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신고제로 운영돼온 대학설립 절차가 요건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을 통해 부실대학을 양산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소한의 요건만으로 대학설립을 인가해줬던 시설, 재산 등 기본요건을 크게 강화하고, 재정운영계획과 학사운영계획 등을 꼼꼼히 살펴 제대로 된 대학을 운영할만한 자격을 갖췄는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부의 조치는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해 대학 입학정원보다도 그 숫자가 적어지는 것이 예상되는 2018년이 채 5년도 남지 않았다는 대학 줄도산 위기 불안감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짚어가야할 대목이 있다. 1995년 일정 요건만 갖추면 대학설립을 인가해줬던 대학은 크게 늘어났음에도 진학하려는 인구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들 대학이 학생장사를 해왔다는 사실이다. 이 기반을 유지하게 한 것이 한국사회의 학벌주의다. 대학설립 준칙주의 전에 학벌주의가 존재했기에 가능했고, 이 상황은 지금도 같으나 절대적인 학령인구가 줄어들었을 뿐이다.

시작은 중·고교 입시위주의 교과과정부터 개혁을 해야 한다. 또한 대학을 가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인식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자연스런 산업구조의 개편이 요구된다. 한국 사회는 이제 30~40년을 선진국들의 모델을 베껴 왔다. 그 기반에서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교육, 산업구조, 사회형태가 우리의 독자적인 솔루션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고도의 산업사회로 치달았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형식에 불과하다. 당시에 양적인 팽창이 요구됐던 버블 시대였다. 이제 한국 사회는 다양한 계층에 맞는 산업구조와 삶의 양태가 생겨나고 있다. 대학설립 요건을 강화하기 전에 이 사회에서 말도 안 되는 학벌주의부터 제거하려는 사회적 인식과 방안이 나와야 한다. 서로가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극단적인 사회형태로 치닫는 양극화 시대에 살고 있다. 양극화 시대에 학벌주의는 불을 들고 화약고로 가는 형국이다. 빠른 시간 내에 교육부는 학벌주의 철폐를 위한 교육시안을 발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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