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풍각쟁이야 머~ 오빠는 심술쟁이야 머~/난 몰라 난 몰라 내 반찬 다 뺏어 먹는거 난 몰라 /불고기 떡볶기는 혼자만 먹고/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구/오빠는 욕심쟁이 오빠는 심술쟁이/오빠는 깍쟁이야…”


1930년대에 가수 박향림이 코맹맹이 소리로 불러 유행한 대중가요 박영호 작사의 '오빠는 풍각쟁이' 가사는 시대를 초월하는 장난 끼와 익살스러움이 배어 있다. 2절에는 오빠가 여동생의 편지를 남 몰래 보는 트집쟁이, 3절에는 밤 늦게 술 취해 들어오는 주정뱅이로 그려진다. 시적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풍각쟁이'라는 말이 '심술쟁이'나 '주정뱅이'처럼 일종의 비어로 쓰여지고 있다.

우리 대중가요를 학문적으로 고찰한 '오빠는 풍각쟁이야'라는 저서를 낸 장유정 교수는 이 노래를 만요(漫謠)로 분류하고 있다. 희극적인 만담 등을 노래로 만든 일종의 코믹송이다. 만요는 1930년대에 크게 유행했는데 김정구의 '왕서방 연서' '세상은 요지경'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당시에 만요가 유행한 것은 우울한 시대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우울한 시대를 잊고자 하는 딴청이다.

일제 말기에 유행하고 간혹 가요무대에나 불려졌던 이 노래가 다시 환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2004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OST로 삽입되고부터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장동건과 원빈 두 형제가 6.25 전쟁 전 종로 거리를 뛰어다니던 천진만한 화면의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왔다. 또한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애정 만만세'에서도 김수미가 우울할 때 가끔 이 노래를 불러 댄다.

젊은 누리꾼들이 이 노래에 더욱 친숙해진 것은 장안의 화제인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 삽입곡으로 선택됐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작곡한 사람은 김해송 혹은 김송규라고도 적혀 있다. 그는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의 남편으로 6ㆍ25 때 행방불명이 됐는데 납북 됐다는 후문이다.

일제시대의 선구적인 천재 작곡가인 그는 '총후(銃後)의 자장가' 등 일제 군국가요도 많이 작곡해 반야월ㆍ박시춘 등과 함께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친일 작곡가의 노래가 '가카 헌정방송'을 표방한 '나꼼수'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그들이 미국행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을 탄 것은 이해가 되도 말이다. 나 같은 꼼수쟁이에게도 피해갈 수 있는 '나꼼수'가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이시영 사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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