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매년 세계청소년자원봉사자의 날(GYSD) 행사가 전 세계 120여 개 국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주(4월20~ 5월19일) 동안 1만1,000여명의 청소년들이 전국 각지에서 '소외청소년과 함께 하는 자원봉사'라는 주제로 봉사활동을 전개해 이 운동의 취지를 살려 나갔다.

GYSD 봉사활동의 목적은 청소년들이 개인, 가족, 동아리, 단체 단위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하는 등 자기주도적으로 봉사활동을 실천해 자신의 잠재역량을 발견하고 공동체의식을 체득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행사를 치르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매년 늘어나야 할 청소년들의 참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76%가 '자원봉사활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교육 현장에서의 봉사활동은 의무일 뿐 '봉사학습'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들도 학업 때문에 마지못해 참여하는 듯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원래 자원봉사라는 말은 라틴어의 voluntus에서 유래한 것으로 '인간의 자유의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의사'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런 자원봉사의 본래 의미에 비추어 보면 자원봉사를 의무화하는 현재의 방식은 부자연스럽고 어떻게 보면 반 교육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을 중단할 일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자원봉사활동 중 상당부분이 학생봉사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거니와, 학창시절의 봉사활동 경험이 어른이 된 후에도 나눔과 배려의 값진 생활자세로 이어져 평생 이타적인 삶의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생들의 봉사활동은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창의적체험활동의 한 영역이 됐고, 지난해부터 학교생활기록부의 창의적 체험활동란에 기록·관리되고 있다. 청소년단체를 포함해 개인적으로 실시한 봉사활동은 학교장이 인정한 경우에만 기재되며, 해외봉사활동은 기재되지 않는다. 자원봉사 본래의 의미보다 기록의 공정성을 강조한 결과이다.

이런 제약 속에서 청소년 봉사활동은 이제 대학생 봉사활동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대학생들은 입시 부담도 없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이들은 사회진출에 앞서 전문성을 키우고 세상을 배워야 한다.

특히 요즈음 청년들은 실업난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막 바로 취업이 어렵고, 경력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신규 대졸자들의 취업의 꿈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청년실업자들이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세상을 배울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체계적인 자원봉사는 세상을 배우며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류의 빈곤, 분쟁, 기후변화 등 지구촌의 문제를 탐구해보고 해결점을 찾아 함께 노력하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교육당국에서도 자원봉사를 장려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엔 자원봉사를 교양과목으로 채택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대학연합 봉사활동을 실시하는가 하면, 신입생 전원의 해외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고, 동문과 같이 사회봉사단을 발족하는 등 자원봉사를 강조하는 대학이 부쩍 늘었다.

다양한 봉사활동은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느끼게 하고 협동심과 책임감 등 공동체의식을 키워주는 훌륭한 교육 과정이다. 막 피어오르는 대학생 자원봉사의 열기를 1회성,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참여자 수를 늘리고 효과성을 높여 우리의 삶의 문화로 정착시켜가야 한다.

모두가 대학 때부터 전공과 연계한 봉사활동, 취업 후의 사회공헌활동, 성공 후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등 생애를 통해 헌신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살아 나아간다면 자아실현은 물론 공익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학생 자원봉사는 사회적 요구이자 젊은이의 특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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