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았다. 매일 혹은 적어도 격일에 한번은 글과 사진을 업데이트 해 주고 웃긴 것, 충격적인 것이 있으면 부지런히 퍼다 나르고 추천해야 하며 지인들의 공간에도 꾸준히 방문해 눈도장을 찍어줘야 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 이야기다. 필자는 SNS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니홈피든 트위터든 일단 계정을 만들고 처음에만 반짝 하다가 이내 질려 유령 회원이 되기 일쑤였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도덕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당시 도덕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미니홈피는 타인의 우울을 조장한다. 한 개인의 일상 중 한없이 행복하고 드라마틱해 보이는 일들만 포착하고 짜깁기해 타인에게 ‘전시’해 놓은 미니홈피의 특성 때문이다. 미니홈피에 보이는 그네의 일상에 불행은 없다. 미치도록 슬프거나 우울한 일은 대개 자의로 삭제된다. 만약 그런 일이 실린다 해도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거나 미화되기 십상이다.

그렇게 타인의 미니홈피를 보고 있노라면 내 일상은 더없이 평범하고 지루해 보인다. 특히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그런 상대적 박탈감은 배가된다. 댓글을 달고 스크랩을 해가지만 사실 미니홈피를 비롯한 SNS에 진정한 공감의 기능은 없다.


그래, 보여주기 위해 행복을 가장하지는 말자. 이후 필자는 SNS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계속해왔다. 그런데 작년부터 페이스북이 열풍을 일으켰다. 친구들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페이스북으로 대화를 하고 글과 사진을 공유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학보사 기자로서 필자가 알면 좋은 혹은 알아야만 하는 정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오고갔다. 어쩐지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도 꿋꿋이 SNS와는 거리를 유지했다. 지인들이 어서 페이스북을 시작하라고 닦달해도 소용없었다.


이런 필자의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주 대학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학교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현직 언론인과 타대 학보사 기자들이 입을 모아 종이신문의 위기에 대해 논했다. 실시간으로 기사가 올라올 뿐만 아니라 시각적 효과가 풍부하고 더불어 사안에 대한 타인의 생각도 알 수 있는 인터넷 신문에 비해 종이신문은 시의성에서 뒤지고 흥미로운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작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스를 인터넷으로 본다는 사람의 비율이 종이신문 구독률보다 10% 가량 높게 나타났다.


경희대와 가톨릭대, 건국대의 신문은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었다. 지면으로 못 다한 흥미롭고 효과적인 편집 방법을 시도하고, 이벤트를 열어 신문사 홍보를 하기도 하며 속보를 올리고 학우들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캠퍼스가 이원화 돼 있는 경우 두 캠퍼스를 이어주는 교량 구실도 SNS가 하고 있었다.

또 그들 신문사는 SNS에 그치지 않고 지면과의 긴밀한 연계를 위해 고민했다. 페이스북에 지면 기사를 예고하고 지면에 싣지 못한 사진이나 인터뷰 기사를 마저 올리는가 하면 학내 사안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해 그것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SNS로 학내 여론의 장을 형성한 셈이다.


이제 종이신문만으로 신문사의 미래를 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성대신문은 트위터, 페이스북 모두 계정이 있지만 페이스북은 아예 사용하지 않았고 그나마 트위터도 총학 선거 개표 같은 일이 있을 때에만 잠깐 이용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타대학보의 성공적인 SNS 운영 사례를 보고 나니 성대신문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는 독자들과의 소통 창구이자 사회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취재원이며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는 신문에 재미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편집자로서의 역할도 했다. 우리도 변해야 했다.


당장에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다. 연습을 통해 성대신문 계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그간 필자가 SNS를 지속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행복을 가장하는 것도 싫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는 이는 물론 게시물을 올리는 본인조차 흥미를 품을 만한 킬러 콘텐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성대신문의 기사와 내부 소식이 킬러 콘텐츠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SNS와 신문의 긴밀한 연계를 꾀할 것이다. 종이신문은, 결코 죽지 않는다. <양명지 성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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