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적자보전액 일부만 전용하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습니다. 왜 반값 등록금을 실현 못합니까? 그렇게 한다면 대학 활성화에 엄청난 시너지가 동반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도립대학은 획기적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는데 우리만 못하라는 법 있습니까? 도 산하 22개 시ㆍ군 출신 지역 학생 유치를 위해 장학금 유치와 공무원 제한경쟁을 구체화시켜 볼 만한 방안을 강구할 의향은 없습니까?"

지난달 하순께 전남도 행정환경의원회 소속 의원들은 도립대학 감사에서 대학활성화 방안에 대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도 의원들이 산하 사업소 정례 감사에서 질타 일변도가 아닌 컨설팅에 가깝게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은 뜻밖이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립대학교 반값 등록금 실행에다, 몇몇 도립대학의 발 빠른 반값 등록금 추진 움직임에 나름 발맞춤 행보를 하는 것이 직감됐다.

이날 도 의원들은 재학생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수혜율, 재입학률 등 고등교육법에 근거한 전문적인 용어는 물론 구체적인 지표까지 거명하며 대학 운영 전반에 관해 조목조목 짚었다. 한 의원은 기존의 체제 유지에 급급하지 말고 지역 대표 대학으로서 도민의 자녀들이 자발적으로 대학 입학을 하게끔 혁신안을 마련하고, 도 지방공무원교육원을 유치해 아카데미 기능을 확대하라는 주문도 했다. 내로라하는 호남지역 1, 2위권 대학에 버금갈 수 있도록 의회 차원에서 돕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사실 도립대학은 정부지원을 파격적으로 받는 국립대학에, 막강한 재력을 자랑하는 사립대학에, 학생충원 걱정이 없는 수도권대학에, 그리고 4년제 일반대학에 비해 제반 환경이 열악할 대로 열악한 공립 2년제 전문대학이다. 본질적으로 지역 클러스터 대학으로 탄생했음에도 공적, 지역적 기능을 살리는 차별성을 갖추지 못하는 등 진열식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 인프라 기능인 경찰, 보건, 간호 등의 '잘 나가는' 학과 인허가 유입은 아예 '부실 사립대학'에마저도 밀린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엄연히 지역 클러스터 직업대학으로서의 존재 의의를 가진 실체이지만 이런 구조적 현실을 타개하기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다 최근엔 '대학에 가지 않아도 취업이 잘 되는 특성화 고교' 추진 정책에 밀려 있기까지 하다. 현재 147개 전문대학 중 공립 전문대학은 7개교에 불과하다. 하지만 140개 사립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위력에 눌려 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 도립대학은 대학당 평균 연 50억원 규모를 정부지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잘못된 통계보고로 인해 500억 원을 빨아먹는 블랙홀로 와전되기도 한다. 그러니 애물단지라는 애먼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도립대학 대다수 지표는 147개 대학 중 평균 30위권에 포진하는가 하면, 재정지원사업에서도 '생존권적 본능'을 발휘해 발군의 실력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고등교육 선진국인 유럽, 구미, 대양주에 소재한 전문대학의 90%가 국공립 형태로 정부 지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우리의 전문대학 형태인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 1천여 대학의 직업 인력 양성에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20억 달러(한화 15조원 규모)를 쏟아 붓고 있다.

제도적인 의미에서 '일자리 창출'은 실업계고등학교도 학문 중심의 4년제 일반대학 몫도 아니다. 고등교육법에 나와 있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며, 동시에 커뮤니티이자 클러스트로서의 지역에 위치한 공립대학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아니 담당하도록 부추켜 줘야 한다.

거시적인 구조조정 차원에서 노동부 산하 폴리텍 대학이 지역 클러스터 대학인 공립대학으로 묶여야 하는 이유다. 입학생 부족으로 구조조정을 면하기 어려운 일부 부실 대학도 국가 지원이라는 전제하에 공립 클러스터 대학으로의 집중화가 요청된다. 이는 국립대학 법인화와는 별개다.

아울러 선진국에서 이미 실행하는 2~4년제에서 대학원 등 수업연한 자율화가 전문대학에도 신축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교원급여 보전 및 현상 유지에 급급한 도립대학을 국가 균형발전과 함께 백년대계의 반석 위에 올리기 위해서는 교육 패러다임에 걸맞는 미래지향적인 혜안이 절실하다. <이경희 연구원 U's Line 미래교육연구소>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