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은 2016년부터 제한적 허용키로

베이징시가 다른 지역 호적을 가진 학생을 차별하는 현행 대학 입학시험 제도를 당분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양대 명문인 베이징대, 칭화대를 비롯한 유수 대학이 대거 몰린 베이징시가 현행 제도를 고수하기로 함에 따라 교육 당국이 추진하던 대입 제도 개혁안이 사실상 좌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30일 법제만보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이날 자체 입시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베이징시는 다른 지역 호적을 가진 학생이 2013년부터 중등직업학교(한국의 실업계 고교와 유사)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고, 2014년부터는 응시 대상을 고등직업학교(한국의 전문대와 유사) 입학시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건인 대입 시험 일정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베이징과 함께 관심 지역인 광둥성은 2016년부터 제한적이나마 일정한 자격을 갖춘 외지 학생이 관내에서 대입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는 계획안을 30일 발표했다.

타 지역 호적 학생이 광둥성에서 대입 시험을 보려면 그 부모가 정부가 인정하는 합법적, 안정적 직업을 갖추고 성이 발급하는 거주증을 갖고 안정적인 주거지에서 3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학생 본인도 광둥성 소재 고교에서 3년 과정을 완전히 이수했어야 한다. 하지만 외지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농촌 출신의 이주민들은 이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어서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광둥성과 더불어 3대 관심 지역인 상하이시는 아직 대입 시험 문호 개방 계획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최근 대학 소재지의 호적을 가진 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대입 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중국 대학들은 대체로 정원의 절반가량을 소재지 호적을 가진 학생들에게 배정하고 나머지를 전국 각지의 성, 시, 직할시의 학생들로 채운다. 우수 대학들이 베이징시, 상하이시, 광둥성 광저우시 등에 몰려 이곳 호적을 가진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실제로 한국의 수능시험과 유사한 대입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서 베이징시 호적을 가진 수험생은 타 지역 학생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아도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들어갈 수 있다.

개혁개방 이후 인구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지의 외지 출신 비중이 커졌다.

그러나 이들의 자녀는 호적이 없다는 이유로 토박이들과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먼 '본적지'에서만 대입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베이징시가 여론의 비난 속에서도 외지인에게 대입 시험의 문을 열지 않은 것은 베이징시 호적을 가진 특권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외지인에게 문호를 개방했을 때 전국 중·고교생이 베이징에서 입시를 치르려고 대거 조기 유학을 떠나는 사회적 부작용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교육부의 독려 속에서 헤이룽장성, 안후이성, 신장자치구, 충칭직할시, 허베이성, 후난성, 산둥성, 푸젠성, 장시성 등은 2013년 또는 2014년부터 제한적으로 외지 호적을 가진 학생에게 대입 시험 자격을 주겠다는 내용을 최근 발표했다.<연합뉴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