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정부지원 재개...콜럼비아대에 500만 달러 지원


▲컬럼비아대 로우메모리얼도서관. 일본은 일본 정치 및 대내외 정책을 연구하는 교수직을 지원하기 위해 500만 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사진BLOOMBERG NEWS>


일본 정부의 새 예산안에서 눈길을 끄는 건 뉴욕 컬럼비아대에 50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부분이다. 일본 정치 및 대내외 정책을 연구하는 교수 채용을 위해서다.

일본이 미국 대학에 자금지원을 재개한 것은 약 40년만으로 아베 정부가 해외에서 일본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다시 박차를 가하는데 따른 조치다. 중국과 한국 양국이 미국 교육기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점도 의식한 듯 하다. 특히 중국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가르치는 ‘공자학원’ 지원 프로그램을 속속 개설하고 있다.

기무라 칸 일본 고베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일본이 정보전에서 한국과 중국에게 밀리고 있고 따라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자학원이 개설된 미국 현지 대학 수는 97개에 달한다. 이로 인해 미국 대학들에서는 학문의 중립성과 자유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 최근 하와이대와 아이오와대 등에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을 설립했다.

일본 정부 관리들 역시 미국 교육기관에 대한 투자 결정이 어느 정도는 경쟁국들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임을 인정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은 올해 동아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고조돼 있으며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놓고 계속해서 중국, 한국과 불화하고 있다.

일본이 ‘소프트파워’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3년에도 일본 정부는 컬럼비아, 하버드, 미시간대 등 미국 10개 명문대에 일본 연구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각각 100만 달러씩을 기부한 바 있다.

그러다 국가 재정상황이 나빠지면서 전체 정부지출을 줄였으나 일부 연구 프로그램과 일본어 교육에 대한 지원은 계속했다. 전 외무장관이자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의 이름을 딴 ‘아베 펠로우십’도 그 중 하나다. 1991년 창설된 아베 펠로우십은 매년 10명 이상의 정치 및 사회경제학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아베 정부는 지난해에 비해 ‘전략적 PR’ 예산을 세 배 이상 늘렸다. 추가된 500억 엔(4억2,300만 달러) 가운데 6,500만 달러가 일본 친화적인 학자,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배정된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일본어 프로그램도 늘리고, 일본 젊은이들의 해외 유학과 근로도 장려하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김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배가할 계획이다.

사실 새로운 PR 이니셔티브는 출발이 순조롭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일본 외교관들이 미국 주요 교과서 출판사와 접촉을 시도했음을 인정했다. 고등학교 교과서의 위안부에 관한 내용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당 출판사인 맥그로힐에듀케이션측은 이러한 요청을 거절했다.

보스턴대 국제학 연구기관인 파디스쿨의 토마스 버거 교수는 “현대 일본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건 많다”면서도 “현대 일본의 역사를 바라보는 외부 관점을 바꾸려는 아베 총리의 노력은 헛될 뿐 아니라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거 교수는 아베 펠로우십의 수혜자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아베 총리의 정책을 비난하는데 걸림돌이 되진 않는다.

일본 외무성 소관 ‘일본국제교류기금’의 다구치 에이지 이사는 “우리는 언제나 학문적 자유를 최우선적으로 존중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원금이 일본 관련 프로그램에 쓰이기만 한다면 구체적인 용도에는 제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컬럼비아대 후원금은 일본 정치∙외교정책 전문가로 올해 은퇴하는 제럴드 커티스 교수의 포지션을 위해 배정됐다.

커티스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컬럼비아대가 일본 연구에서 주도적이었다는 점을 일본 정부가 인정해 준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 이 후원금이 앞으로도 해당 분야에서 리더로 남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일본 관리들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다른 미국 대학들과도 연구 프로그램 지원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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