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기업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 가져야

대학생, 대학교육 최대 수혜자 맞나 ?

‘대학교육의 수혜자는 학생’, ‘피교육자 = 수익자’ 등식 논리는 오늘날 미친 등록금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가장 요긴하게, 가장 광범위하게 적용된 테제(강령)였다. 이른바 1995년 5·31 교육개혁 당시 공공의 성격을 지닌 것이어도 그 서비스로 혜택을 받는 사람이 비용을 부담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철옹성처럼 구축됐다.

이 논리에 대해 몇날 며칠을 골똘히 고민했다. “대학 4년간 1억여 원의 비용(생활비 등 제외)을 들이고 사회 첫발을 딛기도 전에 빚쟁이로 교문을 나서는 대학 졸업자들이 정말 대학 교육의 최대 수혜자가 맞는가?” 아니면 “대졸 고급인력들이 서로 피터지게 싸워 바늘구멍 만한 취업의 관문을 통과한 후 열혈충성 맹세를 받는 기업들이 더 수혜자인가?” 더 나아가 “그렇다면 국가는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대학교육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가’ 하는 숨은 그림 찾기 같은 고민을 하게 된 연유는 최근 대학가에서 시작된 반값 등록금의 소용돌이가 그 근원지였다. 부실대학의 퇴출, 학력 인플레이션 등등 대학을 둘러싼 사회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반값 등록금 제기 이후 크게 득세하는 것이 사회적 논리이지만 사태의 시의성은 학생 개별적으로 지고 있는 연간 1천만 원의 등록금이라는 큰 짐을 누가, 어떻게 함께 질 것이냐는 것에 달려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큰 짐을 버겁게 지고 가는 사람에게 “감당하지도 못할 짐을 왜, 어떻게 지게 됐느냐?”고 하는 질문은 옳은 해결과 시기적으로 적절한 질문이 아니다.

2010년 미국 대학이 받은 기부액 121조6천5백억원

그래서 서둘러 따져 보게 됐다. 현재 제기된 등록금 솔루션 이외에 추가돼야 할 방법은 없는지, 혹, 외국 선진국에서는 대학운영의 재정 마련에 어떤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조사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대학을 둘러싼 기업의 역할이었다. 기업은 지역 대학에 기부 형태로, 동문출신 기업가의 모교 기부 등 다양한 형태로 대학운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이러한 미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부의 마인드는 ‘교육의 질이 부실하면 노동력의 질이 나빠지고 이에 따라 기업 · 국가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미국 기업의 대학 재정적 기부는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생존의 공동체적 발상에서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인력양성은 대학의 몫, 채용은 기업의 몫이라는 이분법적인 개념이 아니라 인력양성의 몫도 그에 따른 수혜도 공동의 몫도 대학과 기업이 하나라는 발상은 오늘날 미국의 기업이 대학에 천문학적 재정적 기부를 하는 원천이며 그 기부는 일상적인 기업활동으로 이해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출발선이다.

지난해 미국 대학이 기부 받은 액수는 자그마치 약 121조6천5백억 원(환율 1,100 기준/기업 및 전체 기부금) 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액수는 2011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 309조1천억 원의 40%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하바드 한 대학이 받은 기부 받은 액수가 30조3천억원으로 우리나라 제1, 제2 도시인 서울시와 부산시의 올해 전체 예산 21조6천억원과 7조8천억원의 두 도시 예산을 합친 것보다도 2조여원이나 많은 규모다.

기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동문의 기부 금액은 줄어든 반면, 기업의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돼 기업의 끊임없는 대학 사랑을 엿볼 수 있다. 기부금 규모가 가장 큰 대학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포드, MIT, 미시간, 콜럼비아, 노스웨스턴, 펜실바니아, 시카고 대학 순이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대학이 받은 기부금 액수는 2009년 기준으로 5천1백90여억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149개교 일반대 4년제 대학 중 수도권 소재 상위 20여개 대학에 63%가 집중돼 있다. 또한 전체 기부액중 기업이 기부한 액수는 25%에 해당하는 1천2백60여억원에 불과해 87%의 4년제 일반 대학은 인력이 배출될 때까지 기업과는 전혀 무관한 일방적인 인력공급 기관으로 헌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의 현행 기부금 관련 조세체제나 기부에 대한 인식 수준으로 볼 때 외국 선진국에 비해 제약적인 환경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몫은 대학에서 양성해 낸 인력을 수용하고 임금 준다는 채용기관만의 고정관념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어떠한 여건 변화도 기부 발전에 큰 효험이 없을 것이라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의 지적은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가장 큰 대목이 인력양성이라는 것이다.

한국, 대학생 1명당 남3.7배, 여2.5배 남는 장사

현재 인력양성의 수동적 자세는 국가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국가까지 인력양성의 적극적인 지원 자세를 취해야 이유는 한 조사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박정원 상지대 교수(경제학)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0 교육지표’를 분석해 공개한 자료집에서 한국은 대학생 1명당 부담하는 비용(미 달러 구매력 환산 지수 기준)이 남학생 6566달러, 여학생 6620달러였다. 국가 부담에는 공교육비와 대학생이 고교만 졸업하고 취업했다면 냈을 소득세가 포함돼 있다.

반면 국가가 대학생으로부터 얻는 총수입은 64살을 정년으로 했을 때 남성은 2만3394달러, 여성은 1만6288달러였다. 이 수익에는 대학생이 취업한 뒤 내는 소득세와 사회기여, 실업 감소 효과 등이 포함돼 있다. 국가가 대학생에게 부담하는 공교육비와 국가가 얻는 수익이 남성은 3.7배, 여성은 2.5배나 돼 작지 않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반면 독일은 대학생 1명당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이 남학생 4만7163달러, 여학생은 4만7559달러로 한국보다 7.2배나 많았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교육학)는 “대학교육을 협소한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임금 등 혜택을 받기 때문에 대학생만을 교육의 수혜자라고 치부해 버리지만 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발적 의무, 민주주의 존중이나 리더십의 발휘, 지식문화의 전달 등 대학교육으로 얻는 공동체의 공공적 가치는 모두의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pbs@us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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