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교육의 양적 평등이 강조되면서 대학졸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 학력 인플레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는 중국과 인도의 경우 학사학위 소지자가 매년 수백만 명씩 배출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자 수는 726만 명으로 15년 전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도 매년 대학 졸업자 수가 500만 명에 이른다.

이 같은 졸업자 수 폭증은 실업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인도 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공식적인 전체 실업률은 12%에 가깝지만 29세 미만 대학 졸업자 가운데 3분의 1이 실업자 신세라고 BBC는 전했다. 중국도 대학 졸업 후 6개월 동안의 실업률은 15%로 조사됐다. 졸업생 가운데 100만 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셈이다.

홍콩시립대 정치과학과 조셉 청 교수는 올해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가운데 230만명이 실업자로 실질적인 실업률은 30%에 가깝다고 밝혔다. 청 교수는 “대단히 큰 숫자”라며 “확실히 이는 중국의 불안정을 야기할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사 학위가 없는 이들은 대개 단순 육체노동(블루칼라) 직업을 선택한다. 이들의 실업률만 놓고 보면 4%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실업률 상승이 과거 1989년 톈안먼 사태와 같은 저항을 야기할까 노심초사다. 학생들이 정치나 경제, 사회과학 등을 배우고 실업과 맞물려 사회적 불평등이나 부조리에 대해 정권에 맞서 저항할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교육 관련 부처는 600개 대학을 대상으로 기술전문학교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학술적이고 이론적인 주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취업과 연계된 기술을 더 배우는 실용학문 교육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한 야망도 없는 실업자 집단을 ‘개미족’이라 부른다. 개미족은 중국 사회학자인 리안시가 지은 책 ‘개미족’(2010)에서 나왔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세대로, 저소득층 대학 졸업자들이며 인력시장에 뛰어들길 기다리면서 불결한 대도시에서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아가는 집단을 의미한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버는 것보다 소비를 더 많이 하며 사회학자들은 이들을 지식층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농부, 이주노동자 등과 같은 부류의 최하층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청년개발재단에 따르면 개미족 인구는 대략 16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들이 구직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2011년 젊은 세대가 주도한 ‘아랍의 봄’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청 교수는 “중국의 급격한 경기 침체가 부정론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특히 이들 타임패스 세대와 개미족이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집단으로 지목됐다.

때문에 중국은 2020년까지 제조업 경제 개혁을 계획하고 있고 대학 졸업 인력들의 유입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도 청년실업 전문가 크레이그 제프리 옥스포드대 교수는 BBC에 “예전엔 학사 학위를 갖고 버스 안내원을 했는데 이제는 석사학위를 갖고 육체노동을 한다”며 “사정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사람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인력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제프리 교수는 인도 학생들이 “학위 취득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결국에는 이런 학위들이 민간부문 직업을 취득하는 여권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며 돌아오지 않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시간만 보내는 ‘타임패스’(timepass)세대라고 묘사했다.

그는 “부모들은 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길 바라면서 지원하고 있지만 영어 실력이나 지식, 치열한 경쟁에 대한 자신감 등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예를 들어 인도에서 발전하고 있는 IT 분야에서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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