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꾼에게 교육자는 이기지 못한다. 이긴들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다. 이겨도 좋을 상대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교육자가 정치판에서 자꾸 놀아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정치꾼과 교육자중 어느 한 쪽을 편애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교육자가 정치꾼에게 자꾸 놀아난다는 자체가 교육자의 길을 걷지 않았을 때 생겨난다는데 있다.

최근 4.11 총선을 앞두고 현실 정치지향 교수들이라 불리는 ‘폴리페서’들이 철새 정치꾼처럼 난무한다. “교수냐?”, “정치인이냐?” 물으면 대답을 하지 않는다. 마치 모습이 정치꾼을 빼닮았다. 불리할 때는 이야기 하지 않고 묵묵부답이던 옛 청문회 증인들이 떠올려진다.

얼마전 전 교과부 차관을 지낸 설동근씨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자 나름 행정교육자로 살아오던 그 자리를 던지고 제대로 정치판을 기웃거렸다. 그러던 그가 공천의 언질을 받고 차관직까지 버렸지만 결국 낙동강 오리알이 신세가 됐다. 못 믿을 판이 정치판이라는 걸 뼛속 깊이 실감했을 터다.

그동안 그는 부산시장 후보로도 여러 번 하마평에 올랐다. 친화력, 추진력에 대해 남다른 그였다. 그러나 ‘허남식’이라는 부산시장과는 마산고 1년 직속후배 관계다. 그리 좋지 않은 모양이라는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그는 참여정부의 교육혁신위원장도 수락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교육부 차관직도 수락했다. 허 시장과는 맞붙을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던 거다. 부산에서 운신의 폭이 좁으니 우회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10년 부산교육감의 끝을 교육부총리로 마친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바람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돌아온 것은 '참여정부 품에 안겼다' '장관급까지 지낸 사람이 새파란 장관 밑에 간다'는 쓴소리도 들여왔다. "어떤 직이 주어지든 교육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열심히 하겠다"는 게 본인의 마음이었는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도 했을 법하다.

그가 총선에 나서고자 한 것은 국회에 발을 들여놓고 2년 뒤 물러나는 허 후배의 자리를 타진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엿봤을 것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승부수도 결국 통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공천위 관계자는 "어디든 모실 수 있는 분이다 보니 어디에도 모시지 못한 불운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교육자로 살아온 그를 간단히 평가한 정치판의 말말말이다. 그의 사회경력의 대부분이였던 교육자로서의 생활을 정치꾼들이 후하게 평가했다.

그러던 그가 중앙정부 관료생활 몇 년만에 결국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다. 올라갈 때도 흔쾌히 올라간 모습은 아니었지만, 내려올 때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내가 떴다방도 아니고…"라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평소 그의 성품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격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하겠다고, 그것도 이번에는 행정관료가 아닌 제대로 막가는 정치판에서 놀아보겠다고 했다가 제대로 놀아났다.

부산발 교육혁명, CEO형 교육감의 전형, 5년 연속 전국 최우수 교육청 수장…. 권모술수 정치권에서는 들을 수 없는 수많은 찬사가 그의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지칭했던 수식어다. 폴리페서들이 학생들의 고유 권한이자, 교수로서 지켜줘야 할 수업권을 모른 채 한 채 선거판에서 메거폰을 잡고 목이 쉬어간다.

그러나 교육이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이 말에도 사실 자신이 없다. 이번 총선에 대학교수가 30명이 출마했다. 겸임이나, 특임, 초빙까지 치면 60명에 육박한다. 국회의원의 1/5이다. 그런데도 정치는 더 우스꽝스러진다. 그렇다면 이런 결론이 도출된다. 폴리페서는 교수가 아니라 정치꾼이었다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들의 논리에 학자의 논리는 온데 간데 없어지는 교수형 정치꾼이라는 말 밖에 수식할 말은 없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들고 나온 폴리페서일지언정 강단을 떠나는 순간 프로페서(교수)가 아니다. 설동근 전 차관이 시사하는 바 크다. “제대로 된 교육자가 정치판을 바꿔야 할 때다. 정치가로는 교육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전 부산시 교육감 설동근씨가 중앙 정치무대에 진출한지 10년만에 터득하고 내려온 귀한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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