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수업을 빼먹을 경우 이를 부모에게 알려주는 ‘클래스120′ 앱을 시험 중인 컬럼비아대 2학년생 칼렙 힐투넨. 수업을 빼먹고 얼티밋 프리스비를 즐기던 날과도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할 것 같다. 대학들이 일정 출석률을 필수로 강조하는 한편 땡땡이치는 학생을 적발할 첨단추적기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외곽에 위치한 빌라노바대에서는 학생증을 이용해 일부 강좌의 출석을 체크한다. 알칸사스대는 지난 학기에 신입생 750명을 대상으로 출석률을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얼마나 많은 학생이 강의를 빼먹는지 파악하기 위해 비밀리에 강의실을 촬영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학생들이 강의를 자꾸 빼먹다가 결국 자퇴하는데 따른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큰지를 반영하고 있다. 대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은 입학한 지 6년이 지나도 졸업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거액의 학자금 대출을 갚을 길도 요원해진다. 졸업률은 대학 순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들은 납세자와 학부모들로부터 학생들의 출석률과 졸업률을 늘리라는 압박을 받는다. 미국입학사정관협회(AACRAO)의 마이크 라일리 사무총장은 학교 차원의 출석단속 정책이 아직 드물긴 하지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땡땡이 등 자퇴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모니터하는 ‘출석 경보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샌안토니오 소재 세인트메리스대의 로잘린 앨더먼은 “20년 전과 비교할 때 출석률은 훨씬 더 중요해졌다. 부모들도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만큼 자녀들이 성실히 수업을 듣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어떤 학생이 수업을 빼먹는다고 보고하면, 모니터링 시스템 상에서 해당 학생의 ‘위험 수준’은 녹색에서 황색, 적색으로 올라간다. 학생의 행방을 추적하는 서비스로는 최근에 출시된 ‘클래스120’이 있다. 연 199달러인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GPS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학생의 소재를 파악해 부모나 제3자에게 알려준다.

클래스120앱 제조사인 ‘코어프린서플’의 제프 월리 CEO는 미국 전역에 있는 2,000개 대학 캠퍼스를 지도화해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강의를 많이 빼먹는 학생들에게 안전망은 없다.”

클래스120 베타테스터를 자원한 시카고 컬럼비아대 2학년 학생 칼렙 힐투넨은 지난 학기 어느날 아침, 아파서 학교에 못가고 누워있는데 수업을 빼먹었다는 클래스120 앱의 통보가 와 신경이 거슬렸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유용한 앱”이라 생각한다. “1학년 때 룸메이트가 결석률이 높아 결국 퇴학당했다. 머리는 좋지만 게으르고 동기유발이 안된 친구였다. 이런 앱이 그때 있었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다.”

마커스 크레드 아이오와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표준화된 입학 시험점수보다 출석률이 대학 때 성적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과학과 공학, 수학 전공분야에서 출석률과 성적의 상관관계가 더 높다. 또한 성적은 졸업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덧붙인다.

커뮤니티칼리지나 신학대학들은 재정지원을 출석률과 연계시키거나 채플 출석률을 체크하는 등 나름대로 필수 출석일수를 중시해왔다.

대부분의 4년제 대학들은 출석 체크를 교수 재량에 맡겼지만 강의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학생들의 출결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려워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학생증에 부착된 칩과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출석 체크가 한결 손쉬워졌다.

빌라노바대는 2007년부터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의 출결 상황을 모니터해왔다.

학생과 교수 간의 온라인 인터랙션이 증가함에 따라 학생이 얼마나 강의계획서에 액세스하고 급우들과의 온라인 토의에 참여하고 과제물을 읽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강의실 안팎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허점도 없지는 않다. 다트무스대에서는 지난 학기 스포츠윤리 과목에서 결석한 급우를 대신해 컨닝한 학생 64명을 적발했다. 피터 볼 하버드대 교무부처장은 학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출결 상황을 체크하고자 비밀리에 강의실을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학생들은 분노했지만, 모니터링을 통해 알게 된 것도 있다.

학교측이 모니터한 10개 강의의 출석률은 평균 60%였다. 학기 초 79%에 달하던 출석률이 학기 말로 가면서 43%로 떨어진 것이다. 출석률은 일주일 평균 10%포인트 감소했는데, 최종 성적에 출석률을 포함시킨 강의의 경우 출석률은 87%에 달한 반면 포함시키지 않은 강의는 출석률이 49%로 훨씬 저조했다.

알칸사스대는 62%인 6년 내 졸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범적으로 필수 출석일수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샤론 가버 교무처장은 “요즘 ‘헬리콥터 부모’란 말이 유행인데 일부 학생들은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가는 법도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월 스트리트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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