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심심치 않게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 한국에서의 교사 존경심이 미국에서도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등등의 한국 교육 전도사의 역할을 잊을만하면 자임하곤 한다. 이른바 세계 대통령이라고 하는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 교육의 어떤 점이 그를 매료시켰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혹, 추측컨대 6.25 전쟁으로 온 나라가 폐허가 된 자료사진 속의 ‘황망한 코리아’를 봤던 오바마가 어느 날 Made in Korea의 자동차, 컬러 TV, 휴대폰이 미국인들의 발이 되고, 귀가 되고, 세탁소의 억척스러운 한국 또순이 아줌마를 목격하면서 그것이 모두 교육의 힘에서 기인했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가장 크다. 아니면 말고···

그러나 최근 프랑스에서는 지난 10월 6일 국영방송 채널 ‘프랑스2’는 ‘한국, 학교에 시달리는 아이들’이라는 프로그램을 특집으로 편성해 내보냈다. 주요 줄거리는 이렇다.

17살 나경이는 매일 밤 10시부터 11시까지 학교 독서실에 남아 숙제와 자습을 빼먹지 않고 한다. 거기다가 일주일에 네 차례 과외교습도 받는다. 과외교습을 받는 날 나경이의 귀가 시간은 모두가 잠잘 시간인 새벽 1시다. 나경이의 동생인 10살 민영이는 오후 4시에 학교를 마친 뒤 엄마 손에 이끌려 하루에 4곳의 학원을 다닌다.

엄마는 민영이가 잠자리에 들 때 영어로 된 역사교육 CD를 틀어주며 그만의 나라인 꿈나라에서 까지 공부를 시킨다. “가끔 아이들이 정말 안됐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하루 다섯 시간만 자야 좋은 대학에 간다고 생각합니다.” 나경이와 민영이 엄마의 멘트를 옮겨 놓았다.

또한 이날 방송된 프로그램에서는 군사훈련소 주말캠프에서 ‘얼차려’를 받는 아이들, “공부 열심히 안 해서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부모에게 쓴 편지를 다른 아이들 앞에서 읽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도 함께 내보냈다.

프랑스 사람들이 보면 북한에서는 인민들이 김일성 수령 동지를 울부짖으며 펑펑 울어대고, 남한에서는 ‘공부 안해서 미안하다’며 눈물 흘리는 이 민족을 어찌 이해할지 사실 궁금한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도대체 오바마 말이 옳은 것인지, 프랑스 국영 TV가 정확하게 지적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상만을 보고 말하는 오바마, 이 땅의 교육은 왜 저래야만 했는지를 모르고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프랑스 국영 TV는 우리들의 고민을 절대로 풀어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저 문제는 우리들의 문제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외국 국영TV 충격적인 특집 프로그램 에 귀한 우리 아이들을 내보낼 것인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뾰족하게 대안이나 중지가 모아지지도 않는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더욱 치닫고 있는 엘리트 위주와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교육풍토는 외국 방송사에게 더 충격적인 제2탄 특집프로그램 만들어 보라는 줄거리를 또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교육은 사람의 심성과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은 단지 입시이자 대학의 관문통과로 등식화된다. 또한 우리나나라에서 교육은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 가치다. 우리 아이 성적이 옆집 철수 엄마나 영희 엄마의 코를 납작하게만 하면 되는 부모의 체면용 가치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그 무게는 아이가 학년이 점점 올라갈수록 더 무거워지고 그 무게는 아이의 어깨를 짓누른다.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이 되면 그 무게는 세계 최고의 역도선수 장미란도 들 수 없는 엄청난 무게가 된다. 결국 대학이 문제다.

이른바 명문대냐, 아니냐에 행복이 달라진다고 굳게 믿는, 아니 인간에게 행복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그 종류 또한 1000가지도 넘는다는 것을 털어놓지 않고 몇 사람만 알고 있었던 코리아라는 나라의 특급비밀문서를 이제 공개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공개하라고 시위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버럭 오바마가 “한국의 교육을 닮아야 한다”고 침 튀기며 열변을 토해 우리마저 “우리나라가 진짜 잘하고 있는 거 아냐? 라며 착각을 하게 만들더라도, 프랑스 국영TV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마치 공부하는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처럼 묘사를 해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건 어린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사처럼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 아이들이 평생 이 노래를 불러도 그 말이 맞다는 것을 동의하면서 살도록 해야 한다. 다시는 우리의 아이들을 외국 TV 특집 프로그램에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

그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데···.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난 아이들 아닌가. 대통령, 교육부 장관, 시도별 모든 교육청 교육감, 국회의원, 교사, 학부모가 한 자리에 모여 또다시 외국 TV에 충격 프로그램 주인공으로 우리 아이들이 또 다시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늘 저녁이라도 만났으면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친해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 오바마 대통령도 불러 그 실상을 함께 이야기하면 더욱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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