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안 가는 학생이 왜 셰익스피어와 미적분을 배워야 하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교육 수장인 믹 자이스 교육감은 최근 공화당 여성당원 모임에 참석한 자리에서 "미국 고교생의 70%가 4년제 대학에 가지 않는다"며 소신 발언을 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학생에게 대수학 2와 영국 고전문학 같은 어려운 교과목 대신 졸업 후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가르쳐 사회 적응력을 키워주자는 주장이었다.

대수학 2는 한국의 중 3에 해당하는 미국의 고교 1학년 때 배우는 필수과목으로 삼각함수와 고차 방정식이 포함돼 있다.

그는 "대부분 학생은 고교 1학년 때 4년제 대학에 가느냐를 놓고 고민하는데, 안 가기로 결심하면 영국 소설의 줄거리 전개 같은 것에 관심을 끊는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자신들의 미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감이 이 두 과목을 거론한 것은 수업 때 딴 짓을 하는 학생이 많은 탓도 있지만 고등수학을 배우지 않아도 사회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보통 학생'들의 인식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진학을 포기한 학생 중 다수는 사인, 코사인이나 2차 방정식을 풀지 못해도 크게 성공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에 맞지 않은 공통교육과정(Common Core) 제도에 반기를 든 교육감의 발언에 참석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공통교육과정은 국가 차원의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에 따라 2010년 주지사협의회와 교육감협의회의 주도로 도입된 제도로, 현재 46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 정부는 공통교육과정을 시행하는 주에 세제 혜택과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수학 같은 어려운 과목이 학업 의지를 떨어트려 진학의 뜻을 일찍 접게 만드는 원인이 되면서 현실에 맞게 손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자이스 교육감의 이번 발언도 이런 여론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공통교육과정의 강제성을 완화시켜 영어와 수학 과목에 대한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의 '스마터 밸런스트'(Smarter Balanced) 시험제도 도입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다.

주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교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사단체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학에 안 가더라도 고등수학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이스 교육감은 "진학을 포기한 고교생에게는 통계학 같은 과목 대신 개인 금융과 사업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낫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jahn@yna.co.kr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