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단위 임의로 만들어 서로 “우리가 1위다”

최근 교육부 취업률 발표가 되자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이 가열된 취업률 홍보로 각자가 1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하면서 1위 대학이 수두룩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취업률 68% 기록한 A대학은 ‘대구·경북지역 4년제 졸업생 1천명 이상 11개 대학’ 중 1위라며 홍보에 나섰다. B대는 61.4%의 취업률을 기록해 대구·경북지역 재학생 1만 명이상 5개 대형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C대는 취업률 71.3%로 ‘영남 지역 일반대학교’ 가운데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고 자랑했다.

D대학은 올해 취업률 83%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1천907명이던 취업대상 인원을 올해는 2천1명으로 늘려 ‘나’ 그룹에서 ‘가’ 그룹으로 옮겨갔다. 이유가 있었다. 취업률은 전문대의 경우 졸업자 2천명을 기준으로 2천명 이상 ‘가’ 그룹과 2천명 미만 ‘나’ 그룹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나’ 그룹 취업률 1위는 D대학보다 높은 87.4%였다.

이에 따라 D대학은 그룹을 옮겨 놓칠 뻔했던 1위를 고수하게 된 반면, 지난해까지 2천명 이상 ‘가’ 그룹 전국 1위를 차지했던 E대학은 2위로 내려앉았다. E대학은 올해 78.9%로 높은 취업률을 보였지만, D대학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자 E대학은 졸업생이 3천명 이상인 전문대 가운데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전문대 취업률의 기준으로 삼는 그룹에는 3천명 이상이 따로 분류돼 있지 않다. 교육부는 졸업생 2천명을 기준으로 ‘가’ ‘나’그룹, 1천명 미만을 ‘다’그룹으로 나누고 있을 뿐이다.

대학 가치 평가의 기준이 ‘취업률’에 맞춰지면서 대학들이 ‘취업률 1위’에 사활을 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과 연구와 같은 대학 본연의 기능은 취업률보다 뒷전이 된 지 오래다.

대학은 이미 ‘취업 학원’으로 전락했고, 연구실과 강의실에 있어야 할 교수들은 기업체를 기웃거리며 ‘취업 알선’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정부 이후 교육부가 재정지원 제한대학, 특성화사업 선정 등에서 취업률을 중요지표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교육부는 부실대학 선정과 특성화 사업선정 등을 가리는 지표로 재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등을 고려하고 있다.

취업률은 평가지표 가운데 재학생 충원과 더불어 가중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영향을 미친다. 재학생 충원율이 학교별로 100%에서 소수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취업률은 사실상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다.

대구지역의 모 대학 교수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는 시간보다 음료수를 사들고 업체를 돌아다니는 것이 더 중요한 업무가 되었다. 업적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친소 관계를 불문하고 지인들까지 동원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기사출처 :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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