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의 서머스 총장이 2002년 개혁안을 내놓았다. 학부 교육의 질 향상을 비롯해 하버드대가 주도하는 국가 개혁, 케임브리지와 보스턴의 제2실리콘밸리화 등이다. 이 계획은 일부 교수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오히려 광범위한 저항에 부닥쳤다. 그때 시사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서머스는 사람 다루는 기술부터 다시 배울 것”을 충고했다. 총장의 자질 가운데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학 총장의 리더십으로 창업가형, 자유방임형, 변화주도형, 민주적 여론수렴형을 꼽는다. 창업가형은 대학이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 역할을 창조하는 스타일이다. 자유방임형은 대학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하도록 놔두는 유형이다. 변화주도형은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형태다. 민주적 여론수렴형은 모든 결정이 밑에서부터 의견 수렴을 통해 이뤄지도록 하는 리더십이다.

▼지방대 총장의 자질과 역할로 강조되는 유형은 CEO형이다. 대학이 상아탑의 권위에 안주하면서 현상 유지에 만족하던 시기에는 총장이 학문과 지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로 인식되고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작금의 지방대 현실을 보면 이러한 총장의 모습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총장이 변화와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원대가 전국 첫 국립대 총장 공모제를 도입했다. 지금은 후보 등록 기간이다. 학내 교수 30명 이상의 추천을 받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춰 등록하면 된다. 현재 12명 안팎의 교수가 입후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선제 때보다 후보군이 훨씬 많다. 대학을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비전과 리더십을 가진 인사가 줄을 선 형국은 분명히 바람직한 일이다. 이 시점에서 강원대에 필요한 총장상, 리더십을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장기영 강원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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