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이고, 경직된 일본도 긴키대학처럼 할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 확산

[U's Line 이윤 도쿄 리포터]요즘 일본 대학가의 단연 화제는 '어떻게 간사이 지방대학 '긴키대'가 지원자 수 일본 1위가 되었나'<사진>라는 책이다. 특히 한국의 수학능력시험 격인 ‘센터시험’이 얼마 전에 끝나 이 분위기에 추임새로 작용했다.

이 책이 일본 대학가를 넘어 일본사회에 화두가 된 연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은 ‘긴키대학’(近畿大學)이 일본의 내로라하는 유명 대학들을 제치고 수험생 지원 1위 대학이 된 비결에 일본 사회가 자못 궁금해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오사카(大阪)의 사립 긴키대학에 일본 대입 수험생 10만5890명이 몰렸다. 그 결과 긴키대는 간사이(関西) 대학 최초로 지원자 수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최근 4년 연속 지원자 수 1위였던 메이지(明治)를 비롯해 와세다·니혼(日本) 등 도쿄(東京)의 대학들을 모두 제쳤다.

칼럼니스트 야마시타 유미(山下柚実)가 긴키대학의 약진 비결을 분석해 펴낸 책 '어떻게 간사이 지방대학 '긴키대'가 지원자 수 일본 1위가 되었나'가 최근 대입 시즌이었던 일본에서 주목받았던 것에 대해 “일본 사회의 미래 동력은 대학에 있고, 대학의 역할은 막중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표징”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일약 스타가 된 긴키대학은 그동안 어류 양식 분야에서 뚜렷한 학문적 위상을 보였다. 1955년 가두리 양식법을 개발했고, 2002년에는 참다랑어 완전 양식법 등 세계 최초 양식 기술을 내놓는 등 이 분야에 대해 뚜렷한 특성화를 보여 왔다.이 참치를 ‘긴다이마구로’(긴키대 참치)라 부른다.

또한 긴키대학 학교기업의 활약상도 돋보였다. '긴키 참치'라는 브랜드로 출원해 판매하고, 대학 법인 최초로 도쿄 긴자에 ‘긴키(近畿)대학교 수산연구소’라는 직영 레스토랑을 운영, 일본 전역에 학교 이름을 일반 대중에게 인식시키고 자연스러운 연착륙을 했다. 이런 긴키대학의 독창적인 행보는 “긴키대학은 긴키대만의 뭐가 있다, 긴키대학은 자기 색깔이 뚜렷하다”는 식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긴키대학은 '긴키대학교 수산연구소'라는 씨푸드 레스토랑을 도쿄 긴자에 오픈해 대학운영의 재원 마련과 친근한 이미지를 심고 있다.

또한 학교운영도 학생 위주로 생각을 바꿨다. 2013년에는 일본 최초로 인터넷 원서 접수제도를 실시해 지원료를 기존보다 3000엔(약 2만7500원) 낮췄고, 이공계 비중이 높은 긴키대학은 당연히 남학생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여학생들의 지원율을 높이려고 학과 개편 및 시설 정비도 실시했다. 사회·심리·인테리어 디자인 등 여학생이 선호하는 학과를 새로 개설했다.시설적인 면에서도 2000년부터 강의실·도서관 등 교육 시설을 새롭게 개·보수, 남자 화장실보다 2배 넓게 만들어진 여자 화장실은 별도 파우더룸까지 구비하는 등 변화하는 학교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그 결과 긴키대학은 '간사이의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부상했고, 현재 긴키대 여학생 수는 20년 전보다 2배 늘어 정원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펼쳐 온 긴키대학의 학교운영은 모두가 적중한 셈이다.

일본 사회는 “일본은 바뀔 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강제적으로 바뀜을 당해야만 바뀐다”는 일본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한편으론 이런 일본의 미래가 어둡다는 공통적인 두려움에 빠져 있었는데 일류대를 제치고 수험생으로부터 가장 인기 높은 대학의 면모한 긴키대학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심리가 작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새롭게 문화를 만들어냈다는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긴키대학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교토(京都)나 나고야(名古屋) 등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지방 명문대가 결코 아니다. 입학 성적은 도시샤(同志社)나 리쓰메이칸(立命館) 등 간사이 유명 사립대보다도 떨어진다. 평소 "도쿄대 말고는 대학 가는 의미가 없다"고 심한 도쿄대 엘리트론을 펼치는 것으로 이름 난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前 라이브도어 CEO도 이 책을 읽고 “긴키대학이 가장 잘한 일은 어느 대학도 자기 대학의 건학이념을 보여주는데 실패했지만 긴키대학은 달랐다”고 추켜 세우며 "일본에 긴키대학 정도는 있어도 좋을지도 모른다" 는 역할론을 인정했다.

긴키대학 출신 오구라 긴조 동문(43)은 “모교가 이렇게 변화, 진화해나가는 데에는 1948년 개교 당시 건학 이념으로 내세운 '실학(實學) 교육'이 근간이 됐다”며 “일본 사회에 긴키대학이 시사하는 바는 ‘역동적 변화’만이 일본을 재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긴키대학의 약진에 일본 사회가 이렇듯 주목하고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학의 중요성과 너무나도 정적(靜的)인 일본사회에 일본 국민들마저 각성을 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