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받은 자격증 하나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자격증을 받게 되어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그 자격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년에 한번 체력검정을 통과하여야만 합니다. 400미터 트랙을 일곱 바퀴 주어진 시간 내에 인터벌로 완주해야 하는 이른바 ‘쿠퍼테스트’라는 체력검정입니다.

몇 주 전,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실시되는 체력검정을 받으러 갔습니다. 늘 생각은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일을 핑계로 체력훈련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결과는 두 차례 시간 초과로 실패였습니다.

실패의 상처는 컸지만, 열매는 자라야 했습니다. 드디어 미루고 미루던 로드워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훈련에 돌입하니까 자신이 다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그때 깨달은 것은 체력검정에서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두려움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데서 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자신의 두 발을 무겁게 끌어내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인생에서 실패를 많이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강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반비례로 작아질 테니까요.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실패도 경험하지 못하고, 결국 막상 도전해야 할 때 두려움이 앞서게 됩니다.

그 두려움이 커지면 아예 도전조차 해보지 못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만의 꾸준한 준비의 노력일 것입니다. 그 준비의 시간이 길수록 스스로는 더 강해지고, 어떤 도전 앞에서도 두려움을 가지지 않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성취의 달콤한 열매를 간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0년의 마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이가 하지 않는 일을 무엇이든 10년간 꾸준히 하면 반드시 무언가를 성취해 낼 수 있다’는 법칙입니다. 세상에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성취해낸 많은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비밀’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리드 컬리지에서 서예 수업을 통해 컴퓨터의 서체의 매력에 빠져 디자인에 우위를 가진 애플의 매킨토시를 개발한 것도 자신의 신념을 믿고 오랜 세월 꾸준히 노력하고 준비해 온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아마도 잡스가 말한 어느 시골길 사진 밑의 문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늘 갈망하고, 늘 어리석게 사십시오.” 다른 이들이 어리석다고 여기는 일이지만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10년 간 꾸준히 할 때 우리는 어떠한 도전 앞에도 잘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세상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중에 가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앞으로 일주일 뒤에 있을 2차 체력검정을 위해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다시 캄캄한 교정을 달립니다. 비록 다시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는 말리라. 실패는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니까… <백 훈 중앙대 국제관계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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