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강도·연봉 등 호조건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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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업계 전문직종에 3년간 근무해왔던 A(30·여)씨는 재취업을 결심해 3년 전에 경기도 B대학으로 옮겼다. 대학 전공을 살려 첫 직장을 구했지만 부담스러운 업무강도와 불규칙한 업무, 무엇보다 육아와 직업을 병행하기 열악한 환경이 이직을 원했던 가장 큰 요인이었다.

A씨는 공무원과 유사하나 따로 시험준비는 하지 않아도 되고 급여수준은 비교적 높으면서 덜 경직된 대학교로 옮겼다. 몇 년 전 부터 경기도 B대학 직원으로 근무 중인 A씨는 "무엇보다 가정과 일을 조화롭게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이 대학의 신입직원을 봐도 21명 중 재취업자는 16명(76%)이며, 대기업과 공기업 및 공공기관 출신은 절반이 넘는 10명이었다. H대학의 경우 최근 5년간 공개채용으로 직원 51명을 선발했는데 경력이 없는 순수 신입직원은 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이직자로 대부분 공공기관(13명)이나 대기업(23명) 출신이 차지했다.

몇년전만 해도대학 취업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3년 전 서울 소재 C대학으로 직장을 옮겼던 대기업 P사의 홍보실 직원 K씨는 요즘 기업체 다닐 때 동기들을 만나고 헤어질 때면 대학으로 직장을 옮긴 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드는 것을 감출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대학으로 옮길 때만해도 대학으로 이직하면 학부 때 해보고 싶었던 연극영화학 대학원 진학도 수월하고, 또한 교직원에게는 등록금 우대조건도 있어 망설임 없이 지원을 했고 당당히 합격을 했다.

그러나 K씨의 이런 판단은 지난해부터 크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대학원 진학을 해서 공부를 하면서 의미 있는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그의 예상은 섣부른 판단이 되고 말았다. 대학 측에서 구조조정을 거세게 하면서 결원 된 직원은 채용을 하기보다 남은 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업무가 몇 배는 늘어난 상황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특히 대학구조개혁 칼바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는 대학의 노력은 연중 잔무와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데다가 노동 강도에 비해 연봉이 좋은 편이라 ‘신의 직장’이니, ‘신도 몰랐던 직장’으로 불렸던 내용도 등록금 인상 상한제로 거의 3년째 임금이 동결돼 전에 몸담았던 대기업 동기들보다 훨씬 적은 연봉도 K씨가 대학을 평생직장으로 회의를 갖게 한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서울 소재 내로라하는 대학들 대부분의 경우다. Y대는 최근 교직원 초봉을 연 3000만원대 초반으로 기존보다 10% 정도 깎았다. K대는 4년째, H대는 5년째 임금을 동결해왔다. 임금이 동결되거나 깎이자 일반 기업으로 옮기거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K씨는 “대학원에서 전공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기에 여러모로 좋은 조건이라는 판단에 대학으로 이직을 했으나 대학 직원이 ‘신의 직장’, ‘꽃보직’이라는 말은 이미 지나간 후였다”며 이직을 후회했다.

최근 서울 주요 대학의 정규 직원 인원은 계속 줄고 있다. 고려대는 2012년에 2.12%였던 정규직 비율이 2014년에는 무려 48.3%로 서울소재 주요 대학 중에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앙대는 32.5%에서 40.4%로, 이화여대는 15.9%에서 37.9%로 늘었다. 경희대만 45.7%에서 44.5% 다소 줄었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전국의 4년제 대학 계약직 교직원은 2012년 1만2454명에서 올해 1만5618명으로 3164명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직 기술직 등 정규직 교직원은 2만9900명에서 2만9739명으로 161명 줄었다.

지방대 형편은 서울 소재 대학보다 더 심각하다. 인건비 예산 절감으로 신입 직원을 뽑지 않아 2년 전 만해도 2~3명이 해야 할 일을 대부분 혼자 하거나 조교들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는 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마저 등록금이 동결돼 인건비 예산이 증액되지 않는다면 전국에서 대학 직원 이탈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대 학

2012년

2014년

고려대

2.12(8)

48.39(331)

경희대

45.78(417)

45.35(389)

성균관대

26.32(114)

26.44(110)

이화여대

15.92(72)

37.93(206)

연세대

37.93(335)

42.88(383)

중앙대

32.58(131)

40.40(189)

전 체

29.40(12454)

34.43(1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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