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2500억원 예산 지원…10년간 10만명의 STEM교사 양성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에서 융합교육을 이끌어갈 수 있는 교사 10만 명을 10년 안에 양성한다는 ‘STEM 교육’에 미국 명문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서서히 그 효과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융합교육은 그리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마치 국가적인 운동처럼 각 대학에서 이 부분에 동참을 하고 나서 미국 교육전반에 탄력과 역동성을 부여하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STEM’ 교육이 국가적 차원으로 시작된 배경은 예사롭지 않다. 2011년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과학기술자문위원회 보고서에서 제안하기에 이른다. 당시 보고서는 K-12(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까지 수준 높은 융합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수준 높은 교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교육이 미국을 지탱하는 저력이 될 것이며,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융합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주요 골자였다.

이 보고서를 보자마자 미 대통령 오바마는 바로 결재를 하면서 특별 예산을 책정하는 한편 산·학·연 관계 기관들과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美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지는 최근 보도를 통해 스탠포드, 하버드, MIT 등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융합교육인 STEM 교사 양성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이들 3개 대학은 2009년 미국 시사주간지가 미국 내 종합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순위에서 최상위 등급(Tier 1 school)을 받은 대학들로서 이 대학들이 STEM 교사 육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도입했다는 사실은 미 교육계에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과학교육 홈페이지에서 방대한 양의 STEM 교육 자료들을 공개하며

융합교육을 장려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미 백악관도 고무된 표정이 역력하다. 스탠포드, 하버드, MIT 등 3개 대학이 올해부터 시작해 오는 2022년까지 STEM 교사 양성교육인 ‘유티치(Uteach)' 프로그램을 도입, 실시할 예정이라는 발표에 미 정부 산하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는 2천250만 달러(한화 약 2천5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스탠포드, 하버드, MIT와 같이 최상위 등급(Tier 1 school)에 있는 대학들은 수학·과학 교사 양성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교사보다는 박사학위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던 게 사실이다. 미국의 국립수학·과학교육추진계획(National Math and Science Initiative) 톰 루스(Tom Luce) 회장은 “이제 이들 대학들이 STEM 교사 양성이라는 국가적인 큰 과제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고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 루스 회장은 또 향후 더 많은 대학들이 이 ‘유티치’ 프로젝트에 참여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이렇게 개발된 ‘유티치’는 이제 미 전역에서 STEM 교사를 양성하는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교사들은 STEM을 실시하고 있는 전국 중·고교에 배치돼 이미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STEM 프로젝트의 성과는 숫자로 말해주고 있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학교 현장에 배치된 STEM 교사 중 이직을 한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이직률이 4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이는 많은 STEM 교사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만족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인 팻 원거트(Pat Wingert) 씨는 “STEM 교육이 교사들에게 많은 성취감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많은 STEM 교사가 학습 현장에서 학생들과 더 많이 소통하면서 매우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높은 학습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STEM 교육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례로 ‘러닝 바이 디자인(Learning by Design)’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기술공학교육자학회(ASEE), NASA가 공동 개발한 이 프로그램에는 과학·기술·공학·수학 등의 교육 전문가들의 아이디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기술과 공학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실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학, 과학의 방식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STEM이 추구하는 융합교육의 목표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이처럼 융합교육에 총력을 쏟고 있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첨단화하고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 미국의 미래를 짊어질 과학기술 전문 인력을 더 많이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창의성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양산하고 있어 세계인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유티치’ 교육과정을 도입한 대학은 35개다. STEM 교육 과정 도입을 추진하는 대학들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백악관에서 10만 명의 STEM 교사 양성을 약속한 것이 2011년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그 목표가 당초 예상 2022년보다 더 빨리 이루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힘과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과학기술자문위원회의 보고는 융합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앞으로의 세상은 융합하는 힘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그들의 예측에 한국의 융합은 호사스러운 말잔치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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