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1천명…사회문제화

[U's Line 김아람 기자] 취업난이 더욱 거세지면서 대학 졸업을 미루는 학생이 전국적으로 점점 늘어 한 대학당 1천명을 육박 하기도했다.

졸업 전 입사지원자를 선호하는 것이기업정서라는이유로 졸업 유예 등을 유지하는 현상이 만연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졸업식장. 친구의 졸업식을 찾은 이모(여·24) 씨도 애초 이날 졸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마지막으로 지원했던 부산의 한 기업에까지 떨어져 취업이 좌절되면서 이 씨는 급히 '졸업 유예'를 결정했다.

이 씨는 "아무래도 재학생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것과 이미 졸업을 해버린 것과는 차이가 크다. 기업체 면접관들이 졸업생에게는 '졸업 후 상당한 공백이 있는데 그 기간에 무엇을 했는냐'고 묻는다"며 "그때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면 입사시험에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졸업 유예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학졸업을 짧게는 한 학기에서 길게는 1년까지 미루는 졸업 유예자가 급증하고 있다. 부산대의 경우 처음 졸업 유예제를 시작한 2010년 206명이던 졸업 유예자가 지난해 1092명으로 5.5배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2월까지 졸업 유예를 신청한 학생 수만 888명에 이르렀다.

동아대는 2010년 270명이던 졸업 유예자 수가 올해는 902명까지 증가했다. 부산외대도 2011년 32명이던 졸업 유예자 수가 올해 269명까지 늘었다.

졸업을 유예하는 제도가 결국은 많은 돈을 주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민우(28·부산대 4) 씨는 "한 학기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서관 등만 이용할 뿐인데 기성회비의 10%가량인 15만 원이나 내야 한다. 한해 졸업 유예자 숫자가 1000명 이상인 것을 고려할 때 엄청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전남대학교에도 2006년부터 졸업유예제도와 같은 졸업유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남대학교 학사관리과 강현진 씨는 “2011년 전체 졸업생에 대해 13%가 졸업유보를 신청했는데 올해는 15%로 증가했다”며 “졸업을 유보한 기간 동안 취업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해양대학교에서도 2008년부터 졸업유보제를 도입했다. 한국해양대학교 학사관리과 관계자도 “매년 평균 70명 정도가 졸업유보를 신청했는데 올해는 120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졸업 유예자는 "수업을 듣고 싶으면 추가로 돈을 내고 수강신청을 할 수 있지만 이미 학점 등 졸업 요건을 다 갖추고 취업만 준비 중인 상태여서 전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도 학사과정을 모두 마친 뒤 졸업을 유예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행여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의식해 어쩔 수 없이 유예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이 취업재수생을 꺼리는 것과는 달리 취업 전문가들은 기업이 무조건적으로 휴학을 했거나 졸업을 유예한 학생을 꺼리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인크루트 홍보팀 윤성은 씨는 “기업이 휴학이나 졸업유예를 한 학생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며 “보통 남학생의 경우 군대를 가야하고 여학생도 휴학이나 개인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잡코리아 황선길 본부장도 “졸업유예가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것은 학생들의 핑계다”며 “일부 기업에서 졸업을 유예한 학생을 꺼리지만 자신의 역량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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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생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생각해보았을 휴학, 최대 2년까지의 휴학기간 동안 취준생들은 마지막 취업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졸업 직전까지의 휴학이 끝나면서도 취직이 안 된 대학생들은 졸업유예라는 피치 못할 선택을 한다.

졸업유예제도는 졸업예정자 중 졸업평가를 모두 통과하고 졸업 요건을 갖춘 재학생이 졸업을 미루는 제도다. 부족한 학점을 채우기 위해 한 학기 등록금을 지불하는 5학년과 달리 학점 당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데 차이점이 있고, 유예기간은 최대 1년까지 가능하다.

졸업유예는 사실상 취업을 하지 못한 많은 취준생들이 재학생의 신분으로 남아 취업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졸업 예정자’를 채용하는 부분에 있어 졸업을 하고도 오랜 기간 동안 취직을 하지 못한 취준생 입장에서는 기업에 지원 했을 때 인식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학생 신분”이라는 조건에서 기회를 제공 받으며 심리적인 안도감을 가지고 취업을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일찍 졸업 한 뒤 집중적으로 취업 준비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취업 준비생에게 졸업유예는 현실이 됐다.

많은 학생들이 기업에서 “졸업 예정자”를 선호한다는 사실 때문에 졸업을 연기할 계획이고 대부분 졸업유예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신입사원 채용 예정인 424개의 기업 인사 담당자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45.1%가 휴학, 졸업예정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었다.

졸업유예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대학생 상당수가 취업 눈높이가 높아 졸업유예를 선택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좋은 모습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입사 후에도 눈높이가 맞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대기업 취업을 위한 경력 한 줄로써 중소기업에 입사한 뒤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일명 ‘징검다리 취업’이 구설수가 된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 입장은 신입사원을 뽑아도 애사심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 없어 어느 정도 일에 자리가 잡힐 때 즈음이면 옮겨버리는 일이 허다하니 애초에 졸업유예까지 적용하며 취업의 눈높이가 높은 대학생은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혹은, 인사담당자들에게 ‘일부러’ 졸업을 늦춘 사실은 ‘무책임’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연결되기도 한다. 마치 ‘낙인효과’처럼 졸업유예자는 평소 대학생활에 불성실해 취업을 준비할 때가 돼서야 스펙이 부족해 졸업을 미룬 것이 아닌가. 라는 인식과 더불어 ‘시간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졸업 유예를 통해 대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의 연장이란 점에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휴학처럼 남들 따라하기 식의 선택은 매우 위험하다. 휴학은 2~3학년 시기에 주로 신청하여 그나마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활용할 수 있지만 엄연히 다른 졸업유예를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고 착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졸업 유예를 하되 스스로를 졸업생이라 인식해 절실함을 가지고 취업준비에 올인하는 자세를 가지고 전략적인 계획을 세워 시간 낭비가 아닌 기회의 시간으로써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예를 시작한 순간부터 꾸준히 입사에 지원하고 졸업생이 갖지 못하는 기회인 ‘인턴십’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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