나 전문대학원 진학 비율보다 일반대학원 비율이 높은 반면, 여학생의 경우 전문대학원 비율이 타 대학원보다 높았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치학전문대학원과 같은 전문대학원 진학생의 경우 가구소득이 500만원이 넘는 경우가 33.4%로, 미진학자 20.3%와 전체 대학원 진학자 평균 25.3%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문대학원 진학자 어머니의 학력도 특수대학원에 비해 1년 이상 차이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전공에 따라 어떤 대학원을 가는지도 달라졌다. 공학계열과 자연계열 졸업생들의 경우, 특수대학원보다는 전문대학원이나 일반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았다. 상대적으로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열, 교육계열 졸업자의 경우 특수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확률이 높았다. 대학시절에 장학금을 받았던 학생들은 일반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학비를 조달했던 학생들은 특수대학원 진학 비율이 가장 높았다.

대학원 진학에 있어 동일 학교·전공으로의 진학 여부는 우수한 인재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다. 일반대학원의 경우 동일 학교 진학 비율이 66.8%인데 반해, 특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은 동 대학원 진학 비율이 30%로 낮았고 전공일치도 역시 일반대학원 진학 학생들이 가장 높았다. 전문대학원의 전공일치도는 가장 낮았다.

연구를 진행한 이영민 교수는 “흔히 생각하듯 취업이 안 돼서 대학원을 간다고 단정적으로 설명할 수만은 없다”며 “아무나 대학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변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전문대학원의 경우는 가구소득과 어머니의 학력 수준에 따라 진학률이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학원을 통해 계층이 대물림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또 “똑똑한 학생들은 이제 다 해외 대학원으로 가고 있다”라고 토로하며 “국가 차원에서 양적으로만 성장하는 대학원 문제를 진단하고 질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기시출처 : 교수신문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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