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변론을 마치고 로펌으로 돌아 온 강 변호사.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같은 방을 쓰는 로스쿨 출신 동료 변호사의 담배 연기가 너구리를 잡는다. 그러나 다가오는 연봉 협상은 담배 연기보다 더 자욱하다. 1인 1실에 억대 연봉이었던 로펌은 이미 고구려 때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연봉은 동결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억대 초봉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연봉은 이미 지난번 협상에서 1천만원 이상 잘려 나갔다.

그리도 높았던 선망의 직종 '변호사'가 곧 맞닥뜨릴 풍경이다. 로스쿨 졸업생 배출, 법률시장 개방 등 법조계의 '빅뱅'은 특히 변호사 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버릴 것이란 게 법조계 안팎의 전망이다. 핵심은 시장수요를 훨씬 넘치는 변호사 공급 과잉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생이 졸업하는 2012년에는 무려 2500여명의 신규 법조 인력이 배출된다. 법무부 방침에 따라 로스쿨 입학정원의 75%가 변호사 시험을 통해 자격을 얻게 될 경우, 기존에 치러진 사법시험을 통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는 1000여명과 함께 1500여명의 로스쿨생이 법률시장에 공급된다. 올해 4월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가 1만2478명이니 기존 인력 대비 20%에 달하는 신규인력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이를 미리 입증이라도 하듯이 지난 2009년 1월 수료한 38기 사법연수원생 중 44%가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2007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회원의 연평균 수임은 31.5건으로 5년 연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이들 중 불황 등의 영향으로 휴업을 결심한 변호사가 2008년 138명까지 늘었다.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는 2012년부터는 변호사 1인당 수임 건수가 한 달에 2건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마저도 중간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서는 직접 수임하기가 힘들어 브로커 의존율이 높아져 변호사에게 돌아오는 몫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법조계 변방3총사(변리사, 법무사, 세무사)가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며 변호사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다. 또한 한미, 한-EU FTA 발효로 대형 로펌들도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앞으로 무한경쟁 밥그릇 싸움이 불가피하다. 물론 법조인이라 해서 변호사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판·검사로 공직을 마친 법조인들이 대부분 변호사로 개업 인사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변호사로 밥 먹고 산다는 것이 팍팍하기 그지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009년 개업 5년차 또는 나이 40세 이하의 청년 변호사를 대상으로 소득과 사건수임액 등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한 해 순소득은 평균 3,778만 원으로 조사됐다. 청년 변호사층이 전체 변호사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2년새 법률서비스 수요에 큰 변동이 없는 한, 내년 배출될 2500여명의 신규법조인을 청년층으로 가정하고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40세 이하 청년변호사의 내년 평균 순소득은 1889만원이다.

서울 서초동의 중소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사무실 임대료가 보증금 1억원에 월 450만원인데 수임료는 이미 내려갈 대로 내려간 실정"이라면서 "과다경쟁을 통해 이보다 더 소득이 내려간다면 재앙일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건수는 4.5건이다. 전체 변호사의 3분의 2가 서울에 몰려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신규인력이 같은 비율로 분포될 경우 수임건수는 3.7건으로 더욱 내려가게 된다. 변호사들이 병원 응급실을 돌며 명함을 뿌리거나 법원에서 홍보활동을 벌이는 장면은 이제 가상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너도 꼭 변호사가 돼야 한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변호사였으니 너도 대를 이어야지··· ” 혹, 가업을 위해 대를 잇게 다면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계속 바뀌고 있다. 법조인 나와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며 변호사를 둔 부모는 소, 돼지 잡고 동네잔치 했던 법조인 탄생일화는 이제 어스름 노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아들아 제발 변호사가 되렴~”에서 “아들아 제발 변호사만큼은··· ”이라 부르는 부모의 애절한 목소리가 들여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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