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인문학의 요람으로 불리는 애틀랜타의 에모리대가 교양과 문과 계열 과목을 대거 없애는 학과 통폐합 조치를 단행해 대학가에 파장을 낳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에모리대는 최근 학내 공지를 통해 대학구조조정 방안의 하나로 학부와 대학원의 일부 학과들과 관련 학위 과정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부에서는 교육학과 건강ㆍ체육교육학, 시각예술 등 3개 과와 언론학 학위 과정이 폐지됐다. 대학원에선 교양대학을 비롯해 경제학과 교육학, 스페인어학 과정에 신입생 선발이 중단됐다.

학교 측은 퇴출이 결정된 학과와 학위 과정에 속한 교수들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다만 종신직 교수는 중범죄 등 중대하자가 아니면 해고할 수 없다는 교육법에 따라 유관 학과로 소속을 옮기도록 했다.

16일 대학 전문 매체인 '고등교육 크로니클'에 따르면 학교 측은 중국학과 신경과학 같은 요즘 각광받는 과목을 신설해 인문학의 빈자리를 채울 계획이다. 1836년 인문학 간판을 내걸고 개교한 에모리대가 대학의 '모체'에 칼질을 가한 것은 자금 사정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학교 당국의 설명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학과와 학위 과정 수가 한계치를 넘어 세계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재정적 도전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과 계열 학과 상당수는 외부 기부금 모금 실적이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에모리대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자 대학이어서 "궁색한 돈 타령"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에모리대는 기부금만 미국에서 16번째로 가장 많은 54억달러(6조원)나 되고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세계적 기업인 코카콜라로부터 재정 지원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지아주 공립대의 한 인문학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경기침체기에 들어 사립이나 공립이나 돈 안 되는 학과는 없애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며 "대표적인 사양 학문인 언론학 등 일부 학과의 경우 교수 연봉이 기업 신입사원 초봉에 불과할 정도로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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