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말이 있다. 고려의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고려 말 혼란기에 일관성 없이 중구난방으로 추진되었던 정책들을 비꼬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일부 대학에서는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금도 전형안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중앙대는 한 번의 지원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 유형별 합격자를 선발하는 일명 `통합전형안`을 1년 뒤로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수시모집 지원 횟수를 6회로 제한함에 따라 복수지원 효과를 낳고자 통합전형을 계획했는데, 대교협이 학생들 부담 가중을 근거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도 기존에 세 가지 유형으로 계획되었던 `성균인재전형`을 수정했다. 이들 대학은 그간 숱한 입시설명회에서 통합전형을 실시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기에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학교 전반의 반응은 어떠할까. 물론 학생, 학부모, 교사 할 것 없이 극심한 혼란 상태다. 학생들은 구체적인 진학 목표를 수립하지 못하고, 교사와 학부모는 이들의 진학 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우선적으로 `정책 결정자들의 초지일관(初志一貫)`을 제안한다. 대교협에서 전형을 승인할 때 가능한 한 최대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결정하고, 그 방침에 대한 일관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번 중앙대 통합전형도 작년 11월에 잠정적으로 승인되었던 것이지만 일부 대학에서도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올 3월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처음부터 이를 반대하거나 승인할 때 추가적으로 조항을 덧붙이는 등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하루아침에 전형이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으로, 대학들에 `전형 간소화`를 요망한다. 사실 통합전형으로 인해 학생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대교협 우려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가령 논술과 수능을 중점적으로 준비하던 학생일지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비교과 영역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한꺼번에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복잡한 전형이 수험생들 사이에 잘못된 이해를 불러올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지금보다 비교적 간소한 전형 도입이 필요하다.

서울 잠신고 전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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