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조직 폭력배들이 대학의 총학생회를 장악해 학생회비를 빼돌려 조직 운영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는 소식은 충격을 넘어 사실여부가 궁금해질 정도다. 광양지역 대학 총학생회를 무려 8년 동안이나 조폭들이 장악했다니 그동안 대학당국은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의 폭력 조직인 라이온스파 행동대장 김 모 씨는 광양의 한 2년제 대학에 입학한 뒤 경쟁 후보를 협박해 사퇴시키고 총학생회장이 됐다고 한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학생회비를 빼돌려 조직 운영 자금과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이벤트 회사에 총학생회가 개최하는 체육대회와 축제ㆍMT 등 모든 행사를 맡긴 뒤 행사비의 절반가량을 돌려받기도 했다. 그가 졸업한 뒤에는 부두목 등을 총학생회장에 당선시켜 같은 수법으로 돈을 빼냈다. 이렇게 빼돌린 돈이 8년 간 4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더 황당한 것은 이들이 구속되자 주변 순천 지역 조직 폭력배가 총학생회장을 노리며 학교 주변을 맴돌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대학 말고도 전남의 3개 대학 총학생회장을 조폭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 조속히 수사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 학부모들의 피땀이 서린 총학생회비가 조폭 운영자금으로 쓰인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전국에 대학이 크게 늘면서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일부 2년제 대학들이 무분별하게 학생들을 끌어 모은 것이 조폭이 대학에 진출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등록금과 함께 내는 학생회비의 용도에 대해 학생들이나 대학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이런 폐단을 불러왔다. 학생회비에 대한 철저한 감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대학 총학생회를 장악하는 것이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수익이 많다는 소문이 근절되는 처방을 관계 당국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신성한 대학의 총학생회 사무실은 조폭들의 운영비를 만들어 내는 아지트가 될 것이 자명하다. 계속 방치하다가는 조폭두목이 총장보다 한 수 위라는 말도 나올 법하다.

<최상택 / 전남 광주시 서구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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