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법 행정7부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파면처분을 당한 황우석 전 서울대학교 수의대 석좌교수가 "파면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파면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쉽게 말해 황우석 교수가 저지른 논문 조작행위는 교수라는 직분의 파면까지 갈 행위는 아니었다는 게 법원 판결의 요지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교수에게 있어서 논문이 어떤 존재이며 의미인가.

특히 이 나라를 대대손손 먹여 살릴 것 같이 떠들었던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은 교수신분 파면 조치를 넘어선 국가의 망신이며 수치였다. 더구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의 논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황우석 교수는 본인의 논문조작 이후 파면에 대해 파면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이 말은 또 무슨 말인가. 한 나라를 뒤흔들었던 자신의 사건을 잊었단 말인가. 교수라면 누구를 가르치는 직분이다.

그것도 대학교수는 양심과 실력과 국가관을 고루 갖춘 한 사회의 지표다. 그것도 다름아닌 국민의 혈세로 공복을 받았고 연구했던 국립 서울대 교수가 내가 왜 파면이라는 말이냐고 따져 묻는다면 정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맛봤던 좌절과 허탈, 실망은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하는가. 법원이 보상해줄 것인가. 나라에게 국민 1인당 얼마씩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할 것인가.

지금 황우석 교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서울대와의 송사(訟事)가 아니다.

교수 신분이 아니면 어떤가. 자신의 죄를 사죄하는 방법은 본인의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다. 그래서 학자로서의 진정성을, 그가 말끝마다 강조했던 애국자, 애국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의 근원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치열한 송사를 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황우석 박사는 교수 황우석이 아니라 생명과학자 황우석이다. 치열한 연구 끝에 더 나은 업적이 도출된다면 그는 어려운 역경과 자신을 이긴 또다른 학자로 남을 것이다.


“황우석 박사님, MBC PD수첩에서 논문조작 보도가 나간 후 대다수의 국민들은 방송사의 보도가 오보이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아십니까? 아직도 당신은 학자입니다. 그러니 송사로 명예를 회복하려 하기보다 당신의 연구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명예회복이며 그 이전에는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민승일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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