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사회계층을 구분 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저소득 계층의 자녀들이 부모세대의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계층의 상승이동을 하는데 교육만한 것이 없다. 사회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얼마나 많은 학교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일생동안 누리게 될 사회‧경제적 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24일,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가구주의 학력에 따른 가구별 월 소득 격차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둔 가구는 501만원인데 반해, 고졸 347만원, 중졸이하 250만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오늘날처럼 직종의 전문화 현상이 가속화 되는 시대에는 대학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대학의 고비용 등록금 구조와 소득계층의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고착되면서 비싼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 하고, 꿈을 접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8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속에서도 대학생의 1인당 등록금이 연간 1,000만원 시대가 도래(到來)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높은 국내 대학등록금을 인하해 서민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등록금 때문에 좌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들의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의 대학에 대한 기부금 증액 또한 절실한 실정이다.

등록금이 비싼 미국의 사립대학에서 가난한 인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음은 기업들로부터 들어오는 넉넉한 기부금 때문이다. 국내 사립대학의 기부금 비율이 3.4%에 그치고 있는데 비해, 미국 사립대학들의 경우는 26% 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육이 지닌 사회의 공익적 측면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대학 등록금의 문제는 학생의 탓, 가정의 탓, 그리고 대학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국가와 사회가 풀어줘야 할 문제다.

사회복지 측면에서도 소모적인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것 보다는 배움의 기회를 보장해 줌으로서 국민 각자가 자립과 자아실현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편이 생산적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대학교육을 통해 길러진 인재들을 공급받아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체들, 특히 대기업들의 지원이 보다 활성화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기업이 대학에 기부하는 시설비나 장학금에 대해 현재의 50% 소득공제 수준을 한시적으로나마 대폭 확대해 기부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우려되는 문제는 있다. 기업들의 대학지원참여 유도를 위해 세액공제를 확대할 경우 대학의 사회적 평판도에 따른 소위 ‘일류대학’과 수도권 중심 대학들에 기부금의 쏠림현상이 발생 할 수 있다. 기업들의 기부금 용처 또한 소모성 장학금지급 보다는 기업의 홍보적 성격이 강한 건물 신축을 선호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비싼 등록금 때문에 고통 받는 학생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세액공제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대학장학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올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고학력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모순된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오늘날 학생들의 학업성적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더구나 학생의 학력이 사교육과 무관치 않은 상황에서 학력수준이 높은 대학들에 기부금의 쏠림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면 본래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대학기부금이 특정대학에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창구를 일원화해서 ‘한국장학재단’과 같은 국가기관이 접수하고, 각 대학의 추천을 받아 경제적 배려 대상자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 수급통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부 특정 대학에 대한 기부자들의 뜻도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이 경우 세액공제 비율을 차등화 시켜 이들 양자 간의 균형을 도모하는 세제상의 유연성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건국대 교육학 교수 오성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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