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출마 횟수 등 명시 활동제한

서울대가 교수 윤리규정으로 이른바 정치교수라 불리는 폴리페서 근절에 나선다.

서울대 평의원회는 법인화 이후 새로운 윤리규정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일 밝혔다. 대학에서 연구분야 외에 교육ㆍ사회봉사 등 외부활동의 영역을 포괄하는 교수 윤리규정이 제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규정 사항에는 논문 표절과 같은 기본적인 연구윤리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임명직ㆍ선출직 공무원, 사외이사 등 갈수록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교수들의 외부활동에 대한 기준도 포함될 전망이다.

서울대는 학자들이 정치권을 기웃거리고 공직에 임명되거나 대기업의 사외이사 등으로 각종 구설에 휘말리면서 대학 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의 과도한 외부활동으로 대학 사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자정노력으로 다른 대학에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특히 공직 진출의 기회가 많은 서울대의 특성을 감안해 공직 임명 시 요구되는 사전검증 체크리스트 등도 제시된다. 교수들이 사전에 이에 대해 숙지하고 미리 품위 유지에 신경 쓰거나 스스로 자격 미달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공직 진출을 삼가라는 것이다.

선거 출마 횟수, 공무원 재직 연한 등 세부적인 제한지침은 향후 평의원회 논의를 통해 그 내용이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번 윤리규정이 마련될 경우 강행규정은 아니더라도 현재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교수들의 외부활동을 규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정근식 서울대 평의원회 의장은 "국립대 교수로서 외부 활동을 통해 공익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도가 지나칠 경우 교수직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선거 때마다 상아탑을 벗어나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대 윤리규정이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학 교수들은 선거 때면 정치권을 기웃거리다 선거가 끝나면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다시 학교로 복귀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무총리로 내정된 직후 서울대 교수직을 사직해 화제가 됐던 정운찬 전 총리는 "정ㆍ관계에 진출하면 그 일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교수직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외부 직책과 교수직을 함께 유지할 경우 교수직이 충원되지도 않게 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의 연구 분위기도 해친다"고 말했다.

법원도 이런 폴리페서들의 `일탈`을 꾸짖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최근 서울고법 행정8부(장석조 부장판사)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56)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유 교수는 지난 2012년 2월부터 6월까지 학교의 승인 없이 38차례의 대외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유 교수는 소청심사를 제기했고, 여기서 정직 1개월로 감경 받았지만 이것도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다.

2009년 서울대가 폴리페서들을 규제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오히려 양성화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일단 보류했다. 당초 안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 선거에 나서는 교수들은 학기 시작 전에 휴직을 할 수 있으며, 당선이 되면 한 번 임기 내에서 휴직이 가능하다. 그동안은 눈치를 보던 폴리페서들도 드러내 놓고 출마의사를 밝힐 수 있게 길을 열어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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