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가 대학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학이 발표하는 비전이나 홍보자료에서 국제화는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 정책에서도, 언론이 발표하는 대학평가에서도 국제화는 늘 화제 거리이다.

대학가의 관심과 노력을 반영하듯,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화는 양적으로 진전된 모습을 보인다. 올해 초 발표된 OECD 교육지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호주, 뉴질랜드, 핀란드, 이탈리아, 러시아 등과 더불어 2000년에 비해 세계유학생 시장 점유율이 2배 이상 증가한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국내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1998년에 약 5천3백명이었던 외국인유학생 수가 10년 만에 16배 이상 급증하여 8만명을 넘어섰다. 뿐만이 아니다. 불과 10년전만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영어강의가 크게 확산되어 현재 영어강의 비율은 수도권 주요대학이 30%, 비수도권 대학이 1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학 국제화의 어두운 단면도 보도되고 있다. 대학들이 앞다투어 유학생 유치에만 몰두한 결과, 우리나라 학생과 외국인유학생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며 외국인유학생의 중도이탈과 불법체류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 되었다.

외국인유학생을 대상으로 학위장사에 나선 대학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기야 정부는 외국인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까지 내놓았다. 또한 영어강의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운영과 미흡한 학습효과에 대해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대학의 국제화에 대한 상반된 모습을 놓고 대학가 안팎에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학의 국제화는 제한된 시각에서, 양적인 부분에만 치중한 나머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대학 국제화의 문제는 주로 국제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가치 판단 부재에 기인한다. 대학 국제화의 의미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국제화를 세계화가 초래한 도전적 상황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간주하고 있다. 국제화를 전략적 대응으로 이해한다면, 국제화 추진 방안에 대한 가치 판단은 필수적이다.

세계화라는 현상은 동일한 모습이지만 이에 맞서는 전략과 방향 설정은 대학마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 대학은 개별 대학의 사명과 비전, 여건, 비교우위 분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바운드 또는 아웃바운드와 같은 국제화의 유형, 교류 대상, 학문 분야, 프로그램 등의 측면에서 특화된 국제화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화의 필요성, 각각의 국제화 추진 방안에 대한 가치 판단은 필수적이다.

물론 대학 국제화에서 외국인유학생 수나 영어강의와 같은 특정한 활동의 양적 성장은 일정 부분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국제화의 부작용을 고려할 때, 이제는 대학 국제화의 의미와 가치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대학의 국제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각 대학에 적합한 대학 국제화의 방향과 전략은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다행히 일부 대학인들이 현행 국제화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대학이 이러한 문제인식을 토대로 이제부터라도 대학 국제화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정책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정부와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화가 한층 진전된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 역시 대학 국제화의 가치 정립에 나서줄 것을 기대해 본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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