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빈첸시오의 물을 마시라'는 격언이 있다. 어느 때 마시라는 격언인지 함께 보자.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남편에게 질린 어느 중년의 부인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수도원의 빈첸시오 성자를 찾았다.

그 부인은 “성자님, 잔소리 많은 남편에게 지쳤습니다. 그 잔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말입니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그래도 가정은 꼭 지키고 싶다고 가정의 평화를 달라고 기원했다.

빈첸시오 성인이 대답했다. "우리 수도원의 우물물을 떠가세요. 그리고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그 물을 한 모금 입에 넣으세요. 단 절대 삼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면 반드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믿어보세요"

그날 저녁 남편은 돌아오자마자 또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부인은 당장 맞받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얼른 빈체시오 성인이 준 수도원의 물을 한 입 머금고 새나오지 않게 입을 꼭 오므리고 있었다.

그랬더니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남편이 조금 조용해지는 듯 했다. 그 날은 그러더니 지 풀에 지가 꺾였는지 조용해 졌다. 그날 이후 남편이 잔소리를 할 때마다 수도원의 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럴 때매대 효과는 만점이었다. 남편이 서서히 바뀌더니 어느 날은 부인을 칭찬하기까지 했다. '빈첸시오의 성수'가 가져다 준 침묵의 힘이다.

요즘 선거철을 맞아 중년부인의 남편이 쏟아 놓는 잔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비방전이 귀청을 때린다. 내가 성수를 물고 있어야 하는 건지, 상대편 후보들에게 성수를 한 모금 물고 있으라고 해야 건지 잘 모르겠지만 떠드는 자보다 듣는 자의 덕목이 훨씬 요긴한 게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다. 누가 괜찮은 후보인지를 고르려면 ‘누가 잘 듣는 후보’인지를 알아보는 게 빠르다.

당선을 위해 상대편 비방을 줄기차게 해대는 사람, 하도 비방을 많이 해 누구에게 어떤 비방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 돈 몇 분으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후보자보다 더 열불나게 험담을 하고 다니는 사람··· 이런 사람들 때문에 눈과 귀가 피로해 한마디 쏘아 붙이고 싶은 사람에게 빈첸시오 성인이 한 말씀 합니다.

“듣기만 하세요. 잘 듣기만해도 요즘 같은 때는 당선됩니다. 말을 하지 않고 있는 저 후보, 정말 점잖은 후보구나. 저렇게 잘 듣는 사람이 국민의 고충도 잘 들을 꺼야하며 분명 당신에게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입니다.”성인은 다시 말씀하신다. “그런 뜻에서 우리 모두 성수 한 모금 입에 물고 있을

김현경 한양사이버대 교수(U's Line 미래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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