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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힘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는 게 평상시 이 특파원의 생각이다. 또한 ‘시켜서 하는 것’보다 ‘알아서 하는 것’이 더 많은 것도 미국 저력을 지탱하는 자율적 지지력이다.

유명 사회학자의 저서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려면 100년쯤은 걸릴 것이다. 아니 못 넘어설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내용의 핵심은 미국의 자율적 유연성을 높게 평가한 말이다.

유연성은 강함보다 더 강한 힘이다. 그런 힘을 느낄만한 사건이 얼마 전에 보도됐다. 예전 미국에서 보기 힘든 사건이었지만 미국에서 글자께나 읽었다는 지식인들이 사회 리더로서의 책임을 지겠다는 사회 역할론과 공동선(公同善)을 강조하고 나섰다. 보기 싶지 않은 풍경이다. 그만큼 미국 사회에 많은 난제가 존재함을 그들이 시인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컬럼비아대 ‘윤리 서약서’ 공개

최근 뉴욕타임스는 하버드대의 경영학 석사 학위 졸업생들이 자진해서 윤리서약에 나섰다고 크게 보도했다. 이어 컬럼비아대의 경영대학의 전체 학생 또한 윤리서약에 나서기로 했는데 “나는 진실과 정직과 존경의 원칙을 준수할 것이며 거짓말이나 속이거나 훔치는 일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을 서약 한다”는 서약서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명문대의 학·석사 졸업생들이 별안간 자진해서 윤리서약을 하고 나서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컬럼비아 대학의 경영대학 학생들은 ‘리더쉽과 윤리 위원회(Leadership and Ethics Board)’를 조직해서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있다고 한다. 역시 명문 경영대학원인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Wharton) 경영대학원에서도 윤리의식의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10년 전에만 해도 윤리를 가르친 교수가 두 명 뿐이었는데 지금은 7명의 윤리교수가 있다고 한다. 윤리 클럽이 여러 개 조직돼 학생들 간에 정직과 윤리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무르익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윤리 강조 분위기는 제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기업에는 윤리 담당 부사장직이 속속 신설되고 윤리 핫라인이 설치돼 정직하지 못한 행위를 목격하면 무명으로 즉시 윤리 담당부사장에게 직통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정직한 관행과 상행위는 주류사회나 동포 사회에서도 옮아가고 있다.

연이은 부도덕 금융행위에 대한 공동 자성

600억 달러의 투자사기로 감옥에 간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사건이 최근에 미국인의 가슴에 한탄의 큰 구멍을 내게 했다. 지난 수년을 걸쳐 대형 부도덕 금융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현재의 경제침체가 부동산 시장의 부조리에 기인했음을 부인하지 못하겠지만, 연이은 대형 금융사기 사건들은 윤리 부재, 도덕적 해이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게 미국 식자층(識者層)들의 자성과 이에 대한 실천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회의 모임에서 현직 기자가 진지하게 한 말이 기억난다. “저는 요즘 아침마다 기도를 드릴 때 제가 취재해 방송하는 내용과 표현이 어느 누구에도 부당한 해를 끼치지 않게 도와 주시옵소서”라고 간구한다고 말했다. 지금 미국은 그들이 보여주지 않았던 힘을 표출해서라도 그들의 유연성을 지키려 애쓰고 있는 모습이 이곳 102층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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